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강화 유적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제고 방안 ⑦세계유산 등재 추진, 다른 곳은-한양도성

<편집자 주> 강화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역사문화 유적이 많다. 인천시는 강화의 역사문화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지난해 11월 수립했고, 올해 1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세부추진계획을 수립,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강화의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 대상은 관방유적(진ㆍ보ㆍ돈대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진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인천시민은 많지 않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추진 상황은 물론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목적과 의의, 세계문화유산 선정 기준과 절차 등을 보도해 시민 관심도를 높이고자 한다. 아울러 현재 국내에선 서울 한양도성, 충남 공주ㆍ부여와 전북 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 등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타 지역의 추진 사례를 취재해 강화와 비교해보고, 이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 등의 등재 추진과정과 등재 후 관리방안 등을 취재해 강화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등재 후 관리방안 등 향후과제도 살펴보고자 한다.

등재신청서 내년 1월 제출 예정

[기획취재] 강화 유적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제고 방안

①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가치 재창조
②강화 유적 세계유산 등재 추진, 어디까지 왔나
③강화 해양관방유적의 역사적ㆍ학술적 가치(상)
④강화 해양관방유적의 역사적ㆍ학술적 가치(하)
⑤이미 등재한 곳에서 배운다-남한산성
⑥이미 등재한 곳에서 배운다-백제역사유적지구
⑦세계유산 등재 추진, 다른 곳은-한양도성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현지(독일 본) 시각으로 지난 7월 4일 ‘백제역사유적지구(Baekje Historic Areas)’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유산을 총12건 보유했다. 우리나라는 내년엔 ‘한국의 서원(대구ㆍ경북ㆍ경남ㆍ전북ㆍ전남 충남)’을, 2017년엔 ‘서울 한양도성’을 각각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하고 있다.

함창모 서울시 도성정책팀 주무관은 “지난 3월 한국어로 된 등재신청서를 작성하고 현재 일부 경미한 보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동시에 이를 영문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오는 9월까지 초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를 내년 1월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하면 하반기(6~10월)에 현지실사가 진행되고, 등재 여부는 2017년 6~7월에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양도성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건 2012년 11월 23일이다. 잠정목록은 세계유산에 정식 등록되기 전에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가치가 있는 유산들을 목록화해 향후 충분한 연구와 자료축적을 위한 절차다. 잠정목록에 등재되면 1년 뒤부터 등재신청 자격을 얻는다.

전담 부서 신설·한양도성박물관 건립
이해관계자 참여하는 등재추진위 구성

■ 서울 한양도성(사적 제10호)의 개요

한양도성은 조선왕조 도읍지인 한성부의 경계를 표시하고 그 권위를 드러내며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성이다. 태조 5년(1396), 백악(북악산)ㆍ낙타(낙산)ㆍ목멱(남산)ㆍ인왕의 내사산(內四山) 능선을 따라 축조한 이후, 여러 차례 개축했다. 평균 높이 약 5~8m, 전체 길이 약 18.6km에 이르는 한양도성은 현존하는 전 세계의 도성 중 가장 오랫동안(1396~1910, 514년) 도성 기능을 수행했다.

한양도성에는 4대문과 4소문을 뒀다. 4대문은 흥인지문ㆍ돈의문ㆍ숭례문ㆍ숙정문이며, 4소문은 혜화문ㆍ소의문ㆍ광희문ㆍ창의문이다. 이중 돈의문과 소의문은 멸실됐다. 또한 도성 밖으로 물길을 잇기 위해 흥인지문 주변에 오간수문과 이간수문을 뒀다.

한양도성은 2014년 현재 전체 구간의 70%, 총12.8km 구간이 남아있거나 중건됐다. 숙정문 ㆍ광희문ㆍ혜화문을 중건했는데, 광희문과 혜화문은 원래 자리가 아닌 곳에 세워졌다.
한양도성은 2012년 4월 20일 우리나라 문화재청이 선정하는 세계유산 잠정목록 신청대상에 선정됐다. 그해 5월 7일 서울시는 ‘한양도성 보존ㆍ관리 및 활용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9월 28일에는 한양도성 전담 부서인 한양도성도감과와 함께 서울역사박물관 산하에 한양도성연구소를 신설했다. 한양도성도감과는 도성정책ㆍ도성보존ㆍ도성관리ㆍ도성학술팀 등, 팀 4개를 두고 있으며, 과장을 비롯해 직원 18명이 일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는 시민 순성관(한양도성 지킴이 약 100명)을 임명하고, 전문가로 한양도성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한양도성자문위원회는 한양도성 일대 개발계획이 문화재에 끼칠 영향 등을 판단하는 데 전문적인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는 또, 지난해 7월 31일엔 동대문성곽공원 내 디자인지원센터에 한양도성의 역사와 가치를 조망하는 한양도성박물관을 개관했다. 이 박물관은 한양도성의 과거와 현재, 미래유산으로서 가치를 담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도성 관련 국내외 자료를 구비한 도성정보센터와 시민참여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육공간을 갖췄다.

한양도성박물관은 시민과 협업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뜻 깊다. (재)성북문화재단과 함께 어린이들의 한양도성 그림과 젊은 작가들이 협업한 ‘이야기로 이어진 선, 한양도성’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레고 동호회 회원들은 1900년 전후 숭례문과 주변 모습을 레고 모형으로 재현하기도 했다. 한양도성박물관은 연 2회 백악ㆍ낙산ㆍ남산ㆍ인왕산구간 등 구간 4개를 전문 해설사와 함께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지난달 말 ‘한양도성 보존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다. 이 조례에 대해 함창모 주무관은 “한양도성 등재추진위원회의 구성ㆍ운영과 한양도성 보존ㆍ관리에 민간이 참여할 경우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등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재추진위는 이미 지난 4월 28일 34명으로 구성됐다. 서울시ㆍ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과 세계유산 분야 전문가뿐만 아니라, 한양도성과 이웃하고 있는 7개(이화ㆍ충신ㆍ창신ㆍ교남ㆍ성북ㆍ삼선ㆍ장충동) 마을 대표까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다.

등재 신청서 작성, 현장실사 준비, 보존ㆍ관리 등,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준비를 지원한다. 아울러 한양도성과 주변지역의 보존ㆍ관리와 활용, 한양도성 문화유산 교육ㆍ홍보와 시민참여에 관한 계획 수립 시, 이를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혜은(동국대 교수) 이코모스(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여섯 차례 학술회의로 가치 조명
대한토목학회와 연구 수행 등 협력

▲ 한양도성과 서울시의 일부 모습.<사진출처·서울시>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유네스코가 규정한 세 가지 핵심 가치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과 ‘완전성’을 갖춰야한다. 한양도성에서 이러한 가치를 찾기 위한 서울시의 노력은 여섯 차례의 국내ㆍ외 학술회의와 도성 관리에서 볼 수 있다.

2013년 2월 21~22일 ‘역사도시와 도시성곽’을 주제로 한 ‘1차 한양도성 국제학술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5월 21일 ‘한양도성 성문(城門)의 상징성’을 주제로 한 ‘6차 한양도성 학술회의’까지, 여섯 차례 개최했다. 앞선 다섯 차례 학술회의는 한양도성이 지닌 세계유산적 가치와 진정성을 탐구하는 자리였고, 6차 학술회의는 시민들 곁에 늘 가까이 있고 친숙하지만 그 가치를 잘 모르고 있는 숭례문ㆍ흥인지문 등, 성문을 집중 탐구하는 자리였다.

서울시는 이 학술회의들로 한양도성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조명하는 동시에,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돼있는 베로나와 이스탄불, 잠정목록으로 등재돼있는 난징 도시성곽과 한양도성을 비교ㆍ연구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학회와 협력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서울연구원과 대한토목학회는 올해 3월 30일 ‘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관련 연구 수행, 학술세미나 개최, 국내ㆍ외 홍보 등을 포함해 다각도로 협력하기로 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특별 세미나 ‘한양도성 바로 알기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열기도 했다.

>>한양도성의 세계유산적 가치는?

‘유네스코 운용지침’을 보면, 세계유산은 ‘인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닌 유형의 유산으로서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을 입증하는 유산’으로 정의한다. 즉, 세계유산이 되려면 세계유산 등재기준에 부합하고, 진정성과 완전성의 기준을 충족해야하고, 지속가능하게 보호와 관리 요건을 충족해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은 여섯 가지다. 이 기준들 중 한 가지 이상을 만족해야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다. 등재신청서에 해당 유산이 어떤 기준을 만족하는지 서술돼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함창모 서울시 도성정책팀 주무관은 “등재신청서를 제출할 때까지 비공개로 하고 있어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2013년 2월에 열린 1차 한양도성 국제학술회의에서 전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해 교수가 ‘한양도성의 세계유산적 가치’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을 보면, ‘한양도성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의 ⅱ, ⅲ, ⅳ, ⅵ항을 충족하는 요건을 갖췄으며, 그 중에서도 ▲한양도성이 입지하고 있는 자연 지세와 지형과의 관계 ▲조선왕조 500여년 동안 지속돼온 수도로서 위상 ▲근대사회 이전 동아시아 문화권 속에서 형성된 도시유산이라는 관점에서 탁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서술했다.

이상해 교수는 한양도성을 고구려 평양성과 고려 개경도성의 연장선상에서 완성된 독창적인 한국 도성형식으로 정의하고, “600여년의 역사적 층위가 중층적으로 쌓여있는 유산이자, 자연지형과 지세를 잘 활용해 축조한 석조성곽유산으로서 ‘탁월한 보편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 인왕산구간. <사진출처·서울시>

▲ 백악구간. <사진출처·서울시>

▲ 창의문. <사진출처·서울시>

▲ 낙산 초입 야경. <사진출처·서울시>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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