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대에서 SNS까지, 인천언론을 중심으로 번외편 ⑨

인천투데이=전영우 객원논설위원│

인천투데이는 매주 인천미디어변천사를 연재합니다. 원시 마을을 이루고 살던 시절 연기와 불을 피워 위급한 소식을 알리는 봉수대(烽燧臺)에서부터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매체) 변천사를 기록합니다.

인천 언론을 중심으로 미디어 변천사를 정리해 인천 언론의 발달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연재글을 쓰는 전영우 박사는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일했습니다. 이번에 쓴 글은 번외편입니다.<편집자주>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올해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30%로 전체 조사대상 46개국 중 40위를 기록했다. 46개국 평균 수치인 42%를 한참 밑도는 신뢰도이며, 조사국들 중 최하위권이다.

69%로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인 핀란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놀라운 일도 아니고,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짐작 가능한 일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할 일이다.

경제와 문화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세계 최정상급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인데, 유독 언론의 신뢰도는 바닥권이니 한심한 일이고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흥미로운 것은 가장 불신하는 언론으로 <TV조선>과 <조선일보>가 1위와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그 뒤를 이어 <중앙일보>가 3위, <동아일보>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불신도가 높은 언론이 모두 보수를 자처하는 언론사들이니, 그 의미를 한번 음미해볼 일이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우선하고 언론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언론사는 신뢰를 잃는 법이다.

정파성도 언론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지만,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게으른 언론의 속성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을 터이다. 출입처 기자단과 이들이 사용하는 기자실은 한국 언론이 게을러지게 만들고 타락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주요 언론사 기자들은 출입처의 기자실을 이용하고 있는데, 자신들 이외에 마이너 언론사의 기자들이 기자실에 출입하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다.

대부분 메이저 언론사들로 구성된 기자실 출입 기자들은, 특히 주요 관공서 기자실 출입 기자들은 정보를 독점적으로 공급받고 홍보 담당자들로부터 대우를 받는다. 따라서 발로 뛰어 취재하는 것 보다는 기자실에 공급되는 보도자료와 정보를 바탕으로 손쉽게 기사를 작성한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사진출처 픽사베이.

얼마 전 <미디어오늘>이 법원기자실을 사용할 수 있게 기자실 출입증을 발급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조기자단이 얼마나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법원은 기자실 출입증을 법조출입기자단 기자들에게 발급해주고 있는데, 그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는 전적으로 기자들이 결정하고 있다. 법원 기자실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장소이기에, 기자실 출입증은 기사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의 소송에 대해, 기자단 가입은 기자들의 결정사항이고 법원이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결국 법원은 특정 언론사에게만 기자실을 이용할 수 있는 특혜를 주고 있으면서, 전적으로 기자단 가입은 기자들의 자율에 맡긴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최근 사법개혁과 관련해 언론의 논조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해당 부처 출입 기자들의 객관성에 물음표를 던지게 될 수밖에 없다. 특정 검사와 기자가 통화한 통화 내용도 논쟁을 부르기에 충분하니, 더욱 기자실과 해당 부처의 관계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게 만든다.

기자실이 결국 언론에 대한 통제 장치로 사용되고 있으며, 출입처 담당자와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고 객관성을 상실한 기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의혹의 진원지인 셈이다. 기자실 출입 허가를 가진 기자들은 종종 출입처 담당자와 식사와 술자리로 이어지는 자리를 갖게 되니, 부적절할 뿐 아니라 이런 자리에서 쉽게 정보를 얻는 게으른 기자를 양산하고 있다.

그러니 과거 기자실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내건 정권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하고 저주에 가까운 기사까지 나오게 된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기자들의 게으름을 상징하는 또 다른 사례는 인터넷 커뮤니티 베껴 쓰기이다. 정확한 취재 없이 인터넷에 떠도는 자극적 기사를 퍼나르는 행태는 언론의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보배드림’이나 ‘네이트판’과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사건들이 종종 올라오는데, 이런 글들 중 사실이 아닌 글을 무분별하게 언론이 기사화해 망신을 당하는 사례가 자주 있다.

최근에도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토스트 노점상에서 장사를 하고 있어 구청에 노점상 단속을 요청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이 여러 언론에 기사화 된 적이 있다. 한 인터넷 언론이 이 기사에 대한 검증을 해본 결과, 정작 해당 구청에서는 그런 민원을 접수한 적도 없고 노점상 단속을 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이 간단한 사실 확인 작업도 없이 무분별하게 기사화한 것이다. 언론 스스로 신뢰성을 져버리고 있음에도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개선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주요 국가들 중 최하위권인 언론 신뢰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극악한 언론 환경 속에서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기사를 보도한 언론이 있다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혹시 그것은 전적으로 특정 언론인의 개인적 역량에 의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참고로, 위에 언급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조사 대상 언론 중 지난해보다 가장 많이 신뢰도가 하락한 언론사는 <JTBC>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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