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암을 중심으로 다시 읽는 한국 현대사 심포지엄’
“죽산, 평범한 서민환경에서 운명 개척... 이승만과 대비”
“죽산 독립유공자 서훈 추서해야... 수감생활 연구 필요”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죽산 조봉암 선생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항일 독립운동을 실천했다. 죽산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다. 평범한 서민 출신으로 서민을 대변하고 서민과 늘 함께 했던 영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고중용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박사과정 수료생은 지난 11일 죽산의 정치 사상과 삶을 다룬 '죽산 조봉암 평전 : 자유인의 길(저자 이택선,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 출간)' 출판을 기념해 열린 ‘조봉암을 중심으로 다시 읽는 한국 현대사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중용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박사과정 수료생.
고중용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박사과정 수료생.

‘조봉암을 중심으로 다시 읽는 한국 현대사 심포지엄'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소재 흥사단에서 (사)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와 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 김교흥(인천 서구갑) 국회의원이 주최했다.

토론회는 오유석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이택선 명지대학교 국제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겸 '죽산 조봉암 : 자유인의 길' 저자가 발제를 했다.

토론자로 ▲고중용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생 ▲김진흠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신동호 죽산 조봉암 어록 저자 ▲정보현(민주, 비례) 인천 연수구의원 ▲정예지(민주, 비례) 인천 부평구의원이 참여했다.

“죽산, 일반적인 환경에서 운명 개척... 이승만보다 친근”

고중용 박사과정 연구자는 이택선 박사의 책 ‘죽산 조봉암 : 자유인의 길’을 읽으면서 조봉암과 이승만의 성장 과정의 차이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고중용 연구자는 “죽산은 유학 생활 이전까지 보통 가정에서 보통 학교를 졸업한 평범하고 착실한 개인이었다”며 “3.1운동을 기점으로 조국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실천을 결의하고 조국 해방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이승만의 옐리트적인 삶과 대비할 때 더 극적으로 드러난다”며 “죽산의 삶은 서민들과 같은 평범한 환경에서 운명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이승만보다 서민에 더 친근한 인물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중용 연구자는 이같은 측면에서 죽산이 이념보단 현실적인 감각에서 서민을 위해 계획경제론을 주창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그는 또 “모든 자원이 매우 부족했던 1940~1950년 가난하고 취약했던 한국은 국가가 당연히 제공해야 할 공공재마저 공급이 불안정했다”며 “이 시기 죽산이 추진했던 토지개혁과 계획경제론은 이념보다는 서민을 위한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진흥(가운데)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김진흥(가운데)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죽산 독립유공자 서훈 추서 시사... 수감생활 연구 필요”

이어 토론한 김진흠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은 “보훈부가 죽산에게 독립유공자 서훈을 추서할 것을 시사했다”며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죽산의 수감 생활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박민석 국가보훈부 장관은 국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열린 자세로 죽산을 한번 재평가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박 장관은 “죽산은 초대 농림부 장관을 역임하며 토지개혁에 1등 공신 역할을 했다”며 “이것이 결국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기반이 됐다고 많은 전문가가 언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진흠 연구위원은  “(국가보훈부가) 죽산에게 독립유공자 서훈을 시사하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며 “서훈을 추서하기 전엔 1932년 11월부터 1939년 7월까지 죽산이 신의주형무소에서 약 7년 동안 갇혀 지낼 당시 수감생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유인의 길, 죽산 계획경제론 주목 ‘차별성’있어”

김진흠 연구위원은 “'죽산 조봉암 평전 : 자유인의 길'은 죽산의 과오도 분명히 서술하고 있어 독자들이 죽산의 행보를 평가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다만, 정치인 조봉암의 실제 정치적 영향력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김 연구위원은 이택선 명지대학교 국제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가 쓴 '자유인의 길'이 기존 연구가 ‘3대 대통령 선거’와 ‘1956년 진보당 사건’에 집중한 것에 비해 죽산의 계획경제론을 주목했다며 차별성 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신동호 죽산 조봉암 어록 저자.
신동호 죽산 조봉암 어록 저자.

"죽산이 헌법 제정에서 못 푼 과제 75년 동안 이어져”

이어 토론에 참가한 신동호 죽산 조봉암 어록 저자는 죽산은 헌법을 만들면서 위법취지가 훗날 곡해되지 않게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도 제헌 헌법을 만들 때 죽산이 풀지 못했던 과제가 아직도 한국 사회 문제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신동호 작가는 “죽산은 양심의 자유라는 표현이 법률적으로 무의미한 표현이라고 평가했다”며 “양심의 자유를 사상의 자유라고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창한 정치인이 죽산이다. 이 문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죽산은 헌법 상 규정된 국민이라는 표현도 인민이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 뒤, “아울러 한국 헌법 구조 상 제왕적인 대통령의 탄생을 우려했던 것도 죽산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죽산이 헌법을 만들 때 지적했던 내용들이 75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에서 그대로 문제되고 있다”며 “지금의 정치 구조 역시 죽산이 지적한 헌법의 숙제를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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