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강화 유적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제고 방안①

<편집자 주> 강화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역사문화 유적이 많다. 인천시는 강화의 역사문화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지난해 11월 수립했고, 올해 1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세부추진계획을 수립,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강화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대상은 관방유적(진ㆍ보ㆍ돈대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진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인천시민은 많지 않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추진 상황은 물론 세계유산 등재의 목적과 의의, 세계유산 등재 기준과 절차 등을 보도해 시민 관심도를 높이고자 한다.

아울러 현재 국내에선 서울 한양도성, 충남 공주ㆍ부여와 전북 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 등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타 지역의 추진 사례를 취재해 강화와 비교해보고,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 등의 등재 추진과정과 등재 후 관리방안 등을 취재해 강화 유적의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동시에 등재 후 관리 등 향후과제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획기사는 총7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영국 스톤 핸지, 한국 수원화성, 케냐 국립공원, 페루 마추픽추, 한국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티브이(TV)나 신문 등 대중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진 세계적 유산들이다.

유네스코 등재 유산은 크게 ‘세계유산’과 ‘세계기록유산’, ‘인류무형유산’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위에서 열거한 유산들은 유네스코 등재 유산 중에서 세계유산에 속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1972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에 의해 인류를 위해 꼭 지키고 보호해야할 것들을 모아 지정하는 제도이다. 세계유산은 한 민족, 한 국가에서만 보존되고 전승되는 유산이 아니라, 세계인이 공동으로 지키고 전승해야 할 유산으로서,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유산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어떤 유산이 세계유산이 되는 걸까? ‘유네스코 운용지침’을 보면, 세계유산은 ‘인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닌 유형의 유산으로서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을 입증하는 유산’으로 정의한다. 즉, 세계유산이 되려면 세계유산 등재기준에 부합하고, 진정성과 완전성의 기준을 충족해야하고, 지속가능하게 보호와 관리 요건을 충족해야한다는 것이다.

세계유산의 종류에는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이 있다. 문화유산은 건축물이나 성곽, 탑처럼 인간이 만든, 움직일 수 없는 문화재를 뜻한다.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 한국의 창덕궁 등이 대표적 문화유산이다.

자연유산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잘 보존돼있는 곳과 독특한 지형, 희귀한 동식물이 사는 곳을 말한다. 히말라야 산맥의 에베레스트 산, 과학자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연구한 갈라파고스 섬, 한국 제주도의 화산섬과 석회동굴 등이 여기에 속한다.

복합유산은 문화와 자연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잉카문명의 유적인 페루의 마추픽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세계유산의 정의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과 완전성’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탁월한 보편적 가치

▲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적인 수원화성. <사진 출처ㆍ수원시>
‘탁월’하면서 어떻게 ‘보편적’일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지난해 6월 남한산성이 우리나라에서 열한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는데, 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남한산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는 데 초창기 가장 어려웠던 점은 탁월하면서 보편적이라는 모순적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덧붙여 ‘탁월하다는 것은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는 기준으로, 자국의 국경을 초월하며 모든 인류의 현재와 미래 세대에 공통으로 중요한 만큼의 예외적인 문화적ㆍ자연적 중요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보편적이라는 것은 한 민족이나 국가의 역사적 중요성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인류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남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정 등을 정리한 백서 ‘남한산성’의 원고를 쓴 원준호씨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대한 가장 많은 오해는 ‘우리 것이 최고야’ 하는 태도로 독특성에 대한 세밀한 정당성 제시가 없는 상태에서 ‘문화의 교차로’나 ‘독특한 유적’ 등의 진술에 의존하고, 유산 자체의 질적인 가치에만 치우쳐 고유성을 강조하거나, 지역적ㆍ국가적 중요성과 상징성에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문화유산 등재의 필요성을 조화롭게 설명해야하고, 너무 광범위하거나 지엽적인 특정 대상에 치우치지 말고 초점을 갖춰야한다”고 서술했다.

이어서 “또한 반대로 문화유산의 가치를, 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 모든 가치를 망라한다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다. 세계유산이 되려면 적절한 지구적ㆍ지리적ㆍ문화적 틀 속에서 비교연구를 통해 다른 유산과 비교 분석한 결과를 제시해 왜 인류에게 보편적인 탁월한 가치가 있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정성과 완전성

다음으로 ‘진정성과 완전성’의 의미를 살펴보자. 진정성의 사전적 의미는 ‘출처가 분명하고 진품 혹은 진짜’라는 뜻이다. 문화유산으로서 진정성이 있다는 것은 재질ㆍ기법 등이 원래의 가치를 보존하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원준호씨는 “예를 들면 특정 유산이 조선시대 건물이라면 가치 평가기준에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에 해당할 수 있게 그 당시의 재료와 기술력으로 만든 것이어야 하며, 원래의 가치가 잘 보존돼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진정성의 조건은 유산의 속성이 진실성과 신뢰성을 얻는다는 조건에서 충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완정성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어떤 가치나 기준이 의심할 바 없다’는 뜻이다. 특정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그 유산이 가치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통해 세계유산 등재기준을 충족해야한다는 의미이다. 완전성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유산의 다음과 같은 범위를 평가해야한다.

첫째,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나타내는 모든 구성요소를 포함하고 있는가? 둘째, 등재 유산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모든 특징과 과정을 완벽하게 대표할 수 있는 적절한 규모인가? 셋째, 무관심과 개발의 부정적 효과로부터 받는 어려움과 고충을 반드시 서술해야한다. 넷째, 등재 유산의 물리적 표면과 중요한 특징들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해야하며, 쇠락 과정을 통제할 수 있어야한다. 다섯째 완전한 가치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구성요소들의 중요한 부분들이 모두 포함돼야한다. 문화 경관, 역사 마을, 다른 생활문화유산의 경우 독특한 특징을 나타내는 데 중요한 관계성과 동태적인 기능이 모두 유지돼야한다.

유산 보존·관리에 긍정적 영향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입 증대

▲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적인 제주 용암동굴. <사진 출처ㆍ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특정 국가 또는 민족의 유산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유산임이 증명되는 것이다.

2014년 6월 현재 세계유산은 총1007개이다. 이중에서 문화유산은 779개, 자연유산은 197개, 복합유산은 31개이다. 국경을 넘어 2개국 이상이 공동 등재한 유산은 모두 31개, 위험에 처한 유산은 46개, 목록에서 삭제된 유산은 2개이다. 세계유산 가입국 191개 중에서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가는 161개국이다.

이탈리아가 50개로 가장 많고, 중국 47개, 스페인 44개, 프랑스 39개, 멕시코 32개, 영국 28개, 미국 22개, 일본 18개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11개, 북한은 2개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 건수는 한 나라의 문화적 국력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는 것은 국가의 소유권이 변하지 않으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국민과 정부의 관심이 높아져 유산 보존과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관광객의 증가로 인한 수입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유사 시 세계유산센터에서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의 방문객은 2006년 약 76만명에서 2013년 약 147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남한산성 도립공원 방문객은 2007년 약 132만명에서 2014년 약 337만명으로 증가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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