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대에서 SNS까지, 인천언론을 중심으로 번외편 ⓻

인천투데이=전영우 객원논설위원│

인천투데이는 매주 인천미디어변천사를 연재합니다. 원시 부락을 이루고 살던 시절 연기와 불을 피워 위급한 소식을 알리는 봉수대(烽燧臺)에서부터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매체) 변천사를 기록합니다.

인천 언론을 중심으로 미디어 변천사를 정리해 인천 언론의 발달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연재글을 쓰는 전영우 박사는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일했습니다. 이번에 쓴 글은 번외편입니다.<편집자주>

‘윤비어천가’. 언론이 대통령 당선자를 찬양하는 기사를 양산하는 것에 대해 냉소적으로 붙여진 별칭이다. 미식가인 그가 찾은 식당의 김치찌개 맛이 일품이라는 기사, 대중목욕탕을 찾은 그의 피부가 뽀얗다는 기사, 그의 이마가 상대 후보보다 더 빛나서 당선됐다는 기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찬 낯 뜨거운 기사들이 많다.

정치적 편향성이 심한 언론 지형을 생각한다면, 사실 그리 해괴한 일도 아니다. 당선자에게 질문을 하는 기자가 “외람되오나…”로 질문을 시작하는 것이 한국 언론의 현실이니 속보이는 아부성 기사는 오히려 귀엽게 봐줄 수도 있겠다. 정말 심각한 것은 일관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언론의 ‘내로남불’이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결과 분석 기사를 볼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부동산 정책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에 분노한 민심이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를 결정지은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대체적인 언론의 보도 경향이다.

실제로 선거일 이전까지 언론의 보도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조선비즈 3월 10일자 기사를 보면 문재인 정부 기간 서울 부동산 가격이 2배 올랐고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20대와 30대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 주요 보수 언론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이번 대선의 결과를 가져온 주요 원인이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집값 폭등이 서울에서의 승패를 갈랐다는 분석도 주요 보수 언론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분노한 민심이 이번 선거 결과에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인데,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항상 부정적인 일이고, 일관되게 이를 지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 실패로 가격 폭등을 비판하던 언론이, 윤석열 후보자가 당선되고 난 이후에 태도를 180도 전환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대표적으로 대선 전후의 매일경제 기사를 비교해보면 언론의 이중 잣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선 전에는 서울 전세값과 아파트 값 급등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야기되었다고 비판한 바 있으나, 대선 후에는 재건축 기대감에 수천만원씩 호가가 뛰고 있다는 기사로, 부동산 값 급등을 ‘기대감’으로 포장하며 긍정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몇몇 언론의 제목만 훑어봐도 “강남 3구 집값 하락 멈춤, 상승 전환 멀지 않았다” “대선 이후 기대감 확산하는 부동산 시장” 등 집값 상승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사례는 대부분의 보수 언론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데,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보수 성향 언론은 그동안 부동산 가격 폭등을 비판하던 태도를 바꿔 윤석열 후보 당선 이후 가격 상승의 장밋빛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특정 정권에서는 매우 부정적이고 실패한 정책이지만, 다른 정권에서는 매우 긍정적이고 기대감을 높이는 일이라고 보도하고 있으니, 하루아침에 논조가 180도 바뀐 것이다. 바로 며칠 전까지 집값 상승이 서민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었는데, 갑자기 집값 상승이 기대감이 됐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간단하다. 언론은 집값 상승이 반가운 사람들, 곧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자산가들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 언론의 자화상이다.

언론의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제는 진부해서 지적할 대상도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한국 언론은 사익을 추구하는 민영 기업일 뿐인데, 그런 사기업에게 공정과 객관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냉소적 진단이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전혀 해결이 되지 않는 현실의 냉정한 진단이기도 하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익 추구이고, 생존 본능이다. 이런 사기업의 본능을 무시하고 언론의 책무를 요구해봐야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유시민의 말대로 정보를 판매하는 장사꾼에 불과한 언론 기업에 공정과 공익 수호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봤자 아무 소용없으니 그저 무시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레거시 미디어(전통적인 언론)의 세계는 저물고 있으니, 기존 언론에 대한 기대는 깔끔하게 접고 어떤 요구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제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어떨까.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그리고 또한 레거시 미디어보다 훨씬 더 영향력 있는 뉴미디어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미디어 소비자의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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