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언론 지원사업| 서해 최북단 백령공항이 가져올 미래➁
흑산공항 건설 ‘예타 청신호’ 기대감 컸지만 14년간 지지부진
수도권 소요시간 5시간→1시간 단축 관광수요 갈증 해소 기대
흑산공원 예정지 4배 넘는 신안갯벌 국립공원 대체용지 제공
돌고돌아 환경영향평가 재개...활주로 확장 울릉·백령공항 영향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대한민국 섬 주민들은 오랜 세월 국경의 변방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그동안 육지와 달리 이동권에 제약을 받으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살아왔다.

연륙교가 없는 섬의 경우 대부분 육지를 오갈 때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천 백령도를 비롯해 울릉도·흑산도 등 국경 끝단의 섬을 오가는 여객선들은 기상악화로 인해 배가 뜨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더구나 백령면과 대청면의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인접한 최북단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수십년간 야간운항이 금지되는 안보규제까지 더해졌다. 남북분단 현실에서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3도 주민의 기본권 제약은 당연한 일로 치부됐다.

그러던 중 백령도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백령공항 건설사업이 지난 2022년 12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며 본궤도에 돌입했다. 이르면 2027년 개항이 목표다.

백령공항은 섬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관광수요 창출과 향후 서해평화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이다. 게다가 인천시는 국내 최초로 지방자치단체로서 백령공항 운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백령공항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이 현실화 되면 어떤 모습이며, 선결할 과제는 무엇인지 앞으로 총 6편에 걸쳐 살펴본다.<기자말>

흑산도 전경.(사진제공 신안군)
흑산도 전경.(사진제공 신안군)

인구 2000여명 흑산도 연간 방문객 56만명 항공수요 높아

흑산공항은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예리에 착공 예정인 소형공항이다. 현재 활주로 길이 1200m, 폭 35m 규모로 ATR42 기종 같이 50인승 소형 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는 규모다. 계류장과 여객터미널 등도 들어선다.

흑산도 면적은 19.7㎢로 주민등록 인구는 지난해 6월 기준 2160명이다. 인천 서해 최북단 백령도 면적이 51.35㎢에 인구가 5000여명(군인 포함 시 1만여명)인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섬이다.

그럼에도 뛰어난 자연풍광으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흑산도와 인근 홍도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기준 관광객 56만명이나 방문했다. 같은 2019년 기준 백령도 방문객이 40만여명인 것보다 많다.

현재 수도권에서 흑산도를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서울역에서 KTX로 전남 목포까지 2시간을 달린 뒤, 버스를 이용해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최소 5시간가량 걸린다.

흑산공항이 건설되면 수도권에서 흑산도까지 이동 시간이 1시간 내외로 단축돼 더 많은 수도권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서해상 불법조업 외국어선 단속과 인명구조 등 응급상황에 더욱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다.

흑산공항 조감도.(사진제공 전라남도)
흑산공항 조감도.(사진제공 전라남도)

2009년부터 사업 추진... B/C 4.38 예타 가뿐히 통과했지만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지난 2009년 2월 전남 신안군이 ‘흑산도 경비행장 타당성 조사용역’을 실시한 뒤, 같은 해 5월 한국교통연구원이 ‘흑산도 소형공항 건설 검토’ 연구를 진행하며 구체화됐다.

이를 돕기 위해 2010년 환경부는 자연공원법을 개정해 국립공원 내에 설치 가능한 교통·운수시설에 소규모 공항이 포함될 수 있게 했다.

이어 2011년 1월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11~2015)’에 흑산공항 건설사업을 포함시켰다. 이후 기획재정부는 2011년 10월 흑산공항 건설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했고, 2013년 3월 예타를 마무리했다. 무려 10여년 전이다.

당시 예타에서 흑산공항 건설은 사업비 1443억원으로 산정됐다. 경제성 분석결과 비용대비 편익(B/C)값은 4.38로 사업성 기준이 되는 값 1을 훨씬 넘겼다. 정책적 분석과 지역균형발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 AHP(계층화 분석법) 값도 0.814로 기준이 되는 0.5를 넘어 사업 동력을 확보했다.

묘지 이전ㆍ철새보호ㆍ국립공원 해제ㆍ예타 뻥튀기 등 논란 봉착

하지만 흑산공항은 예타를 통과한 지 얼마 안 돼 난관에 봉착했다. 공항 예정지 내 묘지 497기를 이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대체할 납골시설 조성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흑산도는 국립공원이라 행위제한에 걸려 납골시설 조성이 쉽지 않다. 이 문제는 현재까지도 남아있다.

지난 2016년 10월 국토부는 처음 사업시행자 선정절차를 개시했으나 2017년 1월까지 세 번이나 유찰됐다. 모두 단독입찰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묘지 이전비용까지 감당하기엔 기존 1400억원이 공사비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깔렸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가 자연공원법 개정으로 국립공원 규제를 완화한 것을 두고 환경단체의 반발도 컸다. 조류 충돌에 대한 우려와 철새 보호 대책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진행 중이었던 환경영향평가도 중단됐다.

결국 국토부는 흑산공원 대상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내용으로 국립공원계획 변경을 추진했으나, 2016년 11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결과 보류됐다. 이어 2018년 7월 국립공원위원회는 흑산공항 건설사업을 보류상태로 심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2017년 초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도 흑산공항 건설사업 재검토 의견을 내며 반대했다. 국토부는 보완계획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예타 당시 4.38로 나온 B/C값이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토부가 2017년 7월 제출한 보완계획서에는 흑산공항 B/C값이 2.6, 2018년 재보완계획서에는 1.9까지 떨어지며 사업타당성 분석 자체 신뢰도에 금이 갔다. 묘지 이전비용과 물가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현재 흑산공항 사업비는 1835억원까지 올랐다.

흑산공항 배치도.(사진제공 전라남도)
흑산공항 배치도.(사진제공 전라남도)

흑산공항 4.3배 국립공원 대체용지 제공, 환경부 심의 우여곡절 통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히자 전라남도와 신안군은 흑산공항 예정지를 단순히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대체면적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립공원 면적 총량제에 따라 국내 전체 국립공원이 유지된다는 점을 활용했다.

이에 따라 전라남도는 흑산공항 용지 4.3배에 달하는 신안지역 갯벌을 대체용지로 제공하는 ‘국립공원 대체 편입지역 변경안’을 제출했다. 일종의 대토 개념이다. 결국 환경부는 올해 1월 31일 심의를 열고 이 변경안을 가결했다.

이제 흑산공항은 10년 넘는 세월을 돌아서야 첫 단추부터 사업을 추진할 여건을 갖췄다. 서울지방항공청이 환경영향평가를 재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후 전라남도는 이른 시일 내의 실시설계에 돌입해 2023년 11월 착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 착공은 내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50인승 소형항공기 취항 기준으로는 공항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활주로 확장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설계 변경이 필요하며, 이는 울릉공항과 백령공항도 해당될 예정이다.

활주로 확장이 되면 터보프롭 항공기 ATR72과 제트여객기 E190-E2 등 80인승 기종이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공항 기준을 맞출 수 있다. 또한 세계 주요 소형항공기 제작사의 주력 기종이 과거 50석에서 70~150석으로 바뀌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 이 기획기사는 2023년 인천광역시 지역언론 지원사업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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