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55. 중구 ‘대성불고기’
1968년부터 55년 동안 영업한 ‘원조’ 가게
“손님께 가족 줄 것보다도 좋은 고기 제공해”
“많은 사람이 추억 품는 100년 가게 만들 것”

인천투데이=심형식 기자│가게에 손님이 들어서자 가게 사장 김범용(48) 씨가 반갑게 맞이한다. “어유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오셨네요!”

단골손님이려니 생각하고 다시 식사를 이어가려는 찰나, 김 씨는 뒤이어 들어오는 다른 손님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아이고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김 사장, 해피 뉴 이어야!” “하하, 회장님도 해피 뉴 이어입니다!”

인천시 중구 신포로27번길 29-1에 있는 ‘대성불고기’의 흔한 풍경이다. 김 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 한 분 한 분께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영업 철학”이라고 말한다. 가게를 인수한 2003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대성불고기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대성불고기 사장 김범용 씨와 그의 어머니. 대성불고기에서 같이 일하고 있다.
대성불고기 사장 김범용 씨와 그의 어머니. 대성불고기에서 같이 일하고 있다.

‘많은 사람의 추억 품은 55년 전통 가게’

대성불고기는 1968년부터 2023년까지 55년 전통을 가진 신포동의 ‘터줏대감’ 가게다. 주요 메뉴는 한우 숯불구이와 불고기다. 흰 지방이 곱게 흐르는 소고기가 화로 위에서 구워지고,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정겨운 풍경을 자아내는 가게다.

김 씨가 대성불고기 사장으로 일을 시작한 것은 2003년 11월, 당시 28살이었던 김 씨는 고기 납품을 하던 아버지와 함께 가게를 인수한 이래로 20년간 최선을 다해 일했다.

김 씨는 “28살에 대성불고기를 인수하고 31살에 결혼했다. 가장으로서, 사장으로서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장사를 시작하고 하루도 쉬지 않았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대성불고기'를 영업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다”고 말했다.

긴 시간 한 곳에서 장사하다보니 가게를 찾는 단골의 연차도 남다르다. 김 씨는 “오래된 단골손님은 경력이 50년을 넘어간다”며 “나이가 들어 가게를 직접 오지 못하는 단골은 주변사람에게 부탁해 고기를 포장해가기도 한다. 다른 곳에서는 우리 가게의 맛을 느낄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범용 대성불고기 사장이 고기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김범용 대성불고기 사장이 고기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가족 줄 고기보다 좋은 고기를 파는 것이 원칙”

가장으로서 다른 누구보다 가족을 먼저 챙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김 씨의 영업 방침은 "우리 가족에게 줄 고기보다 더 좋은 고기를 손님께 대접하는 것"이다. 

김 씨는 “최상급 고기를 납품받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 다닌다”며 “매일 장사를 시작하기 전 고기 자투리 부위를 직접 맛보고 스스로 만족해야지만 손님께 고기를 팔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범용 대성불고기 사장이 계산대에 서 있는 모습
김범용 대성불고기 사장이 계산대에 서 있는 모습

2003년 가게 인수했지만, 2016년 송도 A업체 비슷한 상호로 고깃집 개업

오랜 시간 가게를 운영하며 힘든 일도 있었다. 2003년, 김 씨가 대성불고기를 인수했으나 송도에 있는 A업체가 같은 상호를 사용하며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김 씨는 “2016년에 우리가게와 비슷한 이름으로 송도에 한 소고기집이 영업을 시작했다. 알아보니 2003년 가게를 인수하기 전에 대성불고기를 운영해오던 사장님의 아들이 비슷한 상호를 사용해 송도에 고깃집을 개업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2003년에 대성불고기 가게를 팔고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상의 한마디 없이 같은 상호를 사용해 고깃집을 개업하니 답답한 심정이다”라며 “손님들이 송도 가게와 대성불고기를 혼동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2016년 이후 상호 특허를 등록하려고 했는데 송도 A업체가 선수를 쳤다. 돌연 A업체가 우리 가게 간판을 내리라고 통보할까봐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김범용 대성불고기 사장과 그의 어머니
김범용 대성불고기 사장과 그의 어머니

“많은 사람이 찾는 100년 가게로 만들고 싶어”

김 씨는 대성불고기의 55년 전통을 이어가 ‘많은 사람이 찾는 100년 가게’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처음 장사를 시작하던 때와 지금의 상권은 많이 달라지고, 몸도 힘들지만 대성불고기가 “사람들이 향수를 느끼고 언제든 찾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년간 쉼 없이 일하며 몸 성한 곳이 없다. 가게에서 같이 일하는 어머님도 몸이 아프기 시작하셨다”며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성불고기’가 100년 전통을 이어가는 인천 최고의 노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성불고기를 손님들이 언제고 찾을 수 있는 가게로 만들 것”이라며 “나는 언제고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예의바른 사장, 친절한 사장으로 가게에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