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강화 유적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제고 방안 ⑧
강화 유적 세계유산 등재 추진의 핵심쟁점과 과제(마지막)

<편집자 주> 강화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역사문화 유적이 많다. 인천시는 강화의 역사문화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지난해 11월 수립했고, 올해 1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세부추진계획을 수립,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강화의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 대상은 해양관방유적(진ㆍ보ㆍ돈대 등)이 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진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인천시민은 많지 않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추진 상황은 물론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목적과 의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과 절차 등을 보도해 시민 관심도를 높이고자 이번 기획취재를 진행했다.

아울러 지난해와 올해 각각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과 백제역사유적지구, 내년 1월 등재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인 서울 한양도성의 등재 추진 과정 등을 살펴봄으로써 강화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번 기획취재 연재의 마지막인 이번 호에선 강화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서 핵심 쟁점과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강화 해양관방유적, 2020~22년 세계유산 등재 목표

[기획취재] 강화 유적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제고 방안

①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가치 재창조
②강화 유적 세계유산 등재 추진, 어디까지 왔나
③강화 해양관방유적의 역사적ㆍ학술적 가치(상)
④강화 해양관방유적의 역사적ㆍ학술적 가치(하)
⑤이미 등재한 곳에서 배운다-남한산성
⑥이미 등재한 곳에서 배운다-백제역사유적지구
⑦세계유산 등재 추진, 다른 곳은-한양도성
⑧강화 유적 세계유산 등재 추진의 핵심쟁점과 과제(마지막)
최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지구나 남한산성에서 보았듯이 세계유산 등재는 잠정목록 등재 이후에도 최소 5년 정도 걸린다. 잠정목록 등재 이후 별 다른 진척이 없는 곳들도 있다.

우리나라는 ‘한 해에 유적 한 개 세계유산 등재 원칙’에 따라 내년엔 ‘한국의 서원’을, 2017년엔 한양도성을 우선 등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에 인천시는 강화 유적을 내년에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하고,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28일 ‘잠정목록 등재신청서 작성과 유적 기초 연구조사 수행’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잠정목록 등재 추진 범위는 강화의 진ㆍ보ㆍ돈대를 중심으로 한 해양관방유적이다. 대상 유적의 명칭은 ‘강화해양관방유적’으로 할 것인지, ‘강화도 돈대와 해변요새’로 할 것인지, 아니면 제 3의 명칭으로 할 것인지, 가변적이다. 여기에 경기도 김포시의 문수산성과 덕포진까지 포함한다. 심승구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경기도, 김포시와 세계유산 등재 공동 추진을 위한 협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김락기 강화고려역사재단 사무국장은 “보통 잠정목록 등재신청서를 작성할 때는 등재 대상 범위를 넓게 잡는다”며 “잠정목록 등재 이후 현장조사나 국제학술회의 등으로 다양한 학술적 분석과 문화재 관련 규제사항 검토 등을 거쳐 본 등재 추진 대상을 확정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강화 해양관방유적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데 주요하게 검토하거나 필요한 사항은 크게 세 가지이다.

“세계유산 등재돼도 추가 규제 없다”

▲ 강화 월곶돈대와 해안 철책선.
첫째 강화지역 문화재 보호를 위한 규제 관련 사항이다. 이는 핵심 쟁점으로 부각할 수도 있다.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추가 규제를 걱정해 반대하는 주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제출하고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실사 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추가 심사 보완 답변서까지 제출한 남한산성은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2014년 6월 개최)의 등재 여부 결정을 앞두고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남한산성 산성리 주민들이 ‘남한산성 새마을회’ 명의로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남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재고 요청을 골자로 하는 ‘의견서’를 2014년 2월 28일자로 송부한 것이다. 일종의 남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반대를 위한 항의서한이었다.

주민들의 등재 반대 서한 발송 배경을 보면, 남한산성 산성리에는 음식점 100여개소를 운영하는 주민들이 있는데,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과 ‘자연공원법’의 규제로 음식점 개축과 확장이 제약되고 있었다. 그래서 규제 완화 또는 해제를 행정기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여기에 남한산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추가적인 규제로 음식점 영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등재 이후엔 전 국민적 관심으로 행정기관의 단속 등이 더 엄격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도 해당 유산의 소유권이나 관리는 당사국의 국내법을 우선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세계유산 가치 평가 기준에서 필요조건으로 요구하는 것 중의 하나가 ‘당사국의 법률 및 관리체계’인 것만 봐도 당사국의 문화재 관련법을 우선해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세계유산협약’에도 명시돼있다. 이 협약 제6조 1항을 보면 ‘국내법이 정한 재산권은 해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있다. 다만, 세계유산 등재로 현재 미지정 유적이 추가 지정되거나 지방문화재가 국가지방문화재로 승격될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규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강화의 돈대들을 보면, 관련법규에 따라 보호되고 있는 돈대가 32개이다. 이중에 7개는 군사기지나 군사시설보호구역 안에 있다. 법적 보호 장치가 없는 돈대는 동검북ㆍ양암ㆍ석각 등 3개에 불과하다.

남한산성이 어떻게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나를 보여주는 백서 ‘남한산성(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2014.12.29.)’을 보면 이러한 대목이 나온다.

‘보통 거론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효과는 자국의 문화유산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산임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고, 부가적으로 국민과 정부의 관심이 높아져 유산의 보존과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과 국내외 관광객의 증가로 인한 수입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유사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서 기술적 재정적 원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산에 오랫동안 정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그동안 국내의 문화재보호법이나 자연공원법 등이 적용하는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다양한 법적 규제로 인한 재산권 행사의 제약을 받아왔는데, 이제는 세계유산 등재로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되면서 더욱 강화된 규제를 받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중략)

세계유산 등재가 대대로 문화유산과 함께 살아온 지역주민의 생존권과 정주여건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한다면 그 또한 지나칠 수 없는 고려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과거의 소중한 문화유산과 현재 살고 있는 지역주민과의 공존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할 것이다. 결국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유산을 마지막으로 지키는 이는 지역주민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유산 등재 시 주민과 관계 행정기관의 협조체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남한산성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를 마을 이장, 상인회 회장, 남한산성초등학교 교장, 불교와 천주교 대표 등으로 구성했고, 역시 마찬가지로 한양도성 등재추진위를 서울시ㆍ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과 세계유산 분야 전문가뿐만 아니라, 한양도성과 이웃하고 있는 7개(이화ㆍ충신ㆍ창신ㆍ교남ㆍ성북ㆍ삼선ㆍ장충동) 마을 대표까지 포함해 구성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추진의지 있다면 조직·예산 확충해야”

▲ 강화 후애돈대.
또 주요하게 검토할 사항은 등재 추진 체계와 예산, 조직 구성이다. 인천시는 지난 2월 전담팀을 구성하고 전문가들을 자문단으로 위촉했다. 전담팀은 인천시 5명, 강화군 3명, 강화고려역사재단 4명 등, 총12명으로 구성했다. 시 문화재과장이 전담팀을 총괄한다.

사례조사와 학술회의ㆍ자문단 운영 등의 실제적 사업은 강화고려역사재단이 맡는다. 사실상 아직까진 강화고려역사재단 직원 4명이 전담하고 있는 것인데, 이들은 재단의 다른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와 한양도성의 등재 추진 조직과 비교하면 상당히 왜소하다. 서울시는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전담부서 한양도성도감과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한양도성박물관도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예산 또한 마찬가지다. 강화고려역사재단의 올해 경상비와 사업비는 총5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등재 추진에 투입되는 예산은 많지 않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의 올해 인력은 11명이고, 예산은 경상비와 사업비를 합해 약 16억원이다.

지난달 열린 ‘강화 유적 세계유산 등재 추진 관련 1차 지역인사 간담회’ 참석자들은 “인천시장과 강화군수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 같은데, 시장이 의지가 있다면 조직과 예산을 확충해주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잠정목록 등재 이후에 이뤄져도 되지만, 관계 기관과 전문가, 지역주민 대표들로 등재추진위를 구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시민과 함께 추진하는 방안 마련해야”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시민 홍보와 여론 수렴이다. 인천시가 강화 해양관방유적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시민은 아직 많지 않다. <인천투데이>과 강화고려역사재단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강화 유적 세계유산 등재 추진 관련 2차, 3차 지역인사 간담회’가 9월 강화에서 예정돼있고, 향후 여론조사와 공청회도 진행할 예정이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서울시처럼 관련 박물관을 건립하지는 않더라도 강화의 해양관방유적을 보다 많은 시민에게 알릴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 등의 운영도 필요하다. 세계유산 등재는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다. 학술적 가치를 조명하는 것은 물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내고 시민과 함께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인천시의 의지와 적극적인 투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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