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인천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 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일제고사 부활 등으로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이 심화되고 있다. 무한 경쟁 교육으로 인해 공교육은 붕괴되고, 학교가 교사와 학생들에게는 가기 싫은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학교와 교사의 위상도 갈수록 추락하고 학교에선 왕따와 폭력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혁신학교’가 떠오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시작한 혁신학교는 진보적인 교육감이 당선된 6개 시ㆍ도교육청에서 현재 300여 개교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교육청을 포함한 나머지 10개 시ㆍ도교육청에선 혁신학교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천에서도 혁신학교와 같은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연대단체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 진보구청장이 당선된 남동구에서도 새로운 학교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혁신학교의 의의와 현황, 그동안의 성과 등을 짚어보고 인천지역에서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아침에 세 번 이상을 발로 차야 잠이 깰 정도로, 학교에 보내기 위해 매일 씨름을 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학교를 옮기고 나더니 아침 6시부터 스스로 일어나 학교에 빨리 가야한다고 밥을 달라고 하는 거예요. 이유를 물어보니 아침마다 선생님하고 반 친구들하고 동네 산에서 산책을 하는데, 선생님이 늘 제일 먼저 나오기 때문에 자기가 한 번이라도 선생님보다 일찍 나가서 선생님을 맞이하고 싶다는 겁니다”

“이전의 학교에서 문제아였던 아이였어요. 말썽을 부려 1주일에 한 번은 학교에 불려가야 했고, 아이는 항상 거짓말을 달고 살았습니다. 거짓말을 고치기 위해 백 대를 때린 적도 있지만, 아이의 거짓말을 고치진 못했어요. 그런데 이 학교에 온 지 서너 달이 지났는데, 생각해보니 아이를 한 번도 때린 적이 없는 겁니다. 이제는 아이가 ‘나 여기서 학교 다니는 게 정말 행복해요. 선생님하고 학교 뒷산에 산책 나가서 이야기하는 게 정말 좋아요’라고 말해요”

“여섯 살 때부터 학원에서 첼로를 배운 아이였는데, 집에서 첼로를 한 번도 연습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학교를 옮기고 난 어느 날 집에서 첼로를 혼자 연습하는 모습을 봤어요. 도대체 무슨 일인가 물어봤더니 ‘선생님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을 작곡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화방송(MBC) ‘PD수첩’의 ‘행복을 배우는 작은 학교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한 김형윤 피디(PD)가 전한 경기도 혁신학교 학부모들의 이야기다. 김 피디는 지난 10월 23일 부평구청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새로운 학교를 위한 교육희망 토크 콘서트’에 출연해 위의 사례들을 열거했다.

김 피디는 혁신학교인 경기도 고양시 서정초등학교의 학부모이자 학교운영위원이다. 김 피디가 전해 준 이야기의 공통점은 아이가 학교를 가고 싶어 하고 교사를 좋아하며 무척 따른다는 것이다.

“2010년 2학기 초였습니다. 교사 몇 명이 저를 만나자마자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더군요. 그러더니 ‘요새 정말 행복합니다. 내가 아이들보다 더 학교에 가고 싶어졌어요’라고 말을 하는 겁니다. 알고 보니 혁신학교 교사들이었어요. 그래서 바로 이거구나 느꼈습니다. 교사가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즐겁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아이들이 그런 교사 속에서 자기 길을 찾고 자라날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 교사와 학부모 모두가 행복해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학교가 되길 바랍니다“

토크 콘서트에 출연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말이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모두 행복하게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김상곤 교육감과 혁신학교가 꿈꾸는 학교다.

혁신학교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 10월 23일 부평구청에서 열린 ‘새로운 교육, 그 희망의 길을 묻다’ 토크콘서트에서 출연자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를 본 오지혜 배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김형윤 피디, 박근상 인천상정초 교사, 신은솔 인천산마을고 3학년 학생.
혁신학교는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남한산초등학교가 모태가 됐다. 2000년 폐교 직전에 몇 명의 교사와 학부모들이 의기투합해 새로운 학교 만들기를 시도했다. 학생들을 쥐어짜는 방식의 경쟁을 통한 줄 세우기 교육을 탈피하고, 자연친화적인 생태교육과 교사와 학생들의 소통을 중심에 놓고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또한 체험과 토론 중심의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시험ㆍ통제ㆍ교장의 훈시가 없다.

이 학교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이 학교 운영을 배우겠다는 교사가 늘어났고, 그 과정에서 남한산초교와 유사한 모델이 전국에 조금씩 확산됐다.

그러다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혁신학교를 공약으로 내건 김상곤 한신대학교 교수가 당선되면서 교육청에서 지정ㆍ지원하는 혁신학교가 탄생했다. 또한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6개 시ㆍ도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혁신학교는 더욱 확대됐다.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 강원도교육청 ‘강원행복더하기학교’, 광주광역시교육청 ‘빛고을혁신학교’, 서울특별시교육청 ‘서울형혁신학교’, 전라남도교육청 ‘무지개학교’, 전라북도교육청 ‘혁신학교’ 등으로 2012년 3월 현재 전국 323개교가 혁신학교로 지정ㆍ운영되고 있다.

김상곤 교육감은 혁신학교 추진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교사들은 세계에서도 우수하고 능력 있는 교사들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교사의 능력을 자발적으로 끌어내는 분위기가 되지 못했어요. 이는 또 학생들에게 고통을 안겨줬고요. 이런 상황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이런 문제를 자발적으로 함께 풀어가는 여건을 만들어야 했어요. 또한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함께 어울려 배울 수 있는 학교가 필요했습니다. 이것을 기초로 공교육을 바로 세우려고 한 것이 바로 혁신학교입니다”

혁신학교는 학생 놀리는 학교?

혁신학교를 두고 학생을 놀리는 학교, 시험 성적이 안 나오는 학교, 대학을 포기하게 하는 학교가 아니냐는 학부모나 교사의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아서 생색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어떤 상태인지 진단을 토대로 그 학생에 필요한 처방을 내리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또한 교사들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을 지양하고 즐거운 수업, 재미있는 학습을 추구한다. 과목과 교과 내용 특성상 필요할 때는 강의식 수업을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협동학습 등 참여중심의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 교사를 통한 학생의 배움도 중요시하지만,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배움 또한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혁신학교는 교실 책상을 교사와 학생이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학생끼리 서로 마주보게 배치한다. 협동학습 등 참여중심의 수업으로 학생들이 교과에 흥미를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 교사가 일방적인 강의를 하는 것보다 학습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혁신학교 교사들은 수업을 서로 공유하고 연구한다. 어떤 수업에서 학생들의 배움이 잘 일어났고, 잘 일어나지 않았는지 관찰해 연구하는 것이다. 이는 협력적인 교직문화를 만들고 동료애를 구축해 수업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혁신학교는 학습부진학생 대책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수준 차가 많이 나는 영어와 수학 교과의 경우, 교사를 더 투입해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여 개별지도 가능성을 높인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위해 한 학급에 교사 두 명을 투입하기도 한다.

자아 찾기 프로그램이나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왜 학습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들어 꿈과 비전을 스스로 찾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학생은 스스로 책을 보고 공부하게 된다는 것이 혁신학교의 생각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학습부진학생 비율이 1년 내지 2년 안에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경기도 안산과 안성시의 혁신학교 두 곳(고등학교)의 경우, 신설 학교 임에도 1~2년 사이 경쟁률도 높아지고, 이 학교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성적 수준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윤 피디의 말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한 혁신학교의 학부모가 자신이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잘 한 일이 혁신학교에 보낸 일이라고 하더군요. 아이가 그렇게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아닌데, 공부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합니다. 반에서 1등 하는 친구보다 더 자신감이 많다고 해요. 혁신학교는 배울 수 있는 능력과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칭찬합니다. 학원은 공부하는 트릭(trick: 사람의 눈을 속이는 것)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 학부모는 입시 관련 학원을 운영하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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