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도시계획위, 재개발 사업 조건부 승인
교회 이전 자리에 기념물 세우는 걸 협의 조건으로
보존협의회, 교회 앞 존치 요구 단식농성 이어가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 민주화운동 역사를 간직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등 옛 교회들의 존치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교회 존치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김도진·김정택 목사는 교회 앞으로 자리를 옮겨 단식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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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도시산업선교회와 화도교회 존치를 촉구하며 김도진·김정택 목사가 노상 단식농성에 돌입했다.(사진제공 인천도시산업선교회보존협의회)
22일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도시산업선교회와 화도교회 존치를 촉구하며 김도진·김정택 목사가 노상 단식농성에 돌입했다.(사진제공 인천도시산업선교회보존협의회)

인천시는 23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열고 ‘동구 화수화평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위원회는 교회 건물을 이전하고, 기존 자리에 기념표지석을 세우는 등의 방식으로 교회 측과 협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사업을 승인했다.

도시개발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놓인 교회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일꾼교회)와 화도교회다. 지난달 26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위원들은 관련 소위원회를 구성해 이 두 교회의 존치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민주화운동 역사를 지닌 두 교회가 자리를 지킬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김도진·김정택 목사는 24일부터 교회 앞으로 자리를 옮겨 단식을 이어간다. 두 목사는 지난 22일 교회 존치를 요구하며 시청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교회 존치를 바라는 시민들로 구성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보존협의회는 시·도시개발조합·교회가 모두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조합은 교회가 이전할 대체용지를 마련했고, 10년 넘게 사업이 미뤄졌다며 조속한 사업 추진을 바라고 있어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과거 인천도시산업선교회였던 일꾼교회.(사진제공ㆍ서해문화)
과거 인천도시산업선교회였던 일꾼교회.(사진제공ㆍ서해문화)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1961년 미국 감리교회 조지 E. 오글 목사가 세웠다. 인천의 민주화와 노동운동 역사를 간직한 장소다. 1978년 동일방직 사건 당시 여성노동자들이 피신한 곳이자, 노동자 권리 보호와 민주화 운동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화도교회는 1907년 기독교 감리교회가 설립해 114년 역사를 지녔다. 일제강점기 당시 부녀자와 어린이들 위한 교육을 지원하는 등 청년운동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구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사업지구는 화평동 1-1번지 일원 18만998㎡에 지하 3층·지상 40층 규모의 아파트건물 31개를 지어 2986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와 화도교회 모두 정비지구 내 포함돼 있다.

두 교회가 철거 위기에 처하자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강점기 교육운동의 역사와 군부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두 교회의 존치를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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