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대형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6명 중 1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나머지는 아직도 연락두절이다.

국민들은 눈과 귀를 의심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가 떠올랐다. 당시로부터 무려 27년이 지났는데 부실공사로 건물이 붕괴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벌어진 대형 사고다. 일을 마치고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갔어야 할 노동자들은 귀가하지 못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안전 확보가 안 되면 철거 후 재시공’하고, 향후 광주시가 추진하는 공공발주 공사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천 미추홀구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고, 연수구 소재 인천신항 배후단지를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청라의료복합단지를 개발할 예정이다. 그만큼 이번 사고에 대해 인천시민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광주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인천시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인천시는 지난 13일 군‧구 10개에 모든 공사현장을 지도‧점검하라는 긴급 공문을 내렸다.

인천시가 파악하고 있는 공사현장은 일반건축물 공사현장 192개, 아파트 공사현장 125개, 재건축‧재개발정비사업 등 도시정비사업 구역 33개 등 총 350개다.

시 건축안전센터팀은 기초단체 10개와 협력해 시공자별, 공정별로 공사현장을 파악하고 있다. 시는 향후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해 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함께 관내 공사 현장에 대한 합동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공사 현장에 대한 점검은 시민안전을 책임져야할 정부와 지자체의 의무이자 기본이다. 이번사태는 기본에만 머물게 아니다. 중대재해를 야기한 기업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경찰과 검찰 등 수사 당국은 광주 화정도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공사현장 관리 책임자와 일부 임원에 대해서만 수사하고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HDC현대산업개발 최고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사회가 본보기로 삼을 수 있다.

중대재해는 오는 2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광주는 물론 인천에서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2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신축 아파트 공사장에서 작업하던 50대 노동자가 떨어지는 철제 구조물에 맞아 숨졌다.

고용노동부 공식 통계와 노동계 자료를 종합하면, 인천에서 지난해 1년간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는 무려 43건에 달한다. 1년에 국내에서 약 2400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지만 이번 대선에선 안전과 노동권 개선을 위한 공약이 안 보인다.

대신 성장과 개발 공약, 노동시간 늘리기 공약이 넘쳐난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종합주가지수5000, 세계 5대강국, 국민소득 5만달러’라는 이른바 ‘트리플 5’공약을 제시했다.

그러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재명의 ‘5·5·5’는 가짜라며 자신의 ‘초격차 기술 5개 확보, 글로벌 기업 5개 육성, 세계 5위 경쟁력 국가’가 진짜 ‘트리플 5’라고 했다.

표현만 다를 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얘기한 ‘747 공약’과 별 차이가 없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아예 대놓고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다시 늘리자고 했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건국 후 국가발전과 성장을 외치며 달려왔다. 민주와 인권, 평등, 복지는 밀렸다. 그나마 1987년 민주화운동의 성과에 따른 개헌으로 직선제 민주주의를 다시 부활시켰을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와 평등, 평화, 통일, 복지는 뒷전이다. 기후위기가 심각해도 대선에서 안 보인다.

대한민국이 10대 강국에 들어가는 나라라지만 가난한 국민은 수두룩하다. 국민소득 3만5000달러라고 하지만 과연 몇 명이나 이 돈을 만 질수 있을까. 가계부채는 2000조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내 집 마련의 꿈은 20세기 영화에서 나오는 얘기다. 20~30대 대다수에게 내 집 마련은 꿈같은 얘기다.

한해 산재로만 약 2400명 넘게 죽고, 한국은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노동시간이 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심각하고 남녀 차별은 더 심각하다.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OECD 국가 중 각종 자살률 1위는 안내려온다.

그런데 정작 이번 20대 대선에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모두가 두루두루 고루고루 잘 살 수 있는, 안전하게 살 권리를 얘기하는 정치가 안 보인다. 국민들은 대선에서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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