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과 생산력 향상 노동시간 감소 추세
주4일제 시행, 휴식 보장·업무 효율 상승 기대
임금 삭감 없는 주4일제 위한 제도 마련 필요

인천투데이=김샛별 기자 | 산업화 시기 빠르게 이룬 경제 성장은 장시간 노동의 산물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성이 향상하면서 노동시간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1989년 기존 주48시간제에서 주44시간제로 법정 노동시간을 단축했다. 2004년 7월부터는 단계적으로 주40시간을 근무하는 주5일제를 시행했다. 2018년부터 일부 업종은 제외됐지만 주52시간 상한제를 시행 중이다.

 2018년부터 일부 업종은 제외됐지만 주52시간 상한제를 시행 중이다.(정책브리핑 화면 갈무리)
2018년부터 일부 업종은 제외됐지만 주52시간 상한제를 시행 중이다.(정책브리핑 화면 갈무리)

먼 나라 선진국 이야기 같았던 주4일제가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에도 현실로 다가왔다.

여러 기업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근무 등을 시행하며 효과를 거뒀고, 노동시간 단축과 근무 형태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정치권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예비후보가 먼저 주4일제 논의에 포문을 열었다. 심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첫 번째 공약으로 ‘전 국민 주4일 근무제 도입’을 발표했다.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도 노동시간 단축에 동의를 표하며 ‘노동시간 단축은 언젠가 미래에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노동시간은 꽤 긴 편에 속한다. 지난해 기준 OECD 국가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687시간이다. 한국은 이보다 221시간 많은 1908시간이다.

한국은 멕시코(2124시간), 코스타리카(1913시간)에 이어 OECD 가입 국 36개 중 세 번째로 길다. 하루 8시간 노동으로 계산하면 약 한 달을 더 일하는 셈이다.

노동시간 줄자 번아웃 사라지고 생산성 높아져

유럽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유치원 교사, 사회복지사, 병원 종사자 등 2500명을 대상으로 주4일제를 시범으로 운영하는 실험을 했다. 참여자들은 기존 임금을 받으며 주4일만 근무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소진)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거의 사라졌고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work and life balance)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실험이 진행된 기간 노동생산성의 연간 성장률은 1.7%에서 3.8%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 역시 2019년 8월 한 달 동안 23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주4일제를 시행했다.

그 결과 직원 1인당 매출을 기준으로 평가한 노동 생산성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또한, 참여 직원 중 92%가 주4일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참여 직원 중 97%는 업무에, 또 97%는 업무 외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국내에서는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2019년 6월 임금 삭감 없는 주4일 3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에듀윌 직원의 근무환경 만족도는 2019년 9.14점에서 2020년 9.73점으로 상승했다. 매출액도 2019년 952억원에서 2020년 1193억원으로 늘었다.

휴식 보장·업무 효율 상승 기대하지만 임금 삭감 우려도

주4일제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휴식권 보장과 노동 생산성을 향상을 기대했다.

지난해 8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은 국내 성인 남녀 4155명을 대상으로 주4일제 시행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 중 84%인 3473명이 주4일제 시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긍정적으로 답변한 이유로는 ‘휴식권 보장과 워라밸 문화 정착 기대’가 72.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충분한 재충전으로 업무 효율이 높아질 것 같아서’가 51.7%,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가 32.1%, ‘휴일 증가로 내수가 진작되고 경제가 성장할 것 같아서’가 21.2%를 차지했다.

고아라 정의당 인천시당 노동국장은 “현재 대한민국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와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이 혼재해 있다”며 “주4일제 시행은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한편, 주4일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 16%(682명) 중 60.4%는 ‘임금 삭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업무량은 줄지 않고 업무 강도만 높아질 것 같아서’가 45.3%를 기록했다. ‘휴일이 많아 업무 감각과 생산성이 떨어질 것 같아서’가 19.6%, ‘주4일제를 시행 못하는 일부 업직종의 박탈감이 클 것 같아서’가 15.4%를 차지했다.

주4일제 도입 필수조건은 ‘임금 유지’

이처럼 주4일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임금 유지’가 필수적이다. 즉, 주4일제의 핵심은 임금은 같은 수준이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실제로 주4일제 시행에 ‘임금이 줄어든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자 찬반이 뒤바뀌었다.

지난해 11월 한국리서치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64%가 ‘임금이 줄면 주 4일 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주 4일 근무를 하겠다는 응답은 29%에 그쳤다.

또한, 주4일제는 업종별로 찬반이 갈리는 문제이기도 하다. 제조업 등은 생산 시간 자체가 줄어들면 즉각적으로 매출이 감소한다.

이진숙 민주노총 인천본부 정책국장은 “제조업 종사자 역시 노동 시간 단축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시행 시 임금 감축을 우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인천 남동산업단지 전경.(사진제공 인천시)
인천 남동산업단지 전경.(사진제공 인천시)

인천은 제조업 비중이 높다. 2020년 기준 인천 전체 노동자 58만여명 중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20만500여명으로, 35%를 차지한다.

‘임금 삭감 없는 주4일제’ 시행을 위해서는 임금 삭감을 막는 제도 등을 마련하고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정의당 인천시당 고아라 노동국장은 “주4일제는 중소기업, 중견기업이 국가 지원으로 여가시간과 자기계발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소 노동 시간을 보장하거나 기간제·단시간 노동자에게도 퇴직금과 추가수당 등을 지급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주4일제를 도입하는 기업한테 세제나 사회보험료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주4일제와 다양한 노동시간 단축 모델' 보고서에서 “주4일제는 산업과 사업장 특성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실행할 수 있다”며 “전면 시행 전 실제 적용을 목표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주4일제를 실험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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