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㊻ 부평구 용방앗간
단골손님...밤·도토리·들깨 껍질도 벗겨
부동산의 유혹...“단골손님으로 이겨내”
2대째를 넘어 3대째로...백년가게 꿈꿔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인천 부평문화의거리를 지나 평리단길을 걷다보면 이른바 요즘 스타일의 가게를 볼 수 있다. 세련된 분위기의 카페, 분위기 좋은 와인바 등이 골목 곳곳 옹기종기 모여있다. 

평리단길은 2016년 전후로 상인들이 20~30대의 눈길을 끄는 매장을 한 두 곳씩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커피와 차, 디저트, 유럽식 레스토랑과 와인바 등이 젊은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평리단길은 20~30대의 눈길을 끄는 가게가 모여 있지만, 그 가게만 인기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부평시장을 지키고 인기를 끄는 가게가 있다. 부평구 단골지킴이 ‘용방앗간’는 벌써 60년째 부평시장 옆 평리단길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용방앗간은 인천 부평구 부평동 206-17에 위치해 있다. 용방앗간을 만든 아버지에 이어서 2대째 유형(62세) 씨와 그의 배우자 이성자(58세) 씨가 운영 중이다.

용방앗간을 운영하는 유형, 이성자, 유승범 씨.

단골손님 위주로 운영...밤·도토리·들깨 껍질도 벗겨

유형 씨의 아버지는 처음 가게를 세울 때 국수 면를 뽑아내서 판매하는 일을 했다. 협동조합 형태로 국수공장을 운영하다가 라면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국수 면 판매가 어려워지자 국수 면을 뽑는 기계로 방앗간을 시작했다.

유형 씨와 이성자 씨는 1990년에 결혼했다. 이성자 씨는 1990년 결혼을 하면서 방앗간에서 유형 씨와 같이 일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성자 씨는 “초반 일을 도와드리기 시작할 때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수입원을 가져갔다”며 “이후 둘째 아들을 임신했을 때 방앗간의 전권을 저와 남편에게 물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 아들의 나이가 30살이니까 가게를 이어받아 운영한지도 30년 정도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용방앗간은 오랫동안 떡, 고춧가루 등 전통적인 방앗간 역할을 하다가 최근 곡물가루, 건강 보조식 등 다양한 제분, 쇄분, 제환 등 관련 기자재를 도입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밤·도토리·들깨 겁질을 벗겨내는 작업도 한다.

유형 씨는 “단골 손님 요구에 맞추다보니까 기계 50여정 정도를 들여놓게 됐다”며 “손님들이 원하는 작업을 하다보니 전통적인 방앗간이 하는 일에서 사업이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자 씨가 용방앗간 기계로 가래떡을 뽑고 있다.
이성자 씨가 용방앗간 기계로 가래떡을 뽑고 있다.

부동산의 유혹 “단골손님으로 이겨내”

20~30대가 평리단길로 몰려오면서 부동산 중개사업자들이 용방앗간으로 몰려오기도 했다. 주로 금액을 높게 쳐줄테니 세를 놓거나 건물을 팔라는 요구였다.

유형 씨는 단골손님들을 생각하면서 건물을 내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형 씨는 "항상 용방앗간을 필요로 하고 찾아주는 단골손님이 있어 가게를 도저히 내놓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방앗간에 없는 기계가 용방앗간에 있어 손님들의 요구를 맞춰줄 수 있었다”며 “용방앗간이 없으면 원하는 작업을 하고 싶은 손님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쁜 순간은 원하는 곡물 작업을 못했던 손님이 용방앗간에 와서 곡물작업을 맡기고 감사하다고 할 때”라며 “손님은 못했던 곡물 작업을 용방앗간은 해줄 수 있으니까 보람있다”고 덧붙였다.

유승범 씨가 배달에 이용하는 자전거.
유승범 씨가 배달에 이용하는 자전거.

2대째를 넘어 3대째로...백년가게 꿈꿔

용방앗간은 손님이 배달을 요청하면 배달도 하고 있다.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배달하고, 먼 곳은 차로 배달한다. 배달을 맡고 있는 사람은 유형 씨와 이성자 씨의 셋째 아들 유승범(25세) 씨다.

유승범 씨는 올해 1월 대학을 졸업하고 방앗간 일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부모님의 일을 돕고 방앗간을 물려받겠다는 생각이다.

유승범 씨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바쁠 때마다 도왔다”며 “항상 방앗간이 바쁜 추석과 설날에 도왔는데 방앗간 일에 흥미가 생겨서 방앗간 일을 잇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앗간에서 일하는 게 재밌다. 애초에 부모님의 일을 도울 때 힘들다는 생각을 안했다”며 “내가 방앗간 일을 이어서 용방앗간을 진짜 백년가게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용방앗간은 지난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업종 변경없이 영업을 지속한 가게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