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성 없는 '프로퇴사러'?··· "그렇게 생각 안해"
“20대들의 주식투자 마냥 한탕주의 아냐"
“특정 당 지지한다기 보다 인물 보고 투표“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2021년을 강타한 단어가 있다. 바로 엠제트(MZ)세대다. MZ세대는 1980~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에 태어난 ‘제트(Z) 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정치권은 MZ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을 내걸고, 기업은 MZ세대의 지갑을 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은 베이비붐 세대(1950년~1964년), X세대(1965년~1979년), 밀레니얼 세대(Y세대, 1980년~1994년),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으로 나뉜다. 2022년 기준으로 이들의 나이는 현재 Y세대는 43세~29세, Z세대는 28살 이하다.

사회로 따지면 과장‧팀장급 직장인과 사회초년생, 취업준비생, 대학생, 고등학생까지 모두 MZ세대 범주 안에 포함되는 셈이다.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세대라는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는 특징으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하나로 묶였다. 

MZ세대는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소유보다는 공유(렌털이나 중고시장 이용)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정말일까. 40대, 30대, 20대를 통틀어 이러한 특징을 보인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20대들의 이야기를 따로 담아본다.<기자 말>

20대는 참을성 없는 '프로퇴사러'?··· "그렇게 생각 안해"

어느 시기건 20대들을 ‘요즘 것들’이라고 일컬으며 주목했다. 그런데 유독 1990년대생들은 ‘유별난 요즘 것들’이라고 칭해진다.

‘90년대생이 온다’ 등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책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조직 내 기성세대와 인사 관리자들은 책까지 읽어가며 90년대 생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10분 먼저 오는 것 없이 출근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것, 업무량이 많다고 느끼면 곧장 사수나 팀장에게 불평을 늘어놓는 것, 혼자 점심을 먹는 것, 상사가 퇴근하기 전이라도 정시에 퇴근하는 것 기성세대들에겐 아직 익숙하지 않다.

박 아무개(29) 씨는 자신을 ‘프로 퇴사러’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퇴사를 잘한다는 뜻이다. 가끔 ‘진득하게 못 버티고 또 옮겨?’라는 잔소리를 듣지만, 박 씨에겐 이제 그런 말은 통하지 않는다.

박 아무개 씨는 “한 번은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는 차장의 말에 ‘오늘은 혼자 먹겠다’고 하니 ‘다이어트 중이냐’는 말이 되돌아왔다. 기분이 언짢아 ‘오늘은 다른 메뉴를 먹고 싶어서 그래요’라고 말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에도 같은 이유를 들어 종종 혼자 먹었더니 다른 직원들도 ‘혼밥’을 시도하더라”며 “회사에 ‘혼밥’ 문화를 도입하는 데도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평소 회사 상사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순 없더라. 그래서 퇴사했다”고 부연했다.

또 “‘참을성이 없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나는 내가 참을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선택이었다”며 “이젠 회사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회사는 어딜가나 단점이 있는데 참을 수 없으면 그만두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아무개(28) 씨가 받은 통보.
김 아무개(28) 씨가 받은 통보.

20대를 이해하기 위한 기성세대들의 고군분투··· "글쎄"

김 아무개(28) 씨는 지난해 같은 계약직 공무원이었던 50대 직원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50대 직원과 김 씨는 매번 부딪혔다. 김씨는 50대 직원이 김씨에게 ‘저기요’라고 부르거나 반말을 했고, 기분 나쁜 언행도 했다고 한다.

한번은 ‘저도 같은 직급이니 이름을 불러주시고, 존대를 해달라’고 했더니 그 직원은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씨는 “‘이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볼 수 있느냐며 나를 유난스러운 사람 취급하고 신고를 막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신고를 결심하기까지 어려웠지만, 신고를 하고 일부분을 괴롭힘으로 인정을 받았다. 내 주변에선 내가 첫 신고 사례이자 첫 성공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불편한 문화는 당연히 바뀌는 것이 맞다. 그런데 불편한 사항을 건의하거나 얘기하면 MZ세대를 유별난 사람으로 몰고 간다”며 “가만 보면 MZ세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젊은 세대들을 하나로 구분지어 낙인을 찍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아무개(24세) 씨가 주식하는 모습.
박 아무개(24세) 씨가 주식하는 모습.

"20대들의 주식투자 마냥 한탕주의 아냐"

주식과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20대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자리 문제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박 아무개(24세) 씨는 지난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박 씨는 꼭 20대들의 주식 투자를 ‘한탕주의’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지난해 투자에 관심을 갖는 지인들이 늘어났고 자신 역시 주식을 시작해 돈을 벌었지만 ‘한탕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박 씨는 “투자를 시작하기 전 관련 유튜브 영상과 책을 찾아보는 등 기초적인 지식을 쌓았다”며 “그렇게 해서 주식을 시작했는데 하루에 40만원씩 수익이 나기도 하고 잃기도 했다”며 고 말했다.

이어 “20대들이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주식을 해서 큰 돈을 잃는다는 얘기가 많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게 20대뿐일까”라며 “나는 노동이 돈뿐만 아니라 즐거움이나 정신건강과 같은 다른 가치들도 함께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주식을 해서 돈을 벌었지만, 전업투자자가 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특정 당 지지한다기 보다 인물 보고 투표“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는 MZ세대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Z세대의 정치 이념성향은 보수와 진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권은 고심 하고 있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다니고 있는 박 아무개(22) 씨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는 '이대남은 보수 성향이 짙다’, '이대녀는 진보 성향이 짙다’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박 씨는 “특정 당을 지지한다기보다 인물을 보고 투표 하는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은 과거 국민의힘을 주로 지지했으나 윤석열 후보의 각종 논란이 언론에 알려지자,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며 “물어보면 국민의힘 지지자였던 친구들은 현재는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좀 더 나은 선택을 하는 행위의 연속이다“며 “‘차악’을 뽑는다기보다 이번에는 이러한 상황이니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생각으로 투표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씨와 달리 정치에 관심이 없는 20대들도 꽤 많았다. 그들은 후보들의 공약을 파악하는 데 피로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투표는 하긴한다지만 ‘어차피 될 사람은 정해져 있다’라는 게 그들의 논리다.

최 아무개(26) 씨는 “투표를 한 번 해봤다”며 “그런데 어느 당에 누가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투표가 세상을 바꾼다고 하지만,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희대 정외과 박 씨는 “정치혐오와 정치무관심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주의의가 최대로 그 장점을 발할 때는 민중의 높은 관심과 참여에 있다. 오히려 즉각적으로 지지율이 변동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더욱 정치에 관심을 높이고, 정치 참여로 얻는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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