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상대 비방과 가족사 사과 등 “처음 보는 선거판”
기후위기‧노동‧평등‧평화통일‧복지‧경제민주화 실종

인천투데이=서효준 기자│검증을 가장한 네거티브만 있는 대통령선거를 마주하며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커지고 있다. 연일 대통령 예비 후보 간 비방이 오가고, '가족 리스크' 폭로전은 커져만 간다.

주위에서 20대 대통령선거을 두고 “상대 비방만 있는 선거다. 후보들 간 정책은 뭐가 다른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을 쉽게 듣는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64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후보 간 정책토론회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향후 미래를 5년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정작 국민이 알아야 할 정책은 실종됐다. 

25일 '영흥석탄화력발전 조기폐쇄'를 촉구하며 인천시민들이 모여 영흥화력발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5일 '영흥석탄화력발전 조기폐쇄'를 촉구하며 인천시민들이 모여 영흥화력발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후정의, 탄소중립과 정의로운 전환

당장 아이들도 걱정할 정도로 기후위기가 심각한데, 이번 대선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은 안 보인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해 8월 6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현재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당시보다 1.1도 올라, 마지노선으로 정한 1.5도 상승에 불과 0.4도만 남았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과 흡수량이 수렴하는 수준까지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이 지난해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 줄이는 게 골자다.

탄소중립과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은 ‘정의로운 전환’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어떤 지역이나 업종의 급속한 산업구조 전환이 일어날 때, 과정과 결과가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한다는 개념이다.

전환사회 시민행동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복지문제, 돌봄 문제, 건강 문제가 됐다”며 “산업·교통·건축 등 모든 분야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고민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의로운 전환 대책을 수립해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대선 후보는 선거대책본부에 기후정의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재 사망사고 잇따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빈틈 어쩌나

노동정책도 안 보인다. 공사현장과 제조업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021년 인천에서만 발생한 산업재해(중대재해) 사망사고가 40건을 넘었는데 노동정책은 안 보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21년 1월 26일 제정돼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주로 현장에 상주하는 직접 관리자에게 제재를 가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시행을 3년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이러한 점을 들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쪽자리 법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성평등, 코로나19로 가중된 여성의 ‘돌봄노동’

성평등 공약도 찾기 힘들다.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면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많이 일자리를 잃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가족 구성원이 많아지면서 돌봄 노동은 여성에게 더 가중되고 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가족 구성원이 많아지면서 돌봄 노동은 여성에게 더 가중되고 있다.

황보화 신나는여성주의도서관 관장은 “가부장제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돌봄 영역 대부분을 도맡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증가한 돌봄 노동 역시 여성에게 전가됐다”며 “사회가 함께 고민하지 않고 가족‧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는 돌봄 영역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평등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젠더 갈등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이 대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며 “후보들은 표를 의식한 행보가 아닌 구체적인 성평등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지지부진‧‧‧ 종전선언 언제하나

세계 유일 분단 국가인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논의도 없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당시만 해도 관계가 좋던 남북관계는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로 급냉했다.

남북관계는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한걸음 더 나아가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한반도 내 문제를 남측이 앞장서서 해결해야한다는 이론)’은 실종됐다.

특히, 인천은 남북 접경지역으로 분쟁의 씨앗을 품고 있는 서해5도와 주변 해역을 품고 있다. 그만큼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시민 요구가 크다.

인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30일 발표한 ‘평화‧통일 인식조사’ 에서도 이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인천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남북통일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응답 시민의 62.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통일 방식을 묻는 질문에 시민 50.2%가 ‘남북합의에 의한 통일’을 1순위로 뽑았다.

반면, 남북관계 관련 질문에 시민 64.2%가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한국과 미국은 종전선언 문구 관련 조율을 거의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의 외교 보이콧으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종전선언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은 아직 진행 중이며 2022년에도 논의는 이어질 전망이다. 

인천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총인천본부가 지난해 6월 3일 10만 국민청원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사진제공 인천지역연대)
인천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총인천본부가 지난해 6월 3일 10만 국민청원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사진제공 인천지역연대)

차별금지법, 15년째 발의와 폐기만 반복

평등 사회를 위한 시금석이 될 차별금지법이 정부 발의 후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19대 대선에선 차별금지법 관련 논의가 많았지만 20대 대선에선 논의가 실종됐다.

지난해 7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은 시작 22일 만에 국민 1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앞서 지난해 6월 실시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보면, 국민 88.5%는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에 동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법무부가 정부안을 처음으로 제출했다. 이후에도 국회에서 여러 차례 차별금지법은 발의됐지만 아직 법은 제정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3개 발의돼 계류 중이다. 정의당 장혜영(비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대전 유성구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과 민주당 박주민(서울 은평구갑)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법안 3개 모두 성별·장애·나이·출신·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가구의 형태, 고용형태, 학력·병력 등 사유 23가지를 고용, 재화·용역, 교육, 행정서비스 영역에서 차별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이 골자다.

자영업자 소득 대폭 감소하는데 경제민주화도 안 보여

과거 대선에서 부족할 수 있지만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등이 화두로 제시돼 사회 경제에 걸친 구조적 변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는 균형 있는 경제 성장으로 경제 주체 간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개념이다. 대형마트 등 거대 자본을 규제하고 지역 경제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것 등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소상공인 소득은 곤두박질 쳤고, 노동자들은 사측의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라는 프레임에 말 한마디에 못하는 상황이다.

코로나 대유행이 지속하는 가운데 2020년 국내 소상공인의 영업이익이 43% 급감했다. 금액으로 보면 연 3300만원에서 1400만원이 줄어 1900만원을 기록했다. 월 평균 160만원만 번 셈이다.

결국 이 같은 영업이익 감소는 관련 종사자 수 감소로 이어졌다. 2019년 대비 2020년 소상공인 관련 종사자 수는 87만1000명이 감소해 557만3000명을 기록했다.

소상공인 대책뿐 아니라 계속 커지는 사회 양극화 문제와 주거 취약계층 문제 해결, 사회 보장제도 확대 등 국가 책임을 높이는 방안 등 관련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환사회시민행동이 지난달 12월 1일 인천시청 앞에서 대선공약 제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환사회시민행동이 지난달 12월 1일 인천시청 앞에서 대선공약 제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책 방향을 밝히고 구체적인 공약 제시해야”

강주수 전환사회시민행동 공동대표는 “대선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국민들은 대선 후보 공약을 잘 모른다. 정책토론회는 진행된 바 없고, 후보들은 공약을 제시하는 게 아닌 상대 비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위기‧불평등‧평화통일‧민주주의 확대‧성평등 등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모순에 대한 논의는 없다. 후보들은 모순에 대한 자신의 정책 방향을 정확히 밝히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환사회시민행동은 ▲㈔인천여성회 ▲㈔장애인자립선언 ▲건강과나눔 ▲인천겨레하나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인천평화복지연대가 모여 구성한 단체다. 

이들은 지난달 1일 기후정의건강평등평화성평등먹거리주권돌봄·복지 등 분야 6가지의 대선 공약 13가지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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