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㊸ 삼강옥
“3대를 넘어 4대로... 100년가게를 만들고 싶어요”
도가니 자르지 않고 통째로 고아...단골 위주로 찾아
재개발로 장소 이전 앞둬..."아쉽지만 다른 곳에서"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진짜 백년이나 됐어요?” 손님의 질문에 박영기(59세) 삼강옥 대표는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답한다. “사업자등록을 한 게 1963년이고 실제 운영한 기간을 76년 정도입니다"

"'인천 야구 한 세기’를 보면 저희 얘기가 나옵니다. 할머니가 세웠고, 어머니를 거쳐 제가 3대입니다. 얘가 4대구요”

<인천투데이> 인터뷰에 앞서 박영기 삼강옥 대표는 식사를 마친 가게 손님과 대화하며 이같이 말했다. 삼강옥 대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사람은 자신의 딸 박민경(29) 씨였다. 딸을 보는 박 대표의 표정은 흐뭇하기만 하다.

박 대표는 어머니께 삼강옥을 물려 받아 운영 중이다. 할머니에 이어 어머니, 형을 거쳐 현재 박영기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삼강옥은 박영기 대표가 태어난 1963년에 사업자 등록을 했으니 서류상 60년째인데 실제 운영은 76년째라고 했다.

삼강옥은 지난 2022년에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으로부터 ‘백년가게’로 지정되기도 했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업종 변경없이 영업을 지속한 가게다.

삼강옥은 인천 중구 참외전로158번길 1에 위치한다. 박 대표는 설렁탕과 도가니탕이 삼강옥의 대표메뉴라고 소개한다.

박영기 삼강옥 대표와 그의 딸 박민경 씨
박영기 삼강옥 대표와 그의 딸 박민경 씨

“3대를 넘어 4대로...100년가게를 만들고 싶어요”

박영기 대표의 할머니는 1946년부터 현재 위치에서 삼강옥을 운영했다고 했다. 박 대표가 태어난 해인 1963년에 사업자 등록을 했다. 박 대표는 ‘인천 야구 한 세기’라는 책에 자신의 할머니 사진과 기록이 있다고 설명한다.

박 대표의 할머니는 삼강옥을 개업할 때 간판도 없이 설렁탕을 파는 장사를 했다. 박 대표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박 대표의 어머니 고 김주숙 씨가 이어받아 지난해까지 운영했다.

어머니가 지난해 돌아가시자 어머니와 같이 삼강옥을 운영하던 박 대표의 형이 몸이 안좋아지면서 지금은 박 대표가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가게는 박 대표, 박 대표의 아내 이미애 씨, 박 대표의 딸 박민경 씨가 함께 운영 하고 있다.

박 대표의 어머니는 살아 계실 때 일본여행을 떠났다. 일본에 100년이 지난 노포가 많은 것을 보고, 자신의 가게를 100년 가게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목표를 박 대표가 이어받았고, 박 대표의 딸인 박민경씨도 삼강옥을 잇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대표는 “어머니가 가게를 100년 동안 운영하고 싶어 하셨다”며 “제가 100년 동안 운영할 수 없을 것 같아 가게 100년 운영은 딸에게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딸 박민경 씨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에게 가게를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며 “아버지가 3대, 제가 4대로 운영해 100년가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삼강옥 설렁탕.
삼강옥 설렁탕.

도가니 자르지 않고 뼈 우려서...단골 위주로 많이 찾아

박 대표의 어머니 고 김주숙 씨가 운영하던 삼강옥은 하루 쌀 한 가마니를 팔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 박 대표는 인기 비결로 사골과 도가니를 통째로 고아 설렁탕을 도가니 통째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삼강옥의 설렁탕은 뼈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고아내고 첨가물이 넣지 않아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박 대표는 구수한 맛을 잊지 못해 단골 손님이 가게를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삼강옥 앞 일대가 청과물 시장이라 손님이 항상 붐볐다”며 “새벽 4시부터 운영했을 정도로 이 일대가 번화가였다. 저도 학생 시절 어머니를 도와 새벽에 가게에 나온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단골이 꾸준히 오고 있지만 대형 프렌차이즈만큼 큰 매출이 나오지는 않는다”며 “먹고 살 정도는 된다. 삼강옥을 유지하는 데 지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먼 곳에서 옛 맛을 기억해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며 “동인천 일대에 개항로가 만들어져 젊은 분들이 이일대를 찾는데, 이들이 삼강옥을 방문했으면 하는 게 소망이라면 소망이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 김주숙 씨가 받은 시민상. 
고 김주숙 씨가 받은 시민상. 

광우병 촛불 집회 때 위기...재개발로 장소 이전 앞둬

삼강옥에도 위기가 있었다. 2008년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때이다. 사람들이 소를 먹지 않아도 박 대표의 어머니 고 김주숙 씨는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박 대표는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당시 국내산이든 국외산이든 소고기 자체를 먹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 때 어머니 일을 도와드렸는데 많이 힘들다고 말하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 김주숙 씨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활동도 꾸준히 했다. 인천시 여성협의회 회장, 인천 재향군인회 여성회장, 인천시 어머니회 활동 등 여러 활동을 했다.

박 대표는 “어머니가 인천시 여성협의회 회장이나 인천 어머니회 등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일도 많이 하셨다”며 “인천시가 수여하는 상도 받았다”고 전했다.

76년을 한 장소에서 운영하던 삼강옥도 장소이전을 앞두고 있다. 2019년 인천 중구가 삼강옥을 포함한 경동 일대 재개발정비사업을 결정하면서 삼강옥도 자리를 옮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박 대표는 “저는 재개발에 반대했지만 동네 주민들이 찬성해 어쩔 수 없이 이전해야 한다”며 “아쉽지만 다른 곳에서 삼강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는 개성 분이라 사람 간 신뢰를 바탕으로 가게를 운영했다. 저는 인천에서 태어났지만 선대의 개성상인 정신을 계승해 앞으로도 삼강옥을 잘 운영하겠다”며 “삼강옥을 찾는 분들에게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게 삼강옥을 지켜가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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