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㊶ 남동구 황해순모밀냉면
황해도 해주 출신 할아버지부터 이어진 냉면 맛
좋은 재료 쓰려고 직접 메밀 농사 하면서 ‘고군분투’
“앞으로도 남에게 도움주며, 가게 계속 운영할 것”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시원한 육수가 특징인 냉면은 더운 여름에 더 많이 생각난다. 그러나 인천 ‘황해순모밀냉면’은 손님들이 사시사철 문전성시를 이룬다.

인천 황해순모밀냉면은 32년째 남동구 만수동 골목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7월엔 인천시 ‘이어가게’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어가게’는 30년 이상 업종 변경없이 영업을 지속한 가게다.

황해순모밀냉면은 부부가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남편 김계천(58) 씨는 어머니인 박정매(78) 씨가 1991년부터 운영한 황해순모밀냉면을 27년 전부터 아내 이천영(56) 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황해순모밀냉면은 까나리액젓을 쓰지 않는 황해도식 냉면 전문점이다. 황해순모밀냉면 본점은 남동구 만수동 895-41에 있다.

황해도 해주 출신 할아버지부터 이어진 냉면 맛

김계천 씨가 냉면 기계 앞에 서있다.

김계천 씨의 할아버지는 황해도 해주 출신이다. 김 씨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옹진군 소청도에 자리를 잡고 냉면 가게를 시작하면서 ‘황해순모밀냉면’의 역사가 인천에 시작됐다.

김 씨는 “증조할머니부터 황해도 해주에 사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소청도에 자리를 잡으면서 냉면 가게를 하셨다”며 “이때 썼던 냉면 기계를 활용해 어머니가 인천 남동구에 ‘황해순모밀냉면’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조할머니때부터 썼던 80년된 냉면 기계를 사용해 면을 누르는 방식으로 메밀면을 직접 뽑았다”며 “그런데 어머니가 고물상이 오래된 냉면 기계를 자동화 기계로 바꿔준다고 하자 바꿔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80년된 기계는 없다”고 부연했다.

황해순모밀냉면의 물냉면.(사진제공 김계천)

황해순모밀냉면의 냉면은 황해도식 냉면이다. 황해도식 냉면은 소뼈, 사골, 양지 등을 넣은 담백하고 깔끔한 육수에 메밀면을 넣은 게 특징인 냉면이다. 김 씨는 1995년부터 어머니 가게에서 일하면서 냉면 반죽 방법과 육수 배합 비율 등을 전수받았다.

김 씨는 “회사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먹고 살 일을 찾다가 27년 전부터 가게에서 일했다. 당시 홀 서빙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음식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며 “어머니가 7~8년 정도 가게를 운영했다. 그 뒤 제가 어머니의 기술을 전수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재료 쓰려고 직접 메밀 농사 하면서 ‘고군분투’

김계천 씨는 메밀을 직접 말리고 빻아서 메밀면을 만든다.

김 씨는 좋은 재료가 냉면 맛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재료를 쓰려고 직접 메밀 농사를 짓는 등 고군분투했다.

김 씨는 “황해순모밀냉면 20주년 때 손님들에게 국산 메밀면을 먹이기 위해 강원도 양양군 구룡령 산을 깎아 만든 밭에 메밀을 심었다. 밭은 대략 1만평이었다”며 “거기에 메밀을 심은 게 제가 처음이었다. 좋은 재료를 쓰려고 고군분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메밀밭 관리를 잘 못하니까 많이 수확하지 못했다. 고라니가 와서 밭을 헤집어 놓기도 했다”며 “한달 동안 직접 재배한 국산 메밀로 메밀면을 만들었는데 손해만 봤다”며 “작심하고 심었는데 가게를 운영하며 농사를 짓는 게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렇듯 김 씨는 면 한가닥에도 정성을 쏟는다. 특히, 황해순모밀냉면의 면은 메밀쌀(깐메밀)과 건메밀(안깐메밀)을 적절히 배합해 식감이 독특하다. 면을 뽑고, 육수를 내고, 직접 손님을 맞다보면 김 씨의 하루는 끝난다.

김 씨는 “메밀을 찰지게 반죽해서 밟은 다음 메밀을 누른다. 메밀을 누른다는 것은 반죽을 기계에 넣어 면을 뽑아 삶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면이 매끈매끈해진다”며 “육수는 4시간 끓이고 물을 붓고 다시 끓인다. 육수 만드는 데 12시간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침 6시 30분부터 육수끓이고, 면을 뽑기 위해 메밀가루를 반죽 한다. 가게 영업을 끝낸 후 오후 10시에 육수 찌꺼기를 거르고 냉장고에 넣는다”며 “육수의 텁텁함을 없애기 위해 찌꺼기를 거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으로도 남에게 도움주며, 가게 계속 운영할 것”

황해순모밀냉면을 27년 째 운영하고 있는 김계천(오른쪽) 씨와 아내 이천영 씨.(사진제공 김계천)
황해순모밀냉면을 27년 째 운영하고 있는 김계천(오른쪽) 씨와 아내 이천영 씨.(사진제공 김계천)

김 씨는 어려웠던 유년시절을 기억하며 18년 전부터 무료 냉면 나눔, 냉면 판매 수익 기부 등 나눔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김 씨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어렵게 자식들을 키우셨다. 어머니가 힘들게 사셨고, 냉면 가게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것”이라며 “남에게 도움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마음을 새기고 봉사를 계속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복지관 등에서 독거노인 300~400명에게 무료로 냉면을 드렸다. 부평 소재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 바자회에서 냉면 1400개를 팔아 수익금을 다시 병원에 기부하기도 했다”며 “매년 하루 반나절 정도를 '나눔의 날'로 정해 수익을 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씨는 “나눔 행사를 한번 하면 계속 하게 된다. 안하면 좀이 쑤신다. 이웃과 나누고 나면 진짜 기분이 좋다”며 “그래서 가게가 더 잘 되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힘들 때도 손님이 끊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해순모밀냉면’은 365일 중 설연휴와 추석연휴만 쉰다. 김 씨는 앞으로도 남에게 도움주며 가게를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씨는 “몇년 전 겨울 일요일엔 쉬자고 했었다. 그런데 그날 서울에서 손님 8명이 왔는데 휴무라고 아쉬워하며 돌아갔다. 그래서 다시 매주 일하는 것으로 바꿨다”며 “비올 때 빼곤 거의 매일 손님이 많이 오기 때문에 가게 문을 닫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가게를 계속 오래할 생각이다”며 “식당을 운영하는 게 고생이긴 하다. 그러나 둘째딸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본인이 원한다면 가게를 물려줄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황해순모밀냉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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