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인천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 4. 인천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 운동(2)
‘인천 배움의 공동체 연구회’와 남동구 ‘행복학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일제고사 부활 등으로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이 심화되고 있다. 무한 경쟁 교육으로 인해 공교육은 붕괴되고, 학교가 교사와 학생들에게는 가기 싫은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학교와 교사의 위상도 갈수록 추락하고 학교에선 왕따와 폭력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혁신학교’가 떠오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시작한 혁신학교는 진보적인 교육감이 당선된 6개 시ㆍ도교육청에서 현재 300여 개교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교육청을 포함한 나머지 10개 시ㆍ도교육청에선 혁신학교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천에서도 혁신학교와 같은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연대단체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 진보구청장이 당선된 남동구에서도 새로운 학교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혁신학교의 의의와 현황, 그동안의 성과 등을 짚어보고 인천지역에서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2010년 말 ‘새로운 학교’ 만들기 교사 모임 결성, ‘인천 배움의 공동체 연구회’로 발전

▲ ‘인천 배움의 공동체 연구회’ 회원들이 지난 11월에 학교 수업 동영상을 보고 토론하고 있다.
“‘배움의 공동체(465호 기획연재 기사 참고)’ 수업을 처음 접한 날 수업 영상을 찍는 카메라가 교사가 아닌 학생을 향해 있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가르치는 것이 중심이 아니라 배움이 중심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과 한 명도 소외되지 않아야한다는 철학에 매우 공감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진행하는 데 ‘새들의 왕 뽑기’라는 동화책을 읽고 토론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토론을 하다가 ‘도대체 새들이 왜 왕을 뽑아야하냐?’ ‘왕을 누가 뽑았냐?’라는 이야기까지 하는 겁니다. 20년 동안 학생들을 나름대로 열심히 가르쳐왔다고 생각했는데 ‘배움의 공동체’를 접하고 나선 부끄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난 11월 28일 만난 ‘인천 배움의 공동체 연구회(이하 연구회)’ 회장인 신말순 교사(산곡남중)의 말이다. 연구회는 2011년 여름방학쯤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시ㆍ도교육청을 중심으로 혁신학교의 열풍이 불고 있었고, 경기도 혁신학교 사례들은 도시의 외곽지역이나 농촌이 아닌 대도시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에 인천에서 어떻게 새로운 학교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북부(부평)지역 중학교 교사들이 2010년 12월 ‘새로운 학교 인천중등모임’을 만든 것이 연구회의 시작이다.

이들은 2011년 여름방학에 ‘학교 혁신을 위한 수업철학과 교육혁신’이라는 배움의 공동체 관련 강의를 듣고, 수업에서 실제로 적용해보기로 했다. 이후 9월 시작할 배움의 공동체 기초과정 연수를 준비하면서 모임을 연구회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월 2회 모임을 직무연수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1주차에는 연구회 교사들의 수업을 보고 토론하고 컨설팅(=어떤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상담을 하거나 의견을 제시함)을 받는다. 3주차에는 교사의 가치관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교육 관련 책을 읽고 토론한다.

연구회에는 현재 인천지역 초ㆍ중ㆍ고등학교 교사 40여명이 참가하고 있으며, 북부뿐 아니라 서부(계양ㆍ서구), 동부(남동ㆍ연수구), 남부(남ㆍ중ㆍ동구, 옹진군)지역 교사들도 함께하고 있다.

연구회는 올해 과학과 교사 4명이 모여 서로 수업을 참관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수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교사 5명이 교육청에 연구보고서를 제출해 예산을 지원받아 ‘상담ㆍ학습부진ㆍ강사 초빙’ 등과 관련한 강의를 들으며 연구회의 수준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연구회 운영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찬 석남중학교 교사가 내년부터 학교장과 함께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중심적으로 진행하는 새로운 학교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운영진으로 참여 중인 함유숙 장수초교 교사는 “현재 연구회에 참여하는 교사 중 배움 중심 수업을 진행하거나 수업을 공개하는 교사는 3분의 1정도밖에 안 된다”며 “일제고사를 치르고 진도를 나가야하기 때문에 배움 중심 수업을 하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지겹지 않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교사들도 정말 수업할 맛이 난다”라고 말했다.

신말순 회장은 “지난해나 올해는 한 학기 정도밖에 배움 중심 수업을 하지 못했다”며 “어려움이 있지만, 내년에는 1년을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인천에도 빨리 ‘새로운 학교’가 생겨서 마음 놓고 배움 중심 수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동구, 혁신학교인 ‘행복학교’ 추진… 교육청 제동으로 추진 어려움

 

▲ 지난 2월 남동구청(구청장 배진교‧사진 가운데)에서 열린 ‘2011 교사연구동아리 지원사업 성과보고회’ 모습.<사진제공‧남동구>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배진교(진보정의당) 남동구청장은 공약으로 핀란드형 혁신학교 육성 지원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남동구는 2011년 10월 교육전문가와 학부모 대표, 시민단체 대표, 공무원 등 6명으로 ‘남동 행복학교 추진단’(단장 손우정 ‘배움의 공동체’ 교수)을 구성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사업 계획을 확정했다.

사업 계획을 보면, 우선 행복학교는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창의적인 사고와 자율적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게 교육하는 학교다. 교사들의 업무 경감을 위한 사무 보조 인력을 지원해 교사들이 가르치는 것에 충실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학생ㆍ교사ㆍ학부모ㆍ지역사회가 서로 소통해 참여와 협력의 교육문화공동체를 만든다. 행복학교의 상은 전인교육을 추구하는 학교,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신장시켜 학생ㆍ교사ㆍ학부모가 모두 공감하는 학교, 학생의 흥미에 기초한 배움을 실천하고 진정한 삶의 공간이 되며 참여와 소통을 위한 교육환경을 갖춘 학교이다.

남동구는 2011년 12월 사업설명회를 열고 참여 학교를 공모해 2012년 초에 3개 학교를 행복학교로 선정할 계획이었다. 선정 기준은 학교장과 교사, 학교운영위원 등 구성원 모두 행복학교 운영을 실천할 의지가 높은 학교, 지역여건 상 행복학교 지정 운영이 필요한 학교, 지역특성화 우수 프로그램 운영 학교 등이다.

또한 2012년 3개교 선정을 시작으로 2013년 5개교, 2014년 7개교를 선정해 프로그램 운영비, 인력구축비, 시설 유지와 보수ㆍ개선사업비 등을 지원할 방침이었다.

배진교 남동구청장은 <부평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꼴찌인 것은 과도한 입시경쟁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판단에서 행복학교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또한 “경기도와 서울시 등의 혁신학교가 이미 모든 학교구성원에게 즐거운 학교가 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여러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었다”고 덧붙였다.

남동구의 의지는 강했으나, 동부교육지원청이 제동을 걸었다. 협의하는데 자신들의 요구만을 관철하려한 것이다. 특히 학교 당 지원예산 연간 1억원을 6000만원으로 내리고 대신 운영 학교 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학습자 중심의 수업모델 연구’ 프로그램 운영비를 단순 프로그램 지원비로 바꾸는 등, 남동구의 계획과 상충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지원 대상 선정 기준’을 동부교육지원청에서 정해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예산은 남동구에서 전액 내고 선정은 동부교육지원청이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남동구는 공동추진위원회에서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자는 수정 의견을 제시했지만, 동부교육지원청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행복학교 추진은 현재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동부교육지원청의 제동으로 2012년 행복학교 사업 예산이 남동구의회에서 삭감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의회가 ‘교육지원청과 협의가 안 됐다’는 이유로 예산 3억원을 삭감하려한 것. 하지만, 학부모들이 의회와 동부교육지원청을 항의 방문해 예산은 유지됐다.

남동구는 지난 3월 8일 동부교육지원청에 행복학교 추진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서 3월 중으로 통보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12월 현재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이로 인해 남동구는 올해 행복학교 예산 3억원을 다른 교육경비 보조 사업에 지출했다. 행복학교 예산은 교육경비 예산에 포함돼있기 때문에 이런 예산 지출이 가능하다.

남동구는 행복학교 추진과 함께 교사나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혁신학교 관련 학부모 교육과 교사 연구동아리 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인천여성회와 미추홀교육문화센터에 위탁해 교육을 진행 중이며, 교사 연구동아리는 총25곳에 200만원에서 5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내년에는 교육경비 예산으로 학부모 제안 사업을 공모해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청이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 이 사업을 통해 예비형 행복학교를 고민중이다.

남동구 전략추진단 평생교육팀에서 근무하는 홍은영 담당 공무원은 “행복학교를 추진하려고 해도 교장과 교사가 움직이지 않고 교육청이 협조하지 않으면 어렵다”며 “동부교육지원청이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나오는지 궁금하다. 교육청의 협조가 없더라도 행복학교를 만들기 위한 사업은 다른 방향에서라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부교육지원청 창의인성교육팀 박금자 팀장은 “남동구와 교육청이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서 갈등을 겪고 있으며, 그로 인해 추진이 안 되는 것으로 안다”며 “남동구와 협의하던 창의인성교육팀장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 현재 교육청에는 행복학교 담당자가 없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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