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입국 검역 때 증상 없다가 ‘나중 확진’이 더 심각
대통령, 전수조사 지시... 격리치료 ‘공공인프라’ 부족
인천은 관문... 국가지정 감염병동 ‘인천의료원’ 개편 시급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국내에서 중국 우한 발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네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중국 우한에서 한국에 입국한 이가 6700여명 규모라는 추산과 함께 시민 불안이 가중하고 있다.

(이미지제공 질병관리본부)

네 번째 확진... 문 대통령, “우한에서 입국자 전수조사”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우한에서 한국인 철수를 위한 전세기 투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말 그대로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비상사태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2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방문했다가 이달 20일 귀국한 55세 한국인 남성의 ‘신종 코로나’ 감염이 확진됐다고 밝혔다.

환자는 귀국 후 감기 증세와 고열, 근육통이 발생해 능동감시를 받다가 26일 근육통이 악화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그 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분당 서울대병원)으로 격리돼 검사를 받았고, 27일 검사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의 동선을 따라 심층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26일 세 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 남성(54세)와 접촉한 사람을 총 74명으로 파악하고 모니터링에 나섰다.

접촉자 중 1명(=호텔 종사자)은 관련증상을 보였으나 검사결과 음성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접촉자 가운데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가족과 동행자 14명은 자가 격리했고, 나머지는 능동감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세 번째 확진환자 이동 동선 공개

질병관리본부는 세 번째 확진 환자가 입국한 이후 증상을 보인 22∼25일 국내 동선을 공개했다.

세 번째 환자는 22일 개인 렌터카로 오후 1시께 서울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글로비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는 지인의 진료에 동행했고, 이후 인근 식당을 이용한 뒤 서울 강남구 소재 호텔(호텔뉴브)에 투숙했다.

23일에는 점심 때 한강 산책을 나가 한강변 편의점(GS 한강잠원 1호점)을 이용했다. 이후에는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 일대 음식점을 이용했다.

24일에는 점심 때 지인 진료에 동행하기 위해 이틀 전 방문했던 글로비성형외과를 다시 방문했다. 오후에는 일산으로 이동해 음식점과 카페 등을 이용했고, 저녁에는 일산 모친 자택에 머물렀다.

25일에는 모친 자택에서 외출하지 않았고, '1339' 신고 후 보건소 구급차로 일산 소재 명지병원으로 이송돼 격리됐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4일 '신종 코로나' 대응 긴급대책회의를 진행하고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공항 입국할 때 증상 없다가 ‘나중 확진’ 더 심각

문제는 이 환자가 20일 입국할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22일 저녁 7시께부터 열과 오한이 느껴 몸살이라고 판단해 해열제를 복용했고, 25일 오전 9시 40분께 기침과 가래 등의 증상을 보였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전했다.

세 번째 확진환자처럼 공항 입국 검역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나중에 증상을 보여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게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사망자와 확진자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7일 0시 기준 중국 내 30개 성과 홍콩·마카오·대만에서 확진자 2744명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8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769명, 사망자는 24명 늘어난 것으로, 사망자가 처음으로 한꺼번에 20명 이상 늘었다.

특히 베이징에서는 9개월 영아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고, 새로 감염된 환자 5명 중 4명이 30∼40대로 확인됐다.

중국 매체, 우한 봉쇄 전 한국 입국만 약 6430명 추산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중국 정부가 우한을 봉쇄하기 전까지(23일) 우한 거주자 약 500만명이 도시를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의 행방과 관련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한국으로도 입국한 것으로 나와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제일재경망과 바이두(百度)는 우한이 봉쇄되기 전인 지난 1월 10∼22일 우한 지역 바이두 지도 앱 사용자의 동선을 분석해 27일 발표했다.

바이두 지도 앱은 중국인 6억4400만 명이 사용하는 앱으로, 이 기간 대략적인 우한 거주자의 이동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재경망과 바이두 분석에 따르면, 우한에서 출발한 사용자 중 60∼70%는 우한시 인근 후베이성의 다른 도시로 이동했으며, 나머지는 허난(河南), 후난(湖南), 안후이(安徽), 충칭(重慶), 장시(江西), 광둥(廣東),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지로 이동했다.

이와 함께 제일재경망은 중국 항공서비스 앱 '항공반자'(港班管家)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한 탑승객의 목적지 상위 10개 도시는 모두 중국 주요 대도시인 것으로 확인됐다.

분석에 따르면, 지난 12월 30일∼1월 22일까지 우한에서 출발한 탑승객 중 6만5853명이 베이징으로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다음으로 상하이 5만7814명, 광저우 5만5922명, 청두 5만4539명, 하이커우 4만8567명, 쿤밍 4만4751명, 샤먼 3만9641명, 선전 3만865명, 산야 3만1213명, 난닝 2만9496명 순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해외로 떠난 우한 탑승객은 태국이 2만558명으로 가장 많았고, 싱가포르 1만680명, 도쿄 9080명, 한국 6430명 순으로 조사됐다.

인천의료원 국가지정음압치료 병상(사진제공 인천의료원)

인천의료원 국가 ‘감염대응’ 전문병원 확대개편 시급

우한에서 500만 명이 중국 전역으로 이동했고, 한국으로도 6430명이 이동했다는 것은, 그만큼 감염에 노출된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한국은 중국 내 주요 도시 45개와 항공노선을 운항하고 있고, 항만의 경우 중국 25개 주요 도시와 해운 노선을 운영하고 있어 중국의 웬만한 도시에 노출돼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중국 제일재경망과 바이두가 우한 거주들의 이동지역으로 뽑은 중국 내 주요도시는 인천공항과 인천항이 거의다 연결하는 곳이다.

상황이 심각하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우한에서 입국한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고, 정부는 국민 보호를 위해 우한에 전세기를 보내 한국인을 데려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인천공항과 인천항 인근에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격리 가능한 음압병동의 존재 여부다. 인천의 국가지정 음압병동은 인천의료원 6층에 마련된 음압 병상 7개가 전부다. 6층 전제를 다 사용해도 40병상에 불과하다.

인천의료원은 메르스사태 때 최선두에서 감염 차단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에도 1차 확진자를 받아 격리 치료 중이다. 하지만 우한 페렴 확진자가 인천의료원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천의료원의 일반 외래 환자 발길이 뚝 끊겼다.

외래 환자가 끊기면 인천의료원의 수익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음압병동 역할을 포기할 수도 없는 만큼, 역할 구분과 함께 정부 지원이 요구된다.

특히, 2000년대 들어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에 이어 이번 우한 폐렴까지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하는 바이러스가 늘고 있는 만큼,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에서 바로 격리 치료할 수 있게 인천의료원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국가 지정 감염전문병원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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