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평등행진‧평등인천 선언 기자회견’ 열려
소수자‧여성‧노동자 연대…“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인천투데이 정양지 기자] “나에게 평등은 탈시설이다, 싸움이다, 자유다, 차등 없는 세상이다, 서로 존중하는 것이다, 당연한 가치다, 불행에 익숙해져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이다.”

인천지역 장애인, 이주노동자, 여성, 난민, 청년, 청소년, 성소수자, 노동자 등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 노동자들이 14일 인천시청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두고 “누구도 우리를 모욕할 권리는 없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여성, 난민, 청년, 청소년, 성소수자, 노동자 등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 노동자들이 14일 인천시청 앞에 모여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 신경수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조혜연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 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활동가, 인천대학교 페미니즘 모임 ‘젠장’ 활동가, 나자트 한국이주인권센터 ‘와하’ 활동가, 안경민 인하대학교 페미니즘 소모임 ‘인페르노’ 활동가, 이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임신규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 황호인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장, 김경남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톨게이트지부 청북지회장 등이 모였다.

랑희 활동가는 “오는 19일 열리는 ‘2019 평등행진’ 추진을 위해 평등행진 조직위원회는 10월을 평등의 달로 설정했다”며 “행진에 앞서 인천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여러 소수자들과 노동자들이 모여 자신들이 겪은 차별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시청이 평등하지 않은 공간이기 때문”이라며 “잔디광장은 집회를 할 수 없는 공간이 돼버렸고, 출입문은 더 이상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게 됐다. 여기서부터 차별을 위한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조혜연 활동가는 “2013년 한국으로 온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는 비자가 만료되자 ‘불법 체류자’라는 딱지가 붙는 바람에 단속반에 쫓기다가 공사현장에 추락해 사망했다”라고 한 뒤, “하지만 단속반원들은 그를 끝내 구조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죽어가고 있다. 사회가 평등해지려면 사람을 불법이라고 낙인찍는 것부터 멈춰야 한다”며 “평등함을 누리는 데 있어 언어, 국적, 피부색, 종교 등이 예외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활동가 A씨는 “최근 인천대학교에서 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모 학과 교수를 파면하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그동안 학생이 교수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건 교수의 마음먹기에 달려 왔었다. 이런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대학에도 평등의 바람이 불길 바란다. 그 시작은 차별금지법 제정이다”라고 밝혔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여성, 난민, 청년, 청소년, 성소수자, 노동자 등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 노동자들이 14일 인천시청 앞에 모여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알 활동가는 “미디어에서 흔히 청소년을 두고 ‘우리의 미래’라고 한다. 사회의 ‘예비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미디어의 표현처럼 권리마저 미래로 유예당한다”며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인권침해는 사춘기의 작은 불만정도로 치부하고, 교육과 보호라는 명목으로 청소년을 억압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청소년은 가정에 안전히 있어야 한다’는 논리 아래 PC방, 찜질방 등은 밤 10시부터 출입을 제한한다. 하지만 어떤 청소년에게는 가정이 가장 안전하지 않은 곳일 수 있으며, 이런 제도는 청소년을 더 위험에 빠뜨린다”며 “청소년은 이 사회 어느 곳에든 머무를 권리가 있으며, 미래를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시민이다”라고 지적했다.

임신규 위원장은 “그동안 성소수자 불모지였던 인천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게 되면서, 그들의 인권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사회에는 아직도 혐오가 만연하며, 성소수자들은 오늘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혐오를 퍼뜨리며 성소수자들을 악마화하는 종교단체와 이를 무책임하게 넘기는 정치권은 반성해야 한다”며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으로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인천이 되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신을 해고당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이라고 소개한 김경남 지회장은 “비정규직 삶을 끝내고 싶어 경북 김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36일째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며 “끝까지 싸워 비정규직 철폐를 이루고, 나아가 혐오와 차별이 없는 세상이 올 때까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장종인 장차연 사무국장, 문지혜 녹색당 인천시당 운영위원이 함께했다. 이들은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2007년과 2013년 차별금지법안에서 삭제되고 유보된 존재들이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평등을 말할 것이며 끊임없이 나아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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