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인현동 화재 20년 “새롭게 기억할 것”
인천 인현동 화재 20년 “새롭게 기억할 것”
  • 조연주 기자
  • 승인 2019.10.3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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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부도덕이 어린 목숨 앗아가”
“다시는 이런 일 없게 매뉴얼 만들겠다”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죄송합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수많은 어린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건의 의미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사회의 몫입니다.”

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식이 30일 오전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유족과 학생 대표, 도성훈 인천시교육감과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 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30일 인현동 화재 20주기 추모식이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식이 10월 30일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20년 전 오늘, 인현동 한 호프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호프집에는 학교 가을축제 뒤풀이를 하러온 고등학생들도 있었다.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없었던지라, 그들이 호프집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었다. 불이 나자 가게 주인은 ‘학생들이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갈까 봐’ 문을 걸어 잠갔다. 당시 호프집은 소방법 위반 등으로 영업장 폐쇄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이날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57명, 대부분 학생이었다. 당시 언론은 희생자들을 ‘술 마시는 불량학생들’로 보도했고 비난 여론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다 사회로부터 쏟아지는 비난까지 감당해야했다.

참사는 무허가 건물을 방치한 소방당국과 청소년 인권에 무심한 행정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가 합쳐진, 다시 말해 어른들이 만들어낸 ‘인재(人災)’였다.

홍예門문화연구소와 ‘인현동 화재참사 20주기 추모 준비위원회’는 “당시 여론과 언론은 청소년들이 호프집에 모일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이유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라며 “화재참사 20주기를 맞아 사회적 책임을 질문하고, 지역사회 공공의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추모제를 열었다”라고 설명했다.

추모식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인현동 화재참사 20주기 추모식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희생자 이름이 새겨져있는 추모비.
희생자 이름이 새겨져있는 추모비.

 

이재원 인현동 화재참사 유족회 회장은 “이전까지는 유가족들끼리 모여 추모했다”라며 “시민과 공감하는 첫 추모가 20년 만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자리를 갖게 돼 감사하다”며 “이를 계기로 인천 안전교육이 한 걸음 나아가고 유족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추모식에 참가한 인천 주요 인사들은 애도와 송구의 뜻을 표했다. 허종식 부시장은 “죄송하다”라고 입을 뗀 뒤 “당시 사회와 언론이 희생자들을 억울하게 매도했다. 많이 늦었지만 인천시를 대표해 사과한다”며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게 다양한 재난안전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도성훈 교육감은 “어른들의 부도덕과 무관심이 아이들을 희생시켰다”고 한 뒤 “인현동 화재를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건이 갖는 의미를 기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용범 의장은 “자식을 가슴에 묻는 슬픔은 헤아리기조차 힘들다”라며 “관리 소홀과 안전 불감증이 어린 생명들을 앗아갔다. 이 같은 비극이 없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11월 2일 인천 동구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인현동 화재참사 추모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조선희 시의원은 “함께 추모할 수 있기까지 20년이 걸렸다”라며 “20년 전 청소년을 추모하고 기록하기 위해 지금의 청소년이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앞으로도 계속돼 (화재참사가) 사회적 기억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