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언론 지원사업| 서해 최북단 백령공항이 가져올 미래⑥
섬 이동권 보장ㆍ지역경제 활성화ㆍ균형발전ㆍ해양안보 등 역할
타이완 진먼공항 같은 남북교류 가교 역할 하지 말란 법 없어
백령공항이 가져올 평화·안보 기능 개성공단 사례로 이미 배워
백령공항 인천시 운영권 확보 추진... 지방분권 마중물 가능성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대한민국 섬 주민들은 오랜 세월 국경의 변방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그동안 육지와 달리 이동권에 제약을 받으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살아왔다.

연륙교가 없는 섬의 경우 대부분 육지를 오갈 때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천 백령도를 비롯해 울릉도·흑산도 등 국경 끝단의 섬을 오가는 여객선들은 기상악화로 인해 배가 뜨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더구나 백령면과 대청면의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인접한 최북단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수십년간 야간운항이 금지되는 안보규제까지 더해졌다. 남북분단 현실에서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3도 주민의 기본권 제약은 당연한 일로 치부됐다.

그러던 중 백령도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백령공항 건설사업이 지난 2022년 12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며 본궤도에 돌입했다. 이르면 2027년 개항이 목표다.

백령공항은 섬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관광수요 창출과 향후 서해평화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이다. 게다가 인천시는 국내 최초로 지방자치단체로서 백령공항 운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백령공항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이 현실화 되면 어떤 모습이며, 선결할 과제는 무엇인지 앞으로 총 6편에 걸쳐 살펴본다.<기자말>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전경.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전경.

기상악화와 야간운항 금지 이중고...백령공항 이동권 보장 기대

인천항에서 북서쪽으로 약 178km 떨어진 백령도는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맞닿은 대한민국 최북단 섬이다. 면적 51.35㎢로 내륙과 연결된 섬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5번째로 큰 섬이다. 인구는 5000여명인데 해병대 군인을 포함하면 1만여명이다.

현재 백령도를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초쾌속선 코리아프라이드호(1680톤)을 타고 3시간 40분 걸려 들어가는 방법뿐이다. 인천 밖 다른 지역에서 인천항에 도착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편도 6시간은 기본이다.

이마저도 초쾌속선 취항으로 빨라진 편으로 이전엔 편도 운항시간만 4~5시간이 기본이었다. 게다가 인천~백령 항로는 1년에 100일 가까이 휴항해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상악화로 인한 출항금지와 야간운항 금지 조항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서해 NLL 인근 서해5도(대청·소청·연평·소연평)는 안보를 이유로 국내 영해 중 유일하게 야간운항이 금지된 구역이다. 해당 항로를 오가는 여객선은 일출·일몰 전후 30분 사이에만 운항할 수 있다. 따라서 기상악화로 출항이 지연되면, 야간운항 금지 규정에 걸려 출항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백령공항 건설사업은 백령·대청·소청도 주민들의 숙원이었다. 교통여건 개선으로 1일생활권이 형성돼 헌법적 기본권인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다. 또한 관광수요 증대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해양영토 수호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이다.

백령공항과 중국 주요 항로 노선 예상도.(자료제공 최정철 교수)
백령공항과 중국 주요 항로 노선 예상도.(자료제공 최정철 교수)

백령공항, 타이완 진먼공항 같은 남북교류 가교 되지 말란 법 없어

백령도를 포함한 서해5도 해역은 남한·북한·중국이 맞닿아 있어 갈등과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중국과는 불법조업 어선으로 어업인들이 큰 피해를 겪고 있다. 북측과는 NLL을 경계로 제1·2차 연평해전, 천안함 침몰, 연평도포격 사건 등이 발발한 화약고 같은 곳이다.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분쟁지역으로 꼽히는 백령도이지만, 천혜의 자연환경과 해상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을 위한 해상풍력발전과 섬 끼리 이동을 위한 도심항공교통(UAM) 운용에도 최적지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향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백령도는 한반도 화약고에서 평화와 교류의 섬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는 중국과 타이완 접경지로 양안관계 분쟁지역인 진먼섬(금문도, 金門島)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다.

백령도와 가장 가까운 북측 장연군 장산곶은 불과 16km 거리다. 두무진포구에서 북측을 바라보면 훤한 장산곶매가 나는 곳이다.

이처럼 타이완 영토 진먼섬은 중국 샤먼과 8km 거리다. 국공내전 직후 1949년부터 1978년까지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 정부간 치열한 포격전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현재는 자유롭게 민간교류가 이뤄지며 양안관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이어주는 건 진먼공항이다.

개성공단 의류제조공장 북한노동자들.
개성공단 의류제조공장 북한노동자들.

백령공항이 가져올 평화와 안보 개성공단 사례로 이미 배워

백령공항 또한 진먼공항처럼 남북평화를 상징하는 시설로 거듭나지 말란 법은 없다. 백령도를 중심으로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이 이뤄진다면, 이는 북측에도 이득이며 평화와 안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안이 된다. 남북은 이미 개성공단 사례에서 이를 배웠다.

남북 경제협력이 처음 논의될 당시 고 정주영 남측 현대그룹 회장은 고 김정일 북측 국방위원장에게 해주를 경제협력단지 자리로 요청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해주는 군사지역이라 곤란하다며 신의주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남측에서 접근성이 떨어지고 경제효과가 떨어져 제외됐다.

김 위원장은 한국전쟁 당시 주요 거점이었던 개성을 다시 제안했다. 군부의 반대가 심했지만 김 위원장이 설득했다. 개성 주둔 북측 6사단 등이 전선을 15km 후퇴하며 개성공단이 탄생했다. 남북경제협력이 평화를 가져온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반대로 현재의 한반도 상황은 더욱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11월 북측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빌미로 남측이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를 결의했고, 북측은 이를 파기했다. 한반도 군사충돌을 막아주던 최소한의 안전핀이 사라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접경·분쟁지역에 조성되는 공항을 북측은 어떻게 바라볼까. 백령공항은 민군 겸용 소형공항이라 안보의 역할도 한다. 북측은 코앞에 군용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항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백령도에선 남북평화와 국제교류를 위한 사업들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백령도에 항공기뿐 아니라 백령~웨이하이 국제카페리를 이용한 동북아 국제관광 여객이 드나들고, 대북사업이 이뤄진다면 백령도는 타이완 진먼섬처럼 남북 군사긴장의 완충지대가 될 수 있다.

백령공항 주변지역 개발구상 조감도.(사진제공 인천시)
백령공항 주변지역 개발구상 조감도.(사진제공 인천시)

백령공항 인천시 운영권 확보 지방분권·균형발전 상징 거듭나야

인천시는 백령공항 운영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국내 최초 사례가 될 수 있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까지 국정과제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정부권한 이양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내엔 공항 인천·김포·김해 등 공항 16개가 있으며, 향후 백령·울릉·흑산공항을 비롯해 7개다. 이를 모두 국토부가 관리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국토부는 섬 지역 공항 운영권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일본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5월 국토부가 일본 국토교통성과 한·일 항공협력회의를 개했다. 이 자리에서 두 나라는 섬 지역 항공교통망을 확충하고, 공항 건설·운영에 지자체와 민간이 참여하는 방안을 공유하기로 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일본 주요 섬과 떨어진 유인도 258개의 균형발전을 위해 낙도진흥법을 제정했다. 이는 쓰시마와 오키나와 등 섬 지역 소형공항 건설로 이어졌다. 한국보다 50여년 넘게 앞서 섬 지역 공항 건설을 추진한 선진사례다.

열도로 이뤄진 일본은 섬이 많은 만큼 공항도 175개로 많다. 이 중 주요 국제공항을 제외하면 소형 국내선 위주 공항은 지방관리공항으로 분류돼 지방정부가 운영한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공항운영 차원에서 지방분권을 대폭 보장한다. 인천시가 백령공항 직접 운영을 추진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 이 기획기사는 2023년 인천광역시 지역언론 지원사업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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