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예門문화연구소, 인현동 화재참사 추모제 열어
일주일간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서 추모전시회

인천투데이=조연주 기자 | 인천 중구에서 일어난 인현동 화재참사가 21주기를 맞았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홍예門문화연구소가 주최한 '인현동 화재참사 21주기 추모제'가 지난 29일 열렸다.

홍예門문화연구소는 2014년부터 인현동 화재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조촐하게 진행된 이번 추모제에는 유족과 시민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인현동 화재참사 유족이 묵념하고 있다. 
인현동 화재참사 유족이 묵념하고 있다. 

이날 추모제의 사회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인천지부 추진모임의 정인해 활동가가 맡았다. 정인해 활동가는 "이 추모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빌고, 유족들의 아픔과 기억을 지역사회의 집단기억과 집단지성으로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잠시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고, 김용호 인천청소년교향악단 지휘자는 바이롤린으로 '내영혼 바람되어'를 연주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달랬다.

이재원 유족회장은 "희생자에게 씌워진 불명예를 늦게나마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어 저희 가족들의 아픔은 조금 위로를 받았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주신 시민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인현동 화재참사는 1999년 10월 30일 인현동 한 호프집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많은 청소년들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57명, 대부분 학생이었다. 당시에는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있지 않아 그들이 호프집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었다. 불이 나자 가게 주인은 ‘학생들이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갈까 봐’ 문을 걸어 잠갔다. 당시 호프집은 소방법 위반 등으로 영업장 폐쇄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당시 언론은 이들을 ‘술 마시는 불량학생들’로 보도했고 비난 여론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다 사회로부터 쏟아지는 비난까지 감당해야했다. 이 같은 비난 때문에 유족들은 오랜 시간 동안 10월 30일이 돌아와도 조용히 슬픔을 삭혀야 했다. 

이들에 대한 불명예와 낙인을 걷어내고, 사건을 재해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같은 인재가 재발하기 않기 위해서는 공적기록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해 사건발생 20년 만에 처음으로 유족과 교육청이 합동으로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제가 열리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올해도 유족과 함께 30일 21주기 추모제를 개최했다. 

 김용호 인천청소년교향악단 지휘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김용호 인천청소년교향악단 지휘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한편, 10월 29일~ 11월 7일 학생회관 가온갤러리에서는 지역작가 10명과 미술교사들이 참여한 추모전시회가 열린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와 홍예門문화연구소는 관람객들이 희생된 학생들의 넋을 기리는 글을 남길 수 있는 ‘추모나무’도 설치했다.

앞서 9월에는 학생회관 앞에 공적기억물 '기억의 싹'이 세워지기도 했다. 이를 제작한 인현동화재참사20주기추모위원회는 희생자들의 불명예를 회복하고, 당시 사건이 갖는 의미를 재고하는 차원에서 공적 기록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중구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인현동 화재참사 희생자의 넋을 추모하는 ‘기억의 싹’ 전시회가 11월 7일까지 열린다. (독자제공)
중구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인현동 화재참사 희생자의 넋을 추모하는 ‘기억의 싹’ 전시회가 11월 7일까지 열린다.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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