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울경·충청·대구경북·광주전남 4대 메가시티 추진
메가시티 세계 추세, 인천·부천·시흥·김포 통합 논의할 때
몸집만 키우면 부작용... “연방제 준하는 권한 보장해야”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정부가 새로운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권역별 ‘메가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중 인천이 서울·경기 틈에서 홀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력한 지방분권과 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천과 부천·시흥·김포를 묶는 인구 500만 메가시티 조성 필요성이 부각된다. 부천과 시흥은 부평도호부에 속했던 곳이다. 

지난 10월 정부는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초광역권 협력 지원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이남 4개 권역(부산·울산·경남권, 충청권,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에서 초광역 메가시티 출범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 정부가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발표한 ‘초광역권 협력 지원전략’ 개념도.(사진제공 산업통상자원부)
지난 14일 정부가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발표한 ‘초광역권 협력 지원전략’ 개념도.(사진제공 산업통상자원부)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시티는 교통망 확충으로 단일 생활권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또한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유입하기 위해 초광역 공유대학을 육성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을 적극 유치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이에 따라 2040년 부울경은 인구 1000만명, 충청권(대전·세종·충북·충남)은 600만명, 대구·경북은 인구 550만명, 광주·전남은 인구 500만명이 거대 생활권을 이룬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전북·제주·강원 등도 메가시티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광역지자체는 지난해 12월 '강소권 메가시티' 지정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발표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력을 요청했다.

수도권 역차별 해소와 성장 잠재력 확보 등 파급효과 기대

인천에서도 주변 부천·시흥·김포시 등과 함께 500만 광역단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예전부터 종종 나왔다. 도시 4개가 주거·교육·교통 등 주요 생활인프라를 공유하면 미래성장 동력을 갖출 수 있고, 인천이 겪는 수도권 역차별도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서 500만 인천 주장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지난 2014년 인천시장 시절 제안하면서 공론화 하기 시작했다. 

그 뒤 김교흥(민주, 서구갑) 국회의원도 지난 2018년 인천시장 선거 예비후보 시절에 이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학재 전 국민의힘 인천시당위원장도 2020년 인천·부천·시흥·김포 통합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도시 인구가 500만명 이상은 돼야 자생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북유럽 강소국의 인구도 500만~1000만명 규모다.

미국·중국·일본·프랑스·독일 등 세계의 선진국들은 국가경쟁력을 위해 이미 메가시티를 넘어 ‘메가리전’(mega-region, 교통·물류 등 사회기반시설을 공유하고 경제·산업적 연계가 긴밀한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도시 연결권역) 전략을 시행 중이다.

선진국들의 메가시티 추진 사례(자료제공 경남연구원)
선진국들의 메가시티 추진 사례(자료제공 경남연구원)

인천·부천·시흥·김포 역사적으로 생활·문화권 같아

인천·부천·시흥·김포는 같은 생활·문화권이면서 역사적으로도 맥락을 같이한다. 부천시는 서쪽으로 인천 부평구, 남쪽으로 시흥시, 북쪽으로 인천 계양구와 김포시와 닿아있다.

부천시의 지명은 구한말 부평도호부의 부자와 인천도호부의 천자를 따온 이름이다. 일제가 당시 인천도호부 관할 지역 중 현재 인천 중구와 동구 일부만 인천부라고 하고, 나머지는 부천군으로 명명한 데서 부천이라는 지명이 비롯한다. 

시흥시는 인천 남동구·연수구, 부천시와 인접하다. 시흥시와 인천 남동구 경계에 있는 소래산은 인천도호부의 진산이었다. 한 행정구역이였다는 것이다.

경기도 김포시는 인천 계양구와 서구 그리고 부천과 인접하다. 역사적으로도 이들 지역은 행정구역상 각각 인천부 김포군과 부평군에 속했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천을 중심으로 한 메가시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김포·시흥·부천·안산까지 모두 아울러야 효율적”이라며 “김포·부천·시흥·부평·남동 등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경제벨트를 구축하면 일자리와 지역총생산이 증가하는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이 강력한 지방분권 도시가 돼야 코로나19 이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교류에 대비할 수 있고, 향후 개선될 남북관계에 맞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인천 주변 도시들과 연계한 메가시티 구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남춘 시장과 신은호 의장이 지난해 12월 시의회에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을 위한 인사운영 업무협약을 했다.(사진제공 인천시의회)
박남춘 시장과 신은호 의장이 지난해 12월 시의회에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을 위한 인사운영 업무협약을 했다.(사진제공 인천시의회)

“몸집만 커지면 부작용... 행정·입법·재정 권한 대폭 이양해야”

하지만 몸집만 불리는 식의 메가시티 구상은 지방자치와 오히려 괴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시티 전략은 또 다른 중앙집권체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내실 있게 메가시티를 추진하려면, 행정·사법·입법·재정 권한을 과감하게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게 필요하다.

한국은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로부터 각종 제약을 받고 있다. 우선 입법 권한만 봐도 자치입법의 핵심인 조례와 규칙은 법률 내에서만 인정된다. 또한 정부의 지도·감독을 받게 돼 있다.

또한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올해 1월부터 지방의회도 독자적인 인사권을 시행할 수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방의회 인력과 조직 규모는 지자체보다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이는 의회 내 승진적체와 인력부족을 유발해 의회 지위를 떨어뜨린다.

실제로 인천시 팀장급인 5급 공무원 자리를 단순 비교할 경우 시에는 424개가 있지만, 의회 사무처에는 17개뿐이다. 지방의회 사무처 인력을 별도 채용하는 등 조직을 인사권 독립에 맞춰 키울 필요가 있다.

시 내부에 편재된 감사관실을 시의회 감사위원회로 독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감사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시의회 조직을 키울 수 있다. 현재 감사위원회를 운영하는 광역자치단체는 서울시·세종시·광주시·대전시·제주도·충청남도 등이 있다.

"스위스는 850만명인데 자치주만 26개인 분권 연방국가"

아울러 진정한 자치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정분권이 더욱 중요하다. 단순히 지방재정 규모를 확대하는 게 아니라 지방세 같은 자주재원을 확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세의 상당부분을 지방세로 이양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단계 재정분권 세부 운영방안’을 보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현재 73.7대 26.3에서 2023년 72.6대 27.4로 조정된다. 지방세 비율이 1.1% 오른 수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 7대 3 달성’ 목표에는 아직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위스의 경우 인구는 850만여명으로 한국의 5분의 1 수준인데 자치주만 26개로 구성된 연방국가다”라며 “지방자치단체 규모를 키운다고 능사가 아니다. 행정·사법·입법·재정 분권을 보장하며 연방국가에 상응하는 권한을 보장해야 주민자치까지 아우르는 지방분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송도국제도시의 모습.(사진제공 인천경제청)
송도국제도시의 모습.(사진제공 인천경제청)

500만 인천 상응하는 교육·행정 인프라 필요

500만 인천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교육·행정 인프라도 확충해야한다. 현재 인구 300만명 광역시 위상에도 부족한 게 많다.

인천은 수도권 최대 항만을 지닌 해양도시이며 항만업계·법조계·시민사회단체·정치권 등이 해사법원을 유치하기 위해 나서는데 해양대학조차 없다. 대학 숫자도 수도권 규제에 가로막혀 9개로 부산(16개)보다 적다.

인천 소재 예술고등학교를 나와도 인천에 진학할 수 있는 음대나 미대가 없다. 또 인천은 남북 접경지역으로 평화번영의 중심도시라고 하지만 북한전문대학원이 없으며, 자치경찰제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인천 지역 대학에 경찰행정학과가 하나도 없다.

인천, 고등법원만 없는 게 아니라 언론중재위도 없어

또한 인천은 고등법원이 없다. 300만명 이상 대도시 중 유일하다. 인천지방법원이 부천·김포·시흥을 관할하고 있을 뿐이다. 김포·부천 주민들은 항소심을 하려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까지 가야한다. 인천지법 관할 인구는 423만명에 달하는데 민사와 가사 원외재판부만 있다.

언론중재위원회 또한 인천엔 없다. 인천·부천·김포 시민들은 언론 분쟁 해결을 위해 경기중재부가 있는 수원까지 가야한다. 중재부는 서울에만 8개가 있고, 수원에도 1개 있는데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인천에만 없다. 특광역시 7개 중 인천·울산만 빼고 중재부가 모두 있다.

2020년 기준 언론중재위 전체 사건은 3924건이었다. 이 중 경기중재부는 413건으로 국내에서 사건이 가장 많았다. 인천·부천·김포 사건은 154건으로 37.3%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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