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승객보다 직원들이 더 많아...승객 95% 감소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썰렁...한중 카페리 중단 2달째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코로나19로 지속되는 경기침체 여파가 관문도시 인천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늘과 바다를 잇던 대부분 항로는 끊겼고, 항공기·선박·여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23일 오전 인천공항 제1터미널역, 인천공항의 위기는 입구에서부터 느껴진다. 세계적인 공항이라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산하다. 사람을 찾기 힘든 지경이다. 상가 곳곳은 아예 문을 닫은 곳도 보인다. 제1여객터미널로 가는 길, 평소라면 가방을 지닌 여행객들로 가득할 무빙워크에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인천공항 1터미널역 내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가는 길.

터미널로 들어가니 발권카운터 대부분도 텅 비어 적막감만 감돌았다. 체크인하는 승객들의 질서를 위해 설치한 줄이 무색해 보인다. 평소라면 항공편 현황판이 꽉 차도록 노선이 표시돼야 정상이지만 항공편을 찾기가 힘들다. 창밖으로 보이는 버스정류소에도 택시나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부.

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2월, 하루 평균 약 20만여 명이 이용하던 이용객 숫자는 지난 23일 현재 1만 명 이하로 줄었다. 95%나 감소한 것이다.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인천공항은 올해 국제여객 수요를 7254만 명으로 내다봤으나 코로나19 이후 예상치를 3082만 명(전망대비 57.5% 감소)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올해 항공수익이 5664억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활주로에서 대기중인 비행기들.
인천공항에 가득했던 버스와 택시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 인천공항 세관 공무원은 “통관·검역을 대기하는 사람보다 직원이 더 많은 상황이라 너무 한가한 상황”이라며 “다만 인편으로 들어오던 해외물류가 택배로 몰리면서 특송우편 업무는 더욱 바빠졌다”고 말했다.

공항 내 화장품 가게 한 직원은 “손님이 기존보다 10분의 1가량으로 감소했다. 기존에는 알바노동자를 포함해 2~3명이 함께 근무했으나, 지금은 1명씩 돌아가며 자리만 지키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총 직원 5명이던 이 가게 직원 중 1명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먼저 직장을 관뒀다. 면세점들도 휴점에 들어가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손님 하나 없는 입국장 면세점.
인천공항 청소노동자들이 정부에 보낼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

위기가 지속되자 노동자들의 고용상황도 빨간불이다. 공항을 방문한 23일 공공운수노조와 인천공항 관련 노동자 80여 명은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인천시·인천공항공사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공항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셈이다. 청소노동자들 수십 명은 이날 기자회견 후 모여 정부에 보낼 탄원서를 모았다.

한국에서 일하던 직장을 관두고 고향 하얼빈으로 돌아간다는 한 중국인은 방호복을 입고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어디서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호복을 입고 한국을 떠나는 중국인 승객.

인천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중 정기 카페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1월 28일 이후 여객 운송을 전면 중단하고 컨테이너 화물만 수송하고 있다. 한중 카페리는 인천에 10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에 정박중인 한중 카페리.
텅 빈 제2국제여객터미널 내부.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 내부. 출국장 가는길이 굳게 닫혀있다.

이에 따라 인천 1·2국제여객터미널 카페리 업체 직원들은 모두 철수했다. 카페리 운항이 중단되니 입국장과 출국장 문도 모두 굳게 닫혀있을 뿐이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인천의 관문이 언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관련 업체와 종사자들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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