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언론 지원사업| 서해 최북단 백령공항이 가져올 미래③
국내 첫 섬 소형공항 역할 막중...활주로 매립 한창 공정률 37%
수도권 소요시간 6시간→1시간...울릉공항 독도 여객선 환승 가능
관광활성화 기대 숙박·교통 예약·결제 한번에 Maas 시스템 구축
국내 소형항공사 기준 50석→80석 추진 국제선 취항까지 기대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대한민국 섬 주민들은 오랜 세월 국경의 변방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그동안 육지와 달리 이동권에 제약을 받으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살아왔다.

연륙교가 없는 섬의 경우 대부분 육지를 오갈 때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천 백령도를 비롯해 울릉도·흑산도 등 국경 끝단의 섬을 오가는 여객선들은 기상악화로 인해 배가 뜨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더구나 백령면과 대청면의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인접한 최북단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수십년간 야간운항이 금지되는 안보규제까지 더해졌다. 남북분단 현실에서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3도 주민의 기본권 제약은 당연한 일로 치부됐다.

그러던 중 백령도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백령공항 건설사업이 지난 2022년 12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며 본궤도에 돌입했다. 이르면 2027년 개항이 목표다.

백령공항은 섬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관광수요 창출과 향후 서해평화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이다. 게다가 인천시는 국내 최초로 지방자치단체로서 백령공항 운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백령공항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이 현실화 되면 어떤 모습이며, 선결할 과제는 무엇인지 앞으로 총 6편에 걸쳐 살펴본다.<기자말>

울릉공항 건설현장.
울릉공항 건설현장.

울릉 사동항 눈앞 공사 한창...수도권 3시간이면 독도 도착 가능

울릉공항은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에 건설 중인 소형공항이다. 지난 2020년 11월 착공했으며, 2025년 말 준공해 2026년 초 개항하는 게 목표다. 활주로 1200m 폭 36m 규모로 짓고 있으며, 지난 9월 기준 공정률은 37%다.

울릉도에서 경북 울진군과 강원 동해시를 뱃길로 이어주는 사동항에 도착하면 울릉공항 공사현장을 직접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인근 전망대에서는 활주로까지 조망할 수 있다. 현재 공항 예정지에 있는 산봉우리 가두봉 일부를 절취하며 바다를 직접 매립해 공사 중이다.

공항이 들어설 곳의 수심은 평균 23m, 최고 31m에 달해 인근 산봉우리 가두봉을 깎아 매립 골재를 확보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수심 1m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만만치 않은 공사다. 이에 따라 공사비용은 7092억원으로 섬에 예정 중인 소형공항 중 가장 많다. 백령공항은 2018억원, 흑산공항은 1833억원 등이다.

이 과정에서 먼지가 많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절취공사 후 절취한 산을 복구하는 것도 과제다.

사동항은 울릉도에서 동해 끝 독도로 향하는 여객선(1시간 40분 소요)이 떠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울릉공항이 생기면 항공기로 공항에 도착 후 바로 여객선으로 환승해 독도 여행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수도권에서 울릉공항을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강릉·동해·울진·포항 등지로 KTX를 타고 간 뒤 쾌속선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환승까지 고려하면 최소 6시간 이상 소요되는데, 공항이 생기면 1시간 내외로 단축된다. 향후 수도권에서 3시간이면 독도까지 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독도 모습.
독도 모습.

울릉공항 1969년 첫 검토... 독도 실효지배 강화 효과까지

울릉공항 개발은 1969년 부산지방 항공관리국이 후보지 현지조사를 한 것을 시작으로 지속해서 검토됐다. 당시엔 공항을 건설할 경우 1000m 이하로 활주로를 짓는 게 적합하고, 겨우 30석급 정도의 소형항공기를 도입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됐다.

이후 1998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울릉도 공항개발 타당성 조사연구’를 수행했으나 여전히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국토해양부는 2009년 다시 울릉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업 타당성은 여전히 미지수였다.

하지만 정부는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11~2015)’에 울릉공항 건설사업을 담으며 다시 추진했다. 이후 2011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사동항 2단계 사업(방파제 구간 활용)과 연계하는 대안을 제시해 비용대비편익(B/C)값이 1.10로 나타나 경제성을 확보했다.

울릉공항이 건설되면 섬 지역의 불편한 교통과 잦은 선박 결항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릉도행 선박의 결항률은 연평균 22% 수준이다. 겨울철 3개월(12월~2월) 기준으로만 보면 결항률이 50%에 육박하기도 한다. 반면, 울릉공항은 결항률은 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안보와 해양영토 수호 관점에서도 울릉공항은 역할이 크다. 특히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효과도 있는 셈이다. 또한 응급환자 발생 시 대응과 재난 구조에 용이해 국민의 안전에도 기여하게 된다.

경상북도, 대구경북신공항 기반 지역항공사 설립 추진

항공노선 활성화로 인한 관광객 확대로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 국내에는 부족한 소형항공운송사업자가 늘어날 계기가 된다. 이에 경상북도는 직접 출자해 지역항공사를 설립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대구경북신공항과 연계한다면 수요가 충분할 것이란 판단이다.

소형항공사업자는 저비용항공사(LCC)나 대형항공사(FSC)와 달리 국토교통부가 아닌 지방항공청이 관할한다. 따라서 면허발급도 비교적 쉽다.

오경수 울릉군 공항정책팀장은 “지난해 을릉도 방문객은 약 46만명이었는데, 공항이 생기면 96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에 따라 울릉도 관광에 필요한 숙박과 여객선·항공기·육상교통 등의 예약부터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는 마스(MaaS, Mobility as a Service)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울릉공항에 내국인 면세점을 설치하면, 제주국제공항에 이어 국내 공항 중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이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도 필요하다”며 “현재로선 향후 국내선 위주로 취항할 것으로 보이지만, 욕심 같아선 제주도처럼 국제노선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울릉도 소요시간 비교.(자료제공 국토교통부)
울릉도 소요시간 비교.(자료제공 국토교통부)

국내선 서울·제주 등 곳곳 연결... 국제선까지 취항 목표

향후 울릉공항과 연결되는 국내 공항은 국내선 주요 허브공항인 김포국제공항·김해국제공항을 비롯해 같은 행정구역·생활권으로 묶이는 대구국제공항·포항경주공항 등이 유력하다. 그밖에 청주국제공항·무안국제공항·양양국제공항·제주국제공항 등의 노선도 취항이 유력하다.

울릉과 제주를 잇는 노선이 만들어지면, 양양~제주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긴 노선이 된다. 그러면 비행시간은 1시간 20분 이내다. 울릉군과 경상북도의 바람대로 단거리 국제선을 취항할 수도 있다.

이처럼 향후 울릉공항의 확장성을 고려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초 울릉공항에 80인승 이상의 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게 활주로를 확장하는 내용으로 설계변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울릉공항은 국내 소형항공운송사업자 등록 기준인 50인승 항공기(ATR-42, Q300 기종 등)에 맞춰 건설 중이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50인승 이하 기종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울릉공항 위치도.
울릉공항 위치도.

50인승→80인승 활주로 확장 백령공항에 영향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소형항공사업자 등록기준을 50인승에서 80인승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춰 울릉공항의 규모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울릉공항 취항 가능성이 있는 브라질 엠브레어사의 주력 제트여객기 E190-E2와 에이티알(ATR)의 ATR72 등 80인승 기종이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공항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다. 주요 소형항공기가 과거 50석에서 70~150석으로 바뀌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울릉공항 공항등급을 기존 2C에서 3C로 상향조정해야 한다. 이는 이착륙이 가능한 항공기 날개 폭 24~36m 기준은 그대로 두지만, 최소이륙거리 기준은 800~1200m에서 1200~1800m로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울릉공항이 향후 추가 매립과 공사를 진행하면 활주로 이륙 기준은 최대 1800m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더 큰 규모의 다양한 기종이 취항할 수 있다. 이는 울릉공항과 같이 섬 지역 소형공항인 흑산공항과 백령공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이 기획기사는 2023년 인천광역시 지역언론 지원사업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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