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인천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 ② 혁신학교 현황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일제고사 부활 등으로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이 심화되고 있다. 공교육은 붕괴되고, 학교가 교사와 학생에게 가기 싫은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학교의 권위와 교사의 위상은 갈수록 추락하고, 학교에선 왕따와 폭력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혁신학교’가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출발한 혁신학교는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6개 시ㆍ도교육청에서 현재 300여 개교를 운영하고 있다. 

혁신학교를 운영하지 않는 인천에서도 혁신학교와 같은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연대단체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 진보구청장이 당선된 남동구에서도 새로운 학교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혁신학교의 의의와 현황, 그동안의 성과 등을 짚어보고 새로운 학교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아직도 ‘혁신’이라는 말을 색깔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처음 혁신학교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보수 언론들은 ‘빨간색’ 운운했다. 혁신은 영어로 이노베이션(innovation)이다. 교육은 정체되면 안 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혁신학교는 무너진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학교이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10월 23일 부평구청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새로운 학교를 위한 교육희망 토크 콘서트’에서 혁신학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09년 9월 경기도교육청이 19개교에서 출발한 ‘혁신학교’는 2012년 3월 현재 전국 6개 시·도교육청에서 323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경기 혁신학교’ 154개교(초 76ㆍ중 60ㆍ고 18), 강원도교육청 ‘강원 행복더하기 학교’ 41개교(초 22ㆍ중 13ㆍ고 22), 광주시교육청 ‘빛고을 혁신학교’ 10개교(초 4ㆍ중 4ㆍ고 2), 서울시교육청 ‘서울형 혁신학교’ 61개교(초 31ㆍ중 20ㆍ고 10), 전라남도교육청 ‘무지개 학교’ 40개교(초 25ㆍ중 13ㆍ고 2), 전라북도교육청 ‘전북 혁신학교’ 50개교(초 32ㆍ중 15ㆍ고 3) 등이다.

시ㆍ도교육청별 전체 초·중·고등학교 수와 비교해보면 경기도 7%, 강원도 6%, 광주 4.8%, 서울 4.6%, 전남 4.8%, 전북 5.3% 정도다. 이들 교육청은 2014년까지 7%~23% 정도까지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연간 3000만원에서 1억 8000만원 정도의 예산이 4년(전북은 3년) 동안 지원된다.

이들 혁신학교는 법적으로는 자율학교의 지위를 가지고 있어 수업 시수의 20% 범위 내에서 증감 운영이 가능해 교육과정 자율 운영이 일부 가능토록 돼있다. 교장은 기존 교장이나 초빙ㆍ공모형 모두 가능하나, 공모형 교장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사도 정원의 50% 이내에서 충원이 가능하다.

혁신학교를 추진하지 않는 지역 가운데 별도의 예산 지원 없이 학교 자체적으로 혁신학교의 운영방식을 따르는 학교들이 있다. 경상북도 상주시의 상주남부초등학교가 대표적이다. 또한 충청남도 아산시의 거산초, 홍성군의 홍동중학교 등도 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방자치단체가 혁신학교의 취지에 공감해 학교를 선정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충청남도는 학교 운영에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참가하고, 교사를 수업 이외의 각종 업무로부터 해방시켜 수준 높은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는 등 학부모와 학생, 교사 모두가 즐겁게 생활하는 학교 모델을 만들자는 목표로 2011년부터 10개 초ㆍ중학교를 ‘충남 행복공감학교’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충청남도는 도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학교로 인한 변화

경기도교육청에서 2009년 9월 혁신학교로 지정된 초ㆍ중학교의 학생ㆍ학부모ㆍ교사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초등학교는 2009년 69.8%에서 2010년 85.8%로 16%가 증가했고 중학교는 49.0%에서 67.9%로 18.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혁신학교가 기존 교장·교감이 지니고 있던 권한의 많은 부분을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위임하고, 수평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구성원 간의 폭넓은 신뢰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간의 친밀감이 향상되고 학생 간 서로에 대한 인권의식이 높아진 결과로도 보고 있다.

혁신학교를 운영하는 시·도교육청의 자료를 보면, 교사의 ‘가르침 중심’ 수업 문화가 학생들의 ‘배움 중심’ 수업 문화로 변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의 일방적인 수업 방식에서 탈피해 학생들의 참여와 상호 간 협력을 통한 협동학습 형태의 수업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도 학습에 흥미를 느끼고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 또한 혁신학교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혁신학교 교사는 교사행정 업무량이 기존 학교에 비해 적어 수업과 생활지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교감과 행정실무사 등으로 구성된 교무업무지원팀을 구성하고 교무실ㆍ교장실ㆍ행정실을 통합해 운영하기도 한다. 당연히 교사의 업무경감 만족도가 높고, 학생 인권에 대한 존중 풍토 또한 학생ㆍ학부모ㆍ교사 모두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이 높게 나왔다.

혁신학교는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 속에서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향상시키고, 학생들을 능동적인 배움의 길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교육의 본질인 가르침과 배움을 충실히 수행하는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혁신학교와 함께 대학 교육도 혁신 추진

다른 한쪽에선, 입시 위주의 교육이 바뀌지 않는 현실에서 혁신학교가 지속가능하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혁신학교 학생들은 대학입시에서 불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김상곤 교육감은 토크콘서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교 1학년 때부터 혁신학교를 다니던 아이가 내년에 고 3이 된다. 초·중등에서 혁신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학업성취도 평가는 높게 나올 것이다. 비판적인 사고를 키우고 협동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배우는 것이 혁신교육이다. 현재 혁신고등학교에서도 입시 준비를 한다. 그동안 해온 대로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경기도교육청 중등 교육과정을 ‘4+2’ 체제로 조정할 생각이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교 1학년까지 혁신교육을 익히고 나머지 2년은 입시 준비를 하는 것이다. 물론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도 변화가 따라야 한다. 대학교육의 혁신을 위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논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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