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향한 소통을 찾아서 ⑧

앞서 일곱 번의 연재를 통해 지역공동체를 가꾸는 데서 소통의 중요성과 그 안에서 풀뿌리매체(풀뿌리 언론)의 역할을 살펴봤다.

그것은 지역공동체를 일구는 데서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지역 구성원간의 소통, 항상·정기적으로 뜻과 뜻이 맞닿을 수 있는 대화의 조건을 견고히 구축하는 데서 지역의 풀뿌리매체가 갖는 의미였다.

지역공동체, 구성원 공동의 실천 필요

그런데 먼저 개념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역공동체가 과연 무엇이냐는, 지역공동체의 상이었다. 합의할 수 있는 기초는 한 지역의 성원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삶의 터전을 다 같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뜻을 모으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공동의 실천과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울러 여기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자본에 의한 시장권력이나 국가권력이 아닌 공동체권력이어야 한다. 공동체가 직접적 관계 맺기를 통해 사상적, 도덕적, 문화적 권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볼 때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지역의 주인 주체로 서는 것은 공동체로 가는 길이다. 지역에서 벌어지는 정치, 행정, 경제, 문화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주민들의 참여가 보장되고, 공동체를 살찌울 수 있도록 각자 가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주민들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 일들을 벌이는 사람들을 알아야한다. 지역의 역사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보면, 한 동네에서 쓰레기 무단투기가 심각하다. 한 장소에 늘 쓰레기가 쌓여있는 것을 보면서 주민들은 불편해한다. 어떤 사람은 누가 몰상식한 행위를 했는지 못마땅해 한다. 다른 사람은 그것을 치우지 않는 행정을 욕한다. 때로는 무단 투기된 쓰레기를 몸소 치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쓰레기 무단투기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주민 대다수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중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쓰레기 무단투기가 미관상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치우는 데 드는 비용(행정력과 예산)이 주민들의 호주머니(세금)에서 충당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힘들게 그것을 치우는 주민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쓰레기 무단투기를 대하는 주민들의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사례도 있다. 지역에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가 있다. 방과후 갈 곳이 없어 방치될 수 있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공부를 하고 놀이를 하고 밥도 먹는다. 정부는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느껴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신에 시설이나 인력 면에서 일정 조건을 갖춰야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의 지원금이 턱 없이 부족하다. 아무리 헌신과 봉사라고 하지만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이들에게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지역아동센터가 문 닫을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역주민들에게 알려지고, 여론화 됐을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기도 한다.

이 모두 개개인으로 존재하는 주민을 어떻게 공통의 영역으로 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풀뿌리매체는 공동체권력의 요체

이 지점에서 지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주민은 세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행정서비스의 고객이다. 다른 하나는 행정과 의정대리인(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직접 선출하는 참정자로서의 성격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각된 주인으로서 공익을 추구하는 ‘공민’으로서의 성격도 갖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민’으로서의 성격은 미약하다. 지방선거에서 저조한 투표율, 선거 이후 지역 정치인과 행정에 대한 무관심을 말한다. 이 지점에서 지역 언론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지역 언론이 뿌리내리기에 아직은 척박한 토양에서 지역 언론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앞서 몇 곳의 지역 언론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꿈꾸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실천이 지속될 때,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주인으로 나설 때 지역공동체는 가능하다. 지역 언론은 그 활동을 북돋우고, 더 많은 주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여론화하는 역할을 수행함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주민조직이나 시민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곳에서 지역 언론 또한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성장할 수 있다.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부산의 ‘반송동사람들’이나 과천의 ‘과천마을신문’ 등은 이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계양구의회 의정비를 결정하기 위한 주민여론조사에서 일부 의원이 주민들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해당 의원들의 사퇴를 주장하며 싸웠던 계양구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계양구에 지역 언론이 있었다면 의원들이 ‘안하무인’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시민단체의 폭로와 주장이 일상적이고 폭 넓게 주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아쉬움이었다.

정리하면 지역공동체는 지역의 구성원인 주민이 가지고 있는 성격 중 ‘공민’의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다. 주민이 지역의 자각된 주인으로서 공익을 추구할 때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언론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역 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역시, 주민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풀뿌리매체가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번 기획취재에 도움을 주신 구교정 전 인천민주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과 김정국 전 월간 ‘아름다운청년’ 편집국장, 김상용 뫼골문화센터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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