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인천에 차별받는 소수자ㆍ약자가 있다”
“지금, 여기 인천에 차별받는 소수자ㆍ약자가 있다”
  • 조연주 기자
  • 승인 2019.10.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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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 준비모임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9일 서울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평등행진이 진행됐다. 사회적 소수자ㆍ약자를 대상으로 한 차별을 철폐하고 혐오발언을 규제하라는 움직임이 국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 준비모임(이하 준비모임)은 올해 3월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만들었다. 준비모임을 운영하는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 랑희 씨와 기선 씨를 24일 만나 활동 상황을 들었다.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 랑희 씨, 기선 씨를 24일 만나 진행한 인터뷰했다.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 랑희 씨와 기선 씨를 24일 만나 인터뷰했다.

“인천에 ‘타자’는 존재하되, 티내면 안 돼”

준비모임엔 인권운동공간 활, 인천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 사회변혁당 인천시당, 인천대학교 페미니즘 모임 젠장, 인하대학교 페미니즘 모임 인페르노, 한국이주인권센터,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개인 자격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준비모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때는 작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와 11월 인권조례안을 둘러싼 공방이 펼쳐지고 나서다.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있지만, 인천에도 소수자ㆍ약자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인천 사람들이 그 존재를 구체적으로 느끼게 할 필요를 느꼈다.

기선 씨는 “작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는 종교 혐오세력의 정신적ㆍ물리적 폭력이 난무했고, 인권조례안 발의 당시에는 시의원에게 협박문자가 오는 등, 혐오세력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은 항구도시로 새로운 문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역사를 지닌 곳이다. 예컨대 외국인은 인천에서 낯선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에 ‘타자’를 바라보는 인천의 시선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라며 “하지만 인천이 원하는 ‘타자’란 존재하되, 티내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인천이 바라보는 사회적 소수자ㆍ약자는 권리를 얘기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어야하는 존재라는 것을 작년 사건으로 더욱 여실히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2018년 인천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반대단체에 둘러쌓여 고립돼 있다.
2018년 인천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반대단체에 둘러싸여 고립돼있다.

“혐오 방관하는 지자체도 문제”

랑희 씨는 “퀴어문화축제 때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집회 참여자 방어에 굉장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심지어 일부 구의원은 혐오세력과 함께 집회 참여자를 반대하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또, “공무원들이 ‘논란이 될 만한’ 집회 신고는 일부러 절차를 더 어렵고 길게 만들려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약자를 외면하는 것은 결국 혐오를 방관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랑희 씨는 11월에 개장하는 ‘인천애뜰’ 광장을 언급하며 “인천은 소수자ㆍ약자가 모일 광장 등, 공간이 많이 없다. 있는 공간마저도 지자체가 평등하게 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19일 평등행진 '차별금지법 제정! 지금! 당장!' 손자보
10월 19일 서울에서 열린 평등행진 참가자들.

차별금지법 제정 의미 세 가지

기선 씨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의미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라고 설명했다. 가장 넓게는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사회적 선언, 그 다음으로는 인권과 평등 감수성이 시민들의 일상에서 실천되는 것, 마지막으로 차별과 혐오로부터 발생하는 언어ㆍ신체 폭력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다.

기선 씨는 “특히, 인천퀴어문화축제 때 있었던 혐오세력의 폭력과 지난달 17일 벌어진 미얀마 유학생 폭행사건 같은 경우는 명백한 혐오범죄다”라며 “차별금지법 없이는 처벌할 수 없거나 경범죄로 처리되는 경우가 다반사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 말고 지금, 여기 인천에 살아가는 소수자ㆍ약자가 있다.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앞서 ‘준비모임’을 꾸린 이유는, 인권 분야 단체와 활동가들이 모여 각 단체의 의제 등을 여유를 가지고 나누기 위함이라고 기선 씨는 설명했다. 준비모임은 3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낙태죄 폐지 등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고 있다.

준비모임은 내년 4월 총선 전에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또, 총선 기간에는 정당과 후보자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거나 의견을 밝히게 하는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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