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㊵ 남동구 ‘대원닭강정’
1986년 통닭 전문점 '대원통닭'으로 시작
"경조사·운동회 날에는 1시간 넘게 줄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가게 운영할 것”

인천투데이=김지문 기자 | 닭강정의 발상지는 인천이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모래내시장엔 닭강정의 여명을 함께하며 지금까지 문을 열고 있는 음식점이 있다. 1986년부터 이춘삼(71)씨가 운영 중인 ‘대원닭강정’이다.

1986년 문 연 닭강정 1세대, '대원닭강정'

대원닭강정 이춘삼(71)씨
대원닭강정 이춘삼(71)씨

닭강정은 미국식 치킨과 한국 전통 요리법이 교차하며 만들어진 음식이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과 함께 들어온 ‘프라이드 치킨’은 1960년대 식용유가 보편적으로 유통되며 ‘양념 통닭’으로 진화해 한국인의 밥상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양념 통닭은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지고 튀김옷에 양념이 스며들어 바삭한 식감을 약화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인천 전통시장의 통닭 가게들은 바삭한 식감과 양념의 맛을 모두 지킬 방법으로 한국 전통의 ‘강정’ 요리법을 통닭에 적용했다. 그렇게 최초의 ‘닭강정’이 탄생했다.

한과 장인들은 강정이 눅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찹쌀 반죽을 튀긴 후 물엿을 입혔다. 인천의 통닭 전문점들은 이런 한과 강정 요리법을 채용해 닭을 튀겨내고 물엿을 발라 바삭한 식감을 유지하는 닭강정을 개발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인천 지역 통닭 전문점들이 한과에서 차용한 닭강정 요리법을 채택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부터 우후죽순 닭강정 전문점이 늘어났다. ‘대원닭강정’ 또한 비슷한 시기 개점한 ‘1세대’ 닭강정 전문점 중 하나다.

대원닭강정을 운영하는 이춘삼(71)씨는 36년간 닭강정을 판매했다. 이 씨는 “1986년 당시에는 ‘대원통닭’이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시작했다”며 “그때는 닭강정만 전문으로 파는 음식점은 없었고 대부분 닭 전문 음식점은 생닭, 치킨, 닭강정 등을 모두 파는 닭 전문 복합 식료품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춘삼(71)씨가 닭강정에 양념을 입히고 있다.
이춘삼(71)씨가 닭강정에 양념을 입히고 있다.

“닭강정 튀기느라 딸 운동회도 못 가”...닭강정에 서린 애환

이 씨는 남편 오영식씨가 공무원 일을 하다 퇴사한 후, 친정 언니의 추천으로 모래내시장 후문 입구에서 닭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장사가 순탄치는 않았다.

이 씨는 “개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하루 6~7마리를 팔면 많이 판 편일 정도로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개점 후 첫 3년간 힘든 시간을 보낸 이 씨는 가게를 모래내시장 골목 안쪽으로 옮겼다. 장사 경험이 쌓이면서 닭강정 비법도 함께 정교해졌다. 처음에는 물엿, 간장, 마늘 정도가 전부던 닭강정 양념도 생닭 도매업자, 손님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발전했다.

이 씨는 “생닭 파는 사람들 의견을 듣고 요리법을 계속 연구하다 보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며 "경조사가 있는 날이면 닭강정을 대야에 잔뜩 담아 팔고, 월급 날이 되면 손님들이 닭강정을 사러 줄을 한시간씩 서기도 했다”며 당시의 인기를 회상했다.

이 씨는 "가게를 막 시작할 당시 딸들의 나이가 3~4살 정도였다. 닭을 튀기느라 바빠 주변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는 날이면 오전 5시에 일어나 오후 12시까지 끊임없이 닭강정을 튀겨야 했다"며 "딸들의 운동회 날을 아이들과 함께 보낸 적이 없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작년 12월 개장, “청결한 분위기 만들려 좌판도 없에”

대원닭강정 전경
대원닭강정 전경

대원닭강정은 2021년 12월 주방을 새로 꾸미고 무인 판매기를 배치하는 등 재개장 했다. 청결한 분위기를 만들어 새 손님을 유치하자는 사위의 주장 때문이었다. 대원닭강정은 다른 닭강정 전문점들이 자주 운용하는 재래식 좌판도 위생을 이유로 없엤다.

이 씨는 “사위 이야기를 들어 보니 위생 문제로 인기가 떨어지는 닭강정 전문점이 많다고 한다”며 “재개장을 하자 단골 손님 뿐 아니라 위생을 신경쓰는 새로운 손님들도 찾아왔다. 청결함과 옛 맛을 함께 잡았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찾아온 한 손님은 “지금은 30대인 딸이 고등학생이던 시절부터 대원닭강정을 찾았다”며 “재개장 후 다른 닭강정 전문점보다 청결한 분위기로 바뀐 데다 맛은 그대로라 더 자주 찾고 있다”고 답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닭강정 가게 운영 계속하고 싶어”

대원닭강정이 유명해지자 요리법 판매 제의도 들어왔지만 이춘삼씨는 전부 거절했다. 양념을 만드는 데 시간도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 시중에 유통되는 양념을 쓰는 게 어떻겠냐는 유혹도 있었지만 거부했다.

이 씨는 “다른 가게에서 양념을 만드는데 2만원이 든다면 우리는 5만원을 들인다고 생각하고 요리했다”며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요리법을 사겠다는 사람들도 물러난다. 그만큼 대원닭강정은 양념과 요리에 정성을 쏟는다”고 말했다.

끝으로 “닭을 자를 줄도, 튀길 줄도 모른 채 닭고기 가게를 시작한 게 어느덧 36년이 흘렀다”며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니 지금의 명성에 이르게 됐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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