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보존협의회, 인천시의회서 긴급 토론회
23일 도시계획위 앞두고 시청 앞 단식농성 돌입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인천 민주화운동 역사를 간직한 산업 유산이지만 재개발정비구역에 포함돼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등 동구 옛 교회들의 존치를 위한 단식농성이 시작됐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보존협의회는 22일 오후 인천시의회 세미나실에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 문제 관련 긴급 토론회’를 연 뒤 인천시청 앞 애뜰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2일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도시산업선교회와 화도교회 존치를 촉구하며 김도진·김정택 목사가 노상 단식농성에 돌입했다.(사진제공 인천도시산업선교회보존협의회)
22일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도시산업선교회와 화도교회 존치를 촉구하며 김도진·김정택 목사가 노상 단식농성에 돌입했다.(사진제공 인천도시산업선교회보존협의회)

긴급 토론회는 이와 관련한 안건을 논의할 23일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열렸다. 지난달 26일 열린 시 도시계획위에선 격론 끝에 소위원회를 구성해 현장 조사를 한 뒤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일꾼교회)와 화도교회 존치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존협의회는 “소위원회가 구체적인 논의 없이 간단히 답사만 진행한 후 23일 소위원회에서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며 “아무런 변화 없이 시가 형식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박상문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았고 이민우 부평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대표가 경과보고를 했다. 이희환 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와 정세일 인천생평포럼 대표, 김영철 인천주거복지센터 상임이사, 조성혜 인천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 박우섭 전 남구청장 등이 참여해 존치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인천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자, 민주화와 노동운동의 가치가 집약된 곳”이라며 “노동의 숭고한 가치는 경제적인 가치로 환원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민주화와 노동 관련 여러 산업유산들을 보존하고 역사적 의미를 계승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서울시는 영등포산업교회 회관을 중심으로 노동복합시설을 추진하고, 광주광역시는 재개발 구역 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작사된 시민아파트를 존치하기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지방단치단체가 있는 만큼 인천시도 산업유산의 가치를 보존·계승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재개발 사업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시가 의지를 갖고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총무를 지낸 김도진·김정택 목사는 인천시청 애뜰광장에서 두 교회의 존치를 촉구하며 노상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1961년 미국 감리교회 조지 오글 목사가 세운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인천의 민주화와 노동운동 역사를 간직한 장소이다. 1978년 동일방직 사건 당시 여성노동자들이 피신한 곳이자, 노동자 권리 보호와 민주화 운동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또한, 1907년 기독교 감리교회가 설립한 후 114년 역사를 가진 화도교회도 일제강점기 당시 부녀자와 어린이들 위한 교육을 지원하는 등 청년운동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두 교회가 포함된 화평동 1-1번지 일원 18만998㎡ 규모 토지가 동구 화수화평주택재개발사업에 포함되며 철거 위기에 처했다. 이 재개발사업은 지하 3층·지상 40층 규모의 아파트건물 31개를 지어 2986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두 교회가 철거 위기에 처하자, 보존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강점기 교육운동의 역사와 군부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두 교회의 존치를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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