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성연대 등 93개 단체 탄원 ··· “청소년 성범죄 선처 안돼”
“혐의 전면 부인 B군, 고소 등으로 피해자 가족 괴롭히고 있어”
이준섭 인천경찰청장,?“심려 끼쳐 진심으로 송구“ 부실수사 사과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송도 중학생 집단 성폭력’ 사건을 엄중히 판결해달라며 인천 여성단체 등 93개 단체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인천지방법원 전경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일 새벽 1시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 한 아파트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중학생 A군은 당시 피해자를 불러 술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아파트 28층으로 끌고가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학생 B군은 A군과 피해자 성폭행을 공모하고, 피해자의 옷을 벗겨 사진을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 가족은 3개월에 걸친 수사에도 경찰이 결론을 내지 못하자,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피해 호소글을 올렸다. 이에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연수경찰서는 수사를 맡은 경위에게 징계성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열린 재판에서 A군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B군이 자신에게 혐의를 다 떠넘기려 한다고 주장했고, B군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의 두 번째 공판은 오는 12일 오후 6시 20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한 혐의를 전면 부인한 B군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피해자의 오빠와 두 차례 만난 사실을 두고 감금·강요죄 위반으로 피해자 오빠를 고소했다.

이에 인천여성연대, 여성운동단체, 여성권익시설, 청소년성문화센터, 페미니스트 모임 등 93개 여성단체들은 3일 인천지방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B군은 피해자와 가족을 위축시킴으로 자신의 범죄행위를 방어하고 있는 것”이라 분노하며 “엄중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단체들은 “그동안 성범죄 가해 청소년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뉘우치기 보단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선처를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더 큰 피해들이 일어났고, 피해자와 가족들은 고통에 시달리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피해자와 가족들 일상의 삶은 산산조각 났다. 피해자는 집과 학교를 떠나야 했고, 피해자 오빠는 다니던 학교도 그만둔 채 억울함을 덜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어머니는 딸이 살아 돌아와 준 것만으로 감사해하며 피고인들이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빌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러나 피고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해당 사건을 말하고 다니고, 피해자 오빠에게 맞았다고 거짓말하기로 모의하는 등 2차 가해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며 ”(이들이 더이상)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죄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준섭 인천지방경찰청장, “심려 끼쳐 진심으로 송구“

한편, 이준섭 인천지방경찰청장은 해당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3일 서면으로 공식 사과했다.

이 청장은 해당 사건을 두고 "시민들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당시 불법 촬영 수사와 피해자 신변 보호를 하지 않은 과오를 감찰계가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향후 감찰 조사 결과에 따라 상응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경찰청 감찰계는 해당 사건을 부실수사한 의혹을 받는 전 연수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경위와 전·현 여청수사팀장 등 3명을 감찰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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