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대에서 SNS까지, 인천언론을 중심으로 번외편 ⓺

인천투데이=전영우 객원논설위원│

인천투데이는 매주 인천미디어변천사를 연재합니다. 원시 부락을 이루고 살던 시절 연기와 불을 피워 위급한 소식을 알리는 봉수대(烽燧臺)에서부터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매체) 변천사를 기록합니다.

인천 언론을 중심으로 미디어 변천사를 정리해 인천 언론의 발달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연재글을 쓰는 전영우 박사는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일했습니다.<편집자주>

대통령 선거의 TV 방송토론이 담당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후보자가 갖고 있는 철학과 정책, 그리고 인품을 유권자들이 판단할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과거 대규모 군중집회를 통한 방식으로 후보자를 접하는 방식이 있었지만, 그런 방식의 대규모 집회는 거의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따라서 TV 방송토론은 유권자들이 직접 후보자의 목소리를 듣고 자질을 판단할 거의 유일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TV 토론이 선거의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부터이다. 역사상 최초로 이루어진 TV 토론을 통해 거의 무명의 신인이었던 케네디는 당시 당선이 유력시되던 후보였던 닉슨을 압도하고 대통령이 됐다.

이후 TV 토론은 당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 코스가 됐다. 정책이나 능력보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TV 토론은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계적 형평을 강조한 작금의 TV 토론 방식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그 효용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TV가 최근 그 영향력을 급격하게 상실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의문 제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새롭고 다양한 방식의 후보 검증이 TV가 아닌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뤄지고 있고, 이런 변화는 기존의 TV 토론 방식에 대한 회의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
지난 2일 오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정한 방식에 따라 엄격한 규칙으로 진행하는 현행 TV 토론은, 무엇보다 깊이 있는 토론이 불가능한 방식이다.

불과 몇 분이라는 정해진 시간에 후보자간 질문과 답변이 이뤄지고, 심도 있는 반론과 토론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보니 다분히 피상적인 공방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정책이나 이념, 철학에 대한 검증보다는 상대 후보의 약점이나 의혹 관련 공방이 주된 토론 내용이었다.

반면,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서 각 후보자를 초청해 진행한 토론은 유권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경제 정책 검증을 내걸고 진행한 ‘삼프로 TV’는 유권자들로부터 “나라를 구했다”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이 채널을 진행하는 사회자 3명은 다양한 경제 문제 관련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질문을 후보에게 끈질기게 던졌고, 후보의 답변에 삼차 질문으로 후보가 갖는 지식과 견해를 깊게 파헤쳤다.

기존 TV 토론 방식과 극명하게 차별화된 ‘삼프로 TV’ 방송은, 이를 시청한 유권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단순히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 것이 아니라, 답변의 부족한 부분이나 의문이 드는 내용이 있으면 그것을 지속적으로 파고들며 질문이 꼬리를 잇는 방식이었다.

정형화된 규칙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이 됐기에 후보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태도를 갖고 있으며, 내세운 정책이 얼마만큼 실현성이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파악할 기회가 됐다. 기존 TV 토론에선 불가능했던 것을 보여줬기에 열광적 반응을 끌어낸 것이다.

경제를 주로 다룬 ‘삼프로 TV’ 이외에 다른 전문 채널에서도 유사한 토론이 있었고 이런 자유롭고 심도 있는 토론을 지켜본 유권자들은 정작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TV 토론의 정형화된 토론 방식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제한된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고 정해진 방식에 따라 딱딱하게 진행되는 토론 방식은 각 후보들이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기 보다는, 질문을 빙자한 자기 홍보에 힘쓰거나, 상대방의 약점을 지적하면서 교묘하게 반론 자체를 차단하는 꼼수를 부리는 등, 효과적으로 후보의 자질을 판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미 후보에 대한 토론이 선행된 이후에 방송된 법정 TV 토론은 극명한 대비를 보였고 이를 통해 그 한계와 취약점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기계적 중립도 중요하고 형평성을 보장하는 진행도 중요하지만, TV 토론이 유권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본질은 바로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검증이다. 현행 방식으로는 후보자의 자질을 효율적으로 검증하고 유권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시대가 변했고 유권자들의 수준도, 요구 사항도 변했다. 그렇다면 방송토론 방식도 변하는 것이 맞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유권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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