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인천시장,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고용위기지정 건의
국내 항공사 전년대비 6조 이상 손실 전망… 업계 구조조정 돌입
대한항공, 국내 항공 일자리 25만개… 정부 특별지원대책 요청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인천국제공항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며 항공산업과 공항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인천공항이 소재한 영종국제도시에는 적막감이 감돈다.

대한항공은 여행객이 급감하자 외국인 조종사 300여명 전원을 유급휴직을 실시했고, 이스타항공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항공사뿐만 아니라 케더링 업체, 면세점 고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부.

인천공항 여객 95% 이상 급감...  7만7000여명 고용위기 빨간불

인천국제공항과 관련한 고용인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항 보안구역 출입을 위해 발급한 ID카드를 사용하는 이가 5만4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고, ID카드가 필요 없는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약 7만7000명에 이른다.

그런데 여객이 95% 이상 급감하면서 인천공항공사는 물론 공항공사 자회사와 항공사, 면세점, 여행업체, 기내식 납품업체 등 모두 고용 위기가 심각해졌고, 이에 따라 임금소득에 빨간불이 켜졌다.

상황이 이렇듯 심각해지자 인천공항이 소재한 영종국제도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박남춘 인천시장이 직접 나서 정부에 지정을 요구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 2일 ‘코로나19’ 대응 온라인 개학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인천을 방문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항공산업(=항공운송과 정비분야)과 공항산업(=공항 상업분야)을 살리기 위한 대채을 서면으로 건의하고, 영종국제도시 일대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인천공항은 현재 ‘코로나19’ 감염사태 지속으로 경제 불황이나 다름없다. 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2월 하루 평균 약 20만여 명이 이용하던 이용객 숫자는 지난달 23일 현재 1만 명 이하로 줄었다. 95% 감소해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인천공항은 올해 국제여객 수요를 7254만 명으로 내다봤으나 코로나19 이후 예상치를 3082만 명(전망대비 57.5% 감소)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공항공사는 올해 수익이 약 5664억 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공항 청소노동자들이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위해 정부에 보낼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올해 상반기 전년대비 6조원 이상 손실 전망

항공사는 더 심각하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협회는 올해 상반기 국적항공사 예상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6조4500억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외국인 조종사 300여명 전원에 대해 유급휴직을 실시했고, 여객이 없다 보니 여객기를 화물기로 대신 사용하는 실정이며, 이스타항공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국적 항공사의 구조조정은 늘어날 전망이다.

여객이 95% 이상 급감하니 공항 내 면세점을 비롯한 상업의 타격 또한 크다. 면세점은 휴점하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손님은 90% 이상 감소했고, 이에 따라 가게당 2~3명씩 고용하던 알바노동자가 사라졌고, 정규 직원도 1명씩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인천시가 파악한 항공산업과 공항산업 관련 업체 종사자는 7만6800여명 규모로, 이 중 무급휴직자는 약 1만5390명, 희망퇴직자 1420명, 유급휴직 8750명 등 고용지표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공항에 가득했던 버스와 택시를 찾아보기 힘들다.

항공업계 이미 구조조정 칼바람 불기 시작

기내식 생산량이 줄면서 대한항공 케이터링센터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한항공 케이터링센터는 인천공항을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 30여개에 기내식을 공급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운항 중단으로 하루 기내식 생산이 8만 명 분에서 3700명분 수준으로 95% 이상 급감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케이터링 노동자 2100여명 가운데 600여명이 권고사직으로 퇴사했다. 여기다 협력업체 경우 13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과 권고사직이 이어져 출근자는 350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케이터링뿐만 아니라 GGK, 도에코, LSG 등 다른 기내식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는 ‘코로나19’ 사태 전에 하루 12만 명분 기내식을 공급했으나, 최근 5000여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실상 협력업체로 줄도산이 우려된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활주로에서 대기중인 비행기들.

대한항공, 항공 일자리 25만개… 정부 특별지원대책 요청

대한항공은 항공업계가 무너지면 사라지는 일자리의 규모도 심각하다며, 정부에 특별대책을 주문했다.

현재 국내 항공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종사자는 25만 여명에 달한다. 아이이타(IATA, 국제항공운송협회)는 현재 상황이 지속돼 국내 항공산업이 붕괴될 경우 당장 일자리 16만개가 사라지고, GDP가 약 11조 원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적항공사들은 자구책으로 급여반납, 유·무급휴직 등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항공사의 개별적인 노력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하고 있어, 정부가 과감한 지원대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특히 항공사 채권 발행 시 정부(=국책은행) 지급 보증이 필수라고 했다. 세계 항공업계는 유동성 위기로 항공사 자체 신용만으로 채권(회사채, ABS, 영구채) 발행을 통한 경영 자금 조달 불가능 처지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책은행의 보증이 있어야 국적항공사 생존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가 지난 2월 저비용항공사(LCC) 대상 3000억 원을 지원키로 했으나, 규모가 적다며 자금규모를 확대하고, 지원 대상 또한 대형항공사(FSC)를 포함한 모든 국적 항공사로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신용등급과 부채비율에 대해 한시적 완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공항 관련 노동자들이 영종도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ㆍ유럽ㆍ아시아 모두 자국 항공사 살리려 파격 지원

외국의 경우 자국의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 세금 완화, 재정·금융지원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아까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최근 상·하원 및 대통령이 합심해 여객 항공사에는 보조금 250억 달러(=30조7000억 원), 화물 항공사에게는 보조금 40억 달러(=4조9000억 원)을, 항공산업과 연계된 협력업체들에겐 30억 달러(3조7000억 원)을 지급했으며, 이와 별개로 여객항공사에 250억 달러(=30조7000억 원), 화물항공사도 40억 달러(4조9000억 원)의 규모의 대출과 지급보증을 했다.

싱가포르 또한 싱가포르항공을 지원했다. 싱가포르 최대 주주인 국부펀드 테마섹은 싱가포르항공에게 105억 달러의 규모의 주식과 전환사채 발행에 동의했고,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그룹은 28억 달러를 대출했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무한대 금융지원을 비롯해, 무이자 대출기한 연장, 세금유예, 공항 이용료 면제를 실시했고, 프랑스는 자국 항공사에 대한 담보대출의 지원방안을 수립했으며, 네덜란드는 자국 항공사에 무제한 지원과 매출 손실에 따른 임금의 90%까지 지원키로 했다.

이웃한 중국은 항공 인프라에 144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지원키로 했고, 일본은 항공사 대상 대출액 상한 없는 융자를 지원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한국 정부도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생존을 위해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맞춤형 지원 대책을 펼쳐야 한다”며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항공업계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고 지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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