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0주기에는 함께 추모행사 열었으면”

30일 오전 11시 유족과 시민단체가 연 ‘인천화재학생참사 19주기 추모제’에서 유족이 헌화를 하기 전 위령비를 바라보고 있다.

“점점 잊혀져가네요, 99년 10월의 그 밤. 얼마나 두려웠을까, 어른들의 이기심에 막혀버린 출구.(중략) 너희의 잘못이 아냐, 우리가 기억해줄게. 너희의 잘못이 아냐, 이젠 편하게 쉬어~”

정예지씨가 부른 '인현동 1999' 노래가 위령비 앞에서 울려퍼지자 추모제에 참가한 여러 유족들의 눈시울이 불거졌다. 1999년 10월 30일, 인천 중구 인현동에서 화재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19주기가 됐다. 하지만, 유족들의 마음은 아직 치유받지 못하고 있다.

19주기를 맞는 행사가 유족과 시민단체, 인천시교육청 따로 진행됐다. 화재참사 이후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 생긴만큼 추모행사를 시교육청이나 학생교육문화회관이 주최해 함께 진행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화재학생참사유족회와 홍예문문화연구소는 지난 29일 오후 9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뒤편에 마련된 ‘인현동 화재 학생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희생자 영령을 위로하는 촛불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참사가 발생한 날인 30일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서 ‘인천화재학생참사 19주기 추모제’를 진행했다. 이날 자리에는 유족들과 장한섬 홍예문문화연구소 대표, 조선희 인천시의회 의원(정의당), 김응호 정의당 인천시당 위원장, 배재천 학생교육문화회관 운영부장 등 50여명이 참가했다.

위령비가 세워지게 된 경과, 묵념, 헌시 낭독, 헌화와 참배, 유족회 회장과 조선희 의원 발언, 4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에 참가한 ‘우주의 아이돌 정예지’가 부른 ‘인현동 1999’ 노래 듣기 순으로 진행됐다.

이재원 유족회 회장은 “추모제를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청소년에게 문제를 떠넘기지 말고 기성세대가 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가 학생들을 위한 안전교육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30일 오전 8시 30분 인천시교육청이 진행한 ‘인현동 화재참사 19주기 추도식’에서 간부 공무원들이 줄지어 헌화를 하고 있다.

반면, 인천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8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인현동 화재참사 19주기 추도식’을 따로 열었다. 도성훈 교육감과 간부 공무원 30여명이 추도식에 참가해 묵념과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헌화를 한 도 교육감은 추모사를 통해 “어른들이 잘못을 하고 아이들이 희생이 돼야하는 지, 아이들의 책임으로 떠 넘기는 것은 아닌지, 세월호 참사도 그렇고 반성이 된다”며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과 희생된 아이들을 다시 생각하며 안전한 사회, 차별없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모행사가 따로 열림에 따라 내년 20주기는 유가족·시민단체·시교육청·중구청이 함께 진행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과 시민들에게 안전사회 건설과 생명존엄 가치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족들은 시교육청이 오전 같은 장소에서 추도식을 진행했기에, 논의를 해서 함께 추모행사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20주기에는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14년부터 추모제를 진행한 홍예문문화연구소의 장한섬 공동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시교육청에 추모행사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20주기를 앞두고 시민사회단체, 시교육청, 시의회, 중구청 등에 함께하자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20주기부터는 함께 만드는 추모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도 교육감이 화재참사와 안전 교육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20주기에는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인천학생화재참사는 1999년 10월 30일 중구 인현동 한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57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다. 해당 건물 2층에 있는 호프집은 미성년자를 받는 불법영업으로 폐쇄 명령을 받은 상태에서도 공무원과 경찰 등의 로비를 통해 운영을 계속 할 수 있었고, 호프집은 비상탈출구가 없는데다 화재 당시 주인이 대피하려는 학생들을 막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안점 불감증과 민관 유착 등 부정비리, 안전관리 미흡 등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아이들이 술집에 있어 죽었다’는 식의 언론보도가 많이 되면서 유족들에게 큰 상처가 됐다. 사고 이후 시교육청은 ‘청소년의 건전한 문화시설’이 필요하다며 인현동에 학생교육문화회관을 세웠다. 그 자리에 가족들의 끈질 긴 요구로 추모석과 위령비가 2004년 세워졌다.

30일 오전 11시 유족과 시민단체가 연 ‘인천화재학생참사 19주기 추모제’에서 유족들이 참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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