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인천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 4. 인천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 운동(1)
서구 석남초등학교와 석남중학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일제고사 부활 등으로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이 심화되고 있다. 무한 경쟁 교육으로 인해 공교육은 붕괴되고, 학교가 교사와 학생들에게는 가기 싫은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학교와 교사의 위상도 갈수록 추락하고 학교에선 왕따와 폭력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혁신학교’가 떠오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시작한 혁신학교는 진보적인 교육감이 당선된 6개 시ㆍ도교육청에서 현재 300여 개교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교육청을 포함한 나머지 10개 시ㆍ도교육청에선 혁신학교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천에서도 혁신학교와 같은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연대단체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 진보구청장이 당선된 남동구에서도 새로운 학교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혁신학교의 의의와 현황, 그동안의 성과 등을 짚어보고 인천지역에서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석남초등학교, 2010년부터 ‘새로운 학교 만들기’ 시작

“우리 학교도 혁신학교처럼 수업 종이 울리지 않아요. 3~6학년 학생들은 40분 수업에 10분 휴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80분 단위의 ‘블록타임제’ 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혁신학교처럼 모든 수업을 다 블록타임제로 진행하지는 못해요.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배움이나 탐구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블록타임제 수업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해본 결과, 학부모의 78% 이상이 좋다고 답했어요. 학생들도 배움 중심의 수업이 재미있다며 자주 하자고 합니다”

지난 7일 방문한 인천석남초등학교(교장 정기성ㆍ서구 석남3동)에서 만난 김창진 교무부장 교사의 말이다.
석남초교가 새로운 형태로 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혁신학교에 관심을 갖고 학습모임을 진행하던 교사들이 한 학년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새로운 학교 만들기를 시작한 것.

2009년 3월 취임한 정기성 교장의 학교 경영관도 새로운 학교 만들기를 추진하는 교사들의 생각과 통하는 점이 있었다. 때문에 교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학교 만들기에 나설 수 있었다.

처음 시범 대상이 된 학년은 5학년이다. 5학년 교사들은 학년협의회를 열어 교육과정을 새롭게 구성했다. 블록타임제 수업을 시작했고, 교사들이 서로 일부 수업을 공개해 더 나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토론하고 조언하기도 했다.

시험을 없애거나 점수를 뺀 서술형 성적표를 도입하지는 못했지만, 교사들은 일부 수행평가에서 과정을 중시하는 서술형 평가를 했고, 학생들에게 자기 평가를 쓰도록 했다. 창의체험 활동과 문화예술 활동도 강화했다. 2011년에는 4학년을 중심으로 더 발전한 형태로 진행했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전 학년으로 확대했다.
 

▲ 석남초등학교에서 지난 9월 진행한 아버지 캠프.<사진제공‧석남초교>

석남초교의 2012년 교육력 강화 계획을 보면, 학교장은 돌봄과 배움의 즐거움으로 참 삶을 가꾸는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자발적인 참여와 민주적 학교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 방향으로는 ▲탄력적인 수업시간 운영 ▲학년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전문성 신장을 위한 협력적인 교사 문화 ▲과정 중심의 평가와 학습의 질 관리 강화 ▲책임학습제와 부진아 제로(=0) 만들기 등, 새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협력 학습이나 프로젝트(주제통합) 수업을 통한 배움 중심의 자기주도 학습력 신장, 문화예술 체험학습 중심의 교육, 평등ㆍ평화ㆍ인권ㆍ생태ㆍ학생자치활동 등을 강조해 학생들의 바른 인성을 위한 교육 강화도 강조했다.

현재 석남초교에는 1~6학년 각각 학년협의회가 있으며, 모두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다른 학교의 학년협의회는 행정 실무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석남초교는 다르다. 학년협의회에서 수업이나 교과와 관련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또한 협의회에선 학생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학년 별로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에 참가하기도 했다.

해당 학년의 교육과정도 학년협의회에서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학교를 방문한 날도 2013년 교육과정을 짜느라 모든 교사들이 바쁜 모습이었다.

석남초교는 다른 인천지역 학교에는 없는 학년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학년 운영비를 연간 200만원 지원하고 있으며, 학급 운영비도 30만원 지원하고 있다. 교육과정에 대한 자율성과, 일부이긴 하지만 예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여름에는 혁신학교에서 수업 혁신을 위해 많이 도입하는 ‘배움의 공동체(기획연재 중 465호 기사 참고)’ 관련 직무 연수에 전체 교사가 참여했다. 학교 교사들은 2013년에는 더 발전하는 학교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백준수 연구부장 교사는 “우리 학교의 성과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교사들이 학년협의회를 통해 교육과정을 만들고 수업에 대해 활발히 토론하는 것, 학교의 민주적인 운영이 보장되는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또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3년에는 올해보다 더 민주적이고 혁신적인 학교로 운영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석남중학교, 2013년에 ‘배움의 공동체’ 적극 도입

“올해 3월 1일 학교에 부임해 1학기 동안 수업 장면을 지켜보니 오전 수업부터 책상에 엎어져 자는 학생이 한 반에 6~7명, 자리에 앉아 있지만 떠들고 장난치는 학생이 10명이더군요. 수업에 집중해서 참여하는 학생은 10명뿐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모든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김찬 교사가 ‘배움의 공동체’를 소개했습니다. ‘아! 바로 이거다’ 싶었죠. 그 후 더 연구해보니 내가 생각하는 신념과 일치했어요.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지난 11월 22일 방문한 인천석남중학교(서구 석남3동) 김형백 교장의 말이다. 석남중학교는 2013년부터 ‘배움의 공동체’를 적극 도입해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석남중의 ‘새로운 학교 만들기’는 ‘인천 배움의 공동체 연구회’에서 활동 중인 김찬 교사와 김 교장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인 김 교사는 경쟁 중심적인 학교의 현재 모습에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2011년 혁신학교를 접했고, 그 후 ‘배움의 공동체’를 공부하면서 새로운 학교를 꿈꾸기 시작했다.

올해 교장이 된 김 교장은 교감 시절부터 민주적인 학교 운영과 청렴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때문에 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선 교육청 차원에서 청렴 교육을 진행하기 전부터 교직원들과 청렴 교육을 했고, 청렴기관 표창도 받았다. 아침 교문 등교 지도와 학생 실내화 착용을 폐지하기도 했다.

김 교장은 “석남중에 교장으로 발령받고 김 교사를 만나면서 ‘학교를 변화시키라는 사명을 부여 받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두 가지 방향으로 학교를 바꾸고 있다. 먼저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는 믿음 속에 2013년부터 학교의 방향을 ‘배움의 공동체’로 전환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를 위해 지난 여름방학 동안 교사 33명이 함께 ‘배움의 공동체’ 직무연수 30시간을 이수했다. 개학 후에는 교사들과 2시간 동안 ‘배움의 공동체’ 관련 토론회도 진행했으며, 한국에서 ‘배움의 공동체’를 전파하고 있는 손우정 교수를 초청해 교육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교사들은 수업의 걸림돌과 디딤돌이라는 주제로 토론했다. 김 교장은 “이날 많은 교사들이 ‘이렇게 자유롭게 수업에 대해 토론해본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석남중은 현재 인천교육연수원에서 지원을 받아 전 교직원 대상 직무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의 혁신학교 교사들을 초빙해 ‘배움의 공동체’ 사례를 배우고 수업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것이다.

 

▲ 석남중학교에서 지난 10월 진행한 ‘배움의 공동체’ 공개수업.<사진제공‧석남중>

지난 10월 10일에는 김찬 교사가 인천에서 최초로 ‘배움의 공동체’ 공개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김 교사는 석남중 전체 교사와 학부모, 교육청 장학사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세포는 어떻게 분열할까?’라는 주제로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3학년 3반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을 참관한 교사들은 “평소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졸거나 장난치던 학생들이 진지하게 물어보고 토의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지금까지 받은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공부했다”고 했다.

김 교장은 두 번째로 학교 문화를 바꾸는 데 매진할 계획이다. 올해 2학기부터 교문 앞 등교 지도와 학생 실내화 착용을 폐지했는데, 내년부터는 등교 시간에 교사가 인사를 하며 학생들을 맞아주거나 학생회가 중심이 돼 학생이 학생을 맞아주도록 바꿀 계획이다.

학교 수련회나 축제도 학생들이 중심이 돼 기획하게 하고, 학생회장에게도 많은 권한을 주는 등, 학생자치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석남중은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사들의 자발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추진한다.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학년부를 중심으로 학교가 운영되고, 학년부장이 ‘작은 교장’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매주 수요일에는 5교시까지만 수업을 진행해 교사들이 1ㆍ3주에는 연수, 2ㆍ4주에는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수요일을 공개수업의 날로 정해 모든 교사들이 수업에 대해 토론하고 조언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든다는 방침이다.

김 교장은 “수업과 학교 문화가 바뀌면 학교 폭력이 줄고, 학업 성취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는 것이 이미 많은 혁신학교에서 증명되고 있다”며 “곧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처럼 운영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인천에선 석남중이 조금 빨리 움직이는 것일 뿐이다. 내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전면적으로 진행해 새로운 학교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만들 것이다. 지금 당장은 힘들 수 있지만, 몇 년 후에는 모두 좋아하는 학교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