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시민대책위, 공개서한 낭독 기자회견
박남춘 "직접 교회 측 만나 상의할 것"
김정택 목사, 단식 30일 건강악화로 중단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 시민단체와 종교계가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며 민주화·노동운동 유산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 존치를 촉구했다.

인천 시민사회단체 89개로 구성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21일 인천시청에서 박 시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낭독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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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30일간 진행했던 김정택 목사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30일간 진행했던 김정택 목사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들은 “민간개발사업이라도 최소한 보전해야 할 가치를 지키는 것이 ‘시민이 시장’이라고 강조한 박 시장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시장은 민주화 운동 역사를 구현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런 인천시가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철거 결정을 내렸다는 데 분노한다"며 "시는 조합과 교회 양측을 중재하기로 한 뒤 바로 교회 철거 계획이 담긴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을 고시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책위는 “교회를 산업유산 기념시설로 지정하고, 산업유산 보존 방안을 논의할 민관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박남춘 시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올리며 "사안을 책임지는 원도심재생조정관에게 전향적인 조정자의 역할을 하라고 지시했다"며 "저도 직접 교회 측을 만나고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날 오전 교회·조합 관계자, 양측이 초빙한 건축 전문가들과 추가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교회 측은 건물 존치만을 요구할 뿐 재개발을 반대하거나 이전비 등 보상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용적률을 조정해 교회를 보전해도 사업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고 주장한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1961년 미국 감리교회 조지 E. 오글 목사가 세웠다. 인천의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다. 1978년 동일방직 사건 당시 여성노동자들이 피신한 곳이자, 노동자 권리 보호와 민주화 운동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동구 화평동 1-1번지 일대 18만㎡에 지하 3층, 지상 29층 규모의 아파트 3183세대를 짓는 화수화평재개발사업으로 교회는 철거 위기에 놓였다.

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6월 23일 교회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표지석이나 별도 공간을 마련하라는 조건을 달아 이 사업을 승인하고 지난 19일 정비구역 지정 결정을 고시했다. 이에 대책위는 반발은 더욱 커졌다.

한편, 교회 보존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나섰던 김정택 목사는 심각한 건강 악화로 30일째인 이날 단식을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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