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언론 지원사업| 서해 최북단 백령공항이 가져올 미래④
나가사키·후쿠시마 하늘길 40분 하루 3~5회 운항 연간 23만명
일본 1960년대 낙도진흥법 제정 섬 이동권 보장 공항건설 박차
중앙정부 아닌 나가사키현 운영...한국은 백령공항 첫 사례 기대
신문·우편·농수산물·수술혈액 등 주민생활 밀접 항공화물 운송 활발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대한민국 섬 주민들은 오랜 세월 국경의 변방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그동안 육지와 달리 이동권에 제약을 받으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살아왔다.

연륙교가 없는 섬의 경우 대부분 육지를 오갈 때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천 백령도를 비롯해 울릉도·흑산도 등 국경 끝단의 섬을 오가는 여객선들은 기상악화로 인해 배가 뜨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더구나 백령면과 대청면의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인접한 최북단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수십년간 야간운항이 금지되는 안보규제까지 더해졌다. 남북분단 현실에서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3도 주민의 기본권 제약은 당연한 일로 치부됐다.

그러던 중 백령도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백령공항 건설사업이 지난 2022년 12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며 본궤도에 돌입했다. 이르면 2027년 개항이 목표다.

백령공항은 섬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관광수요 창출과 향후 서해평화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이다. 게다가 인천시는 국내 최초로 지방자치단체로서 백령공항 운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백령공항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이 현실화 되면 어떤 모습이며, 선결할 과제는 무엇인지 앞으로 총 6편에 걸쳐 살펴본다.<기자말>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공항 활주로 전경.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공항 활주로 전경.

과거 김포·김해·대구 등 취항...소형국제공항 역할 충분

한국말로 대마도라고도 불리는 현해탄 건너 일본 쓰시마섬. 일본 영토지만 열도에서 가장 가까운 큐슈와 거리(82km)보다 한국 부산이 약 50km로 더 가깝다. 날씨가 좋은 날엔 울산·거제·창원·통영 등에서도 육안으로 보일 정도다.

쓰시마섬은 지리적 특성상 예로부터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했다. 임진왜란 이후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회에 걸쳐 파견된 조선통신사는 꼭 쓰시마를 거쳤다. 땅이 척박한 탓에 농사가 아니라 조선과 교류하며 무역으로 번성했다. 이 때문에 역사적으로 일본과 한국(조선)의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곳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과 쓰시마섬을 곧바로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편은 쾌속여객선이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과 히타카츠항을 왕복으로 운항하는 배편은 2척이며, 소요시간은 약 1시간 10분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쓰시마섬 남측 이즈하라항을 오가는 항로도 있었다. 현재는 여객터미널 복원 공사로 아직 노선이 복원되지 않고 있다.

쓰시마공항 수속 창구.
쓰시마공항 수속 창구.

한국과 쓰시마섬을 잇는 항공노선은 현재 없다. 한국과 쓰시마공항을 잇는 항공편은 지난 2009년 7월 국내 최초로 대구공항에서 18인승 소형 전세여객기로 취항했다. 하지만 2달 만에 운항을 중단했고, 2010년 김해공항과 김포공항에서 다시 취항했다.

하지만 김해공항 노선은 여객선보다 큰 이점이 없어 수익률 저조로 곧 자취를 감췄다. 이후 김포공항 노선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사라졌고,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 섬 지역 소형공항임에도 나름 국제선 운항이 활발했던 셈이다.

현재 쓰시마공항은 일본 국내선만 운항한다. 나가사키공항와 후쿠오카공항에서 각각 항로 1객씩 항공사 2개가 매일 3~5회 왕복한다. 운항 기종은 봄바르디어 DHC8-Q400(74석)와 DHC8-Q200(39석), ATR42-600(48석) 등 모두 소형 터보프롭 항공기다. 모두 한국의 울릉·흑산·백령공항이 개항하면 취항할 기종이다.

후쿠오카와 쓰시마섬을 오가는 봄바르디어 DHC8-Q400 항공기.
후쿠오카와 쓰시마섬을 오가는 봄바르디어 DHC8-Q400 항공기.

균형발전 담은 1960년대 일본 ‘낙도진흥법’ 쓰시마공항 건설로

1960년대 일본은 본토와 떨어진 유인도 258개의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낙도진흥법을 제정해 섬 소형공항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산악지형으로 이뤄진 쓰시마섬은 마땅한 넓은 평야가 없어 공항 건설이 미뤄졌다.

이후 쓰시마섬 주민들은 나가사키현에 지속해서 공항 건설을 요구했고, 일본 정부의 ‘제2차 항공정비 5개년 계획’에 쓰시마공항 건설계획이 담겼다. 이를 위해 쓰시마시는 공항용지를 마련해 나가사키현에 기부했다.

이후 나가사키현이 쓰시마공항을 건설해 1975년 길이 1500m 폭 45m 활주로 1개 규모로 개항했다. 공항 건설을 위해 해발 97m의 산을 깎았다. 현재 공항은 해발 63m 고도에 있다. 1983년에는 활주로를 1900m로 연장해 제트엔진 항공기가 이륙할 수 있게 됐다.

쓰시마항공 위치도와 이착륙 항공로.(사진제공 일본 국토교통성)
쓰시마항공 위치도와 이착륙 항공로.(사진제공 일본 국토교통성)

쓰시마공항을 건설한 나가사키현은 현재도 직접 공항 운영을 맡는다. 쓰시마공항 관리소 직원들은 대부분 나가사키현이 파견하는 공무원들이다. 이는 정부 소유 공기업(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이 모든 공항 운영을 전담하는 한국과 다른 모습이다.

열도로 이뤄진 일본은 섬이 많은 만큼 공항도 175개로 많다. 이 중 주요 국제공항을 제외하면 소형 국내선 위주 공항은 지방관리공항으로 분류돼 지방정부가 운영한다. 지방관리공항은 주로 일본 광역자치단체(1도1도2부43현) 간에 주요 거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공항 운영 차원에서 지방분권을 폭 넓게 보장한다.

쓰시마공항 터미널 전경.
쓰시마공항 터미널 전경.

쓰시마공항, 나가사키·후쿠오카 '1일생활권' 연결 연간 23만명

쓰시마공항은 개항 후 일본 본토를 이어주는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쓰시마공항에서 규슈에 있는 나가사키와 후쿠오카 직선거리는 각각 130km와 165km로 모두 편도로 약 40분 걸린다.

스에나가 히데토 쓰시마공항 관리소장은 “쓰시마공항은 지난해에만 약 23만명이 공항을 찾았다. 이렇게 작은 공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코로나19 이후에는 항공편이 계속 만석이다. 요새는 취소된 항공편이 혹시 나올까봐 공항 현장에서 기다리는 여객도 많다”고 말했다.

쓰시마공항은 섬 주민의 이동권 보장뿐만 아니라 관광객 증가에 의한 지역경제 발전과 생활권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선 후쿠오카와 나가사키를 1일생활권으로 오고갈 수 있다는 게 크다.

스에나가 히데토 쓰시마공항 관리소장이 공항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쓰시마공항 항공편 운항 일정표를 보면, 후쿠오카 노선은 매일 출발·도착 시간이 같은 반면, 나가사키 노선은 평일·주말·휴일 등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주로 금요일과 일요일은 1회 증편한다.

이는 나가사키현 소속인 쓰시마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주말에 편히 귀가할 수 있게 만든 시간표다. 반면, 관광객과 일반 주민들이 대다수인 후쿠오카 노선은 요일과 상관 없이 같다. 지난해 기준 노선별 이용객 수는 후쿠오카 16만5000여명, 나가사키 6만5000여명이었다.

쓰시마공항은 화물운송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공항 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은 한 건물에 있다. 항공화물을 부치기 위해선 항공기 출발 1시간 30분 전에 와서 신청하면 된다. 주로 응급상황에 필요하거나 주민생활에 밀접한 용도의 품목들이 항공화물로 오간다.

히데카즈 모리 쓰시마공항 터미널빌딩 주식회사 부장은 “주로 신문·우편·농수산물·생화 등이 매일 오가는 주요 항공화물 품목이다. 여기에 건설공사 장비, 급할 경우엔 자동차 부품과 수술에 필요한 혈액을 운반한다”며 “이외에 쓰시마섬 해양수질 검사를 위한 채취시료를 본토에 보낼 때도 항공편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히데카즈 모리 쓰시마공항 터미널빌딩 주식회사 부장이  항공화물 취급 품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히데카즈 모리 쓰시마공항 터미널빌딩 주식회사 부장이  항공화물 취급 품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 기획기사는 2023년 인천광역시 지역언론 지원사업 지원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