인천 30년 지킴이 ㊿ 계양구 슬기서점
“책읽기 좋아해 서점 개업 후 서점 업계 관행 개선”
1994년부터 독서운동하며 책읽기·작은도서관 확대 기여
“95세까지 운영하며 세계 최고령 책방 할아버지 될 것”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슬기서점’은 인천 계양구 계양2동 학교 골목을 31년째 지켜온 동네 서점이다.

김상봉(65) 씨는 1992년 2월 슬기서점을 개업했다. 슬기서점은 계양구 계양산로 219에 있다. 슬기서점은 임학중학교와 병방초등학교 앞에 있어 참고서와 문제집이 유독 많다.

“책읽기 좋아해 서점 개업 후 서점 업계 관행 개선”

김상봉 슬기서점 대표.
김상봉 슬기서점 대표.

김 씨는 30대 초반까지 서울 신림동에 살았다. 원래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다보니 서점을 시작하게 됐다.

김 씨는 “원래 서울 신림동에 살다가 인천에서 간호사 일을 하던 아내와 만나 결혼하면서 계양구에 왔다”며 “서점을 운영하고 책을 보면서 조용히 살기 위해 인천에 왔다. 당시 계양산에 들렀다가 지금 슬기서점 건물에 ‘임대’라고 써있는 것을 보고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책 읽고 글쓰는 것을 좋아했다. 당시 사회운동을 하던 선배들이 사회과학서점을 많이 운영했는데 그 영향을 받기도 했다”며 “현재 정치를 하고 있는 문희상, 이해찬 선배가 당시 서점을 운영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씨는 ‘슬기서점’이라는 이름에 대해 “개업 당시 인천에서 굉장히 큰 은행이던 경기은행이 옆에 있어 마지막 글자를 맞춰 슬기서점이라고 지었다”며 “딸 이름이냐고 묻는 손님도 있는데 딸 이름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을 얻었다”며 “시민들이 독서를 하면서 슬기로운 삶을 영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슬기서점이라고 지은 이유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김 씨는 서점을 개업하고, 인근 서점과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도매상으로부터 책을 공급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김 씨는 “당시 300m 내 서점이 있으면 도매상이 책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서점 업계의 암묵적 규칙이 있었다. 이런 내용을 몰랐기 때문에 초반 3년 동안 서점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후 한국서점연합회 부평조합장을 하면서 도매상이 기존 서점 눈치를 보지 않고 책을 공급할 수 있게 관행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1994년부터 독서운동하며 책읽기·작은도서관 확장

슬기서점 전경.
슬기서점 전경.

김 씨는 1990년대 초반 서점 산업이 활성화했을 때 독서운동을 하며 책읽기 문화를 확산하고, 작은도서관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김 씨는 “1994년부터 독서운동을 하면서 서점 지하 창고에 문고(개인이 운영하는 도서관)를 운영했다”며 “‘문고’라는 명칭이 책이랑 혼동되기 때문에 ‘작은도서관’이라는 명칭을 고안해 썼다. 지금은 정부에서 ‘작은도서관’이란 명칭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도서관을 확장한 것은 책읽기 문화를 확대하기 위함이었다”며 “‘거실을 서재로’라는 슬로건으로 독서운동을 했는데 나중에 한 언론사가 이 슬로건을 썼다. 우리집 거실에 TV가 없고 서재로 만든 결과, 아이들이 국어국문과에 진학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씨는 1990년 말부터 서점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개업 초기 부평구와 계양구에만 서점 60개 이상 있었는데 현재 계양구엔 서점이 5개 밖에 남지 않았다”며 “1990년 말부터 책 대여점이 생기면서 서점이 위축됐다. 지금은 인터넷 서점, 스마트폰으로 서점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인천시가 도서관에 없는 책을 지역 서점에서 바로 대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했다. 해당 사업으로 시민이 서점에서 책을 대출하고 도서관에 반납하면 시가 책 비용을 서점에 지원했다”며 “동네 책방과 주민이 관계를 더 쌓을 수 있고, 동네 책방을 살릴 수 있는 좋은 사업이었다”고 평가했다.

“책 훔쳐갔던 학생들, 지금은 삼촌이라고 부르며 술한잔”

김상봉 대표가 손님에게 책을 계산해주고 있다.

김 씨는 동네에서 서점을 31년 동안 운영하며 단골이 많다고 했다. 그중 서점을 찾아왔던 학생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김 씨는 “옛날에 중고등학생때 왔던 손님들이 결혼하고 자녀를 데리고 다시 방문한다”며 “만화책을 포장한 비닐을 뜯어서 본 뒤 꼽아놓고 간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유별난 손님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회상했다.

이어 “임학중 학생들은 서로 서점에서 책 훔치기 내기를 하다가 걸리기도 했다”며 “그러나 책을 훔치는 걸 나무라고 해선 안된다. 대신 반성문을 쓰게 했다. 반성문을 보면 그 아이의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그 아이들이 40대가 됐고, 서점에 오면 삼촌이라고 부르며 술 한잔을 하기도 한다. 이게 서점을 운영하며 얻는 큰 보람이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단골손님을 위해 유명 만화 잡지를 1년 동안 보관하고 있을 만큼 정이 많다.

김 씨는 “한 단골손님은 IT업계에서 일을 하는데 너무 바빠서 자주 못 오니 만화잡지 ‘챔프’ 1년치를 모아뒀다”며 “손님이 안와도 어쩔 수 없지만 손님과 약속한 것이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95세까지 운영하며 세계 최고령 책방 할아버지 될 것”

김 씨는 앞으로 슬기서점을 95세까지 30년 더 운영하며 세계 최고령 책방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 씨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30년 더 슬기서점을 운영하고 싶다. 그러면 아마 세계 최고령 현역 책방 할아버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책방을 운영하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세상을 여행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 것이고 서로 덕담 한마디라도 나누면 행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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