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향한 소통을 찾아서 ⑦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5- 구(區) 단위 지역신문

<편집자주> 지역공동체를 꿈꾸고 일구는 데서 지역 구성원간의 소통 즉, 항상, 정기적으로 뜻과 뜻이 맞닿을 수 있는 대화의 조건을 견고히 구축하는 것은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구성원들이 소통하고 지역공동체를 일구는 데서 풀뿌리 매체(=언론)가 갖는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연│재│순│서

1. 지역에서 소통과 풀뿌리매체
2. 인천지역 풀뿌리매체의 현황
3.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1 - 만석신문
4.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2 - 과천마을신문
5.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3 - 공동체라디오
6.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4 - 부산 반송동사람들
7.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5 - 구·군단위 지역신문
8. 지역공동체의 동반자 풀뿌리매체


우리나라 지역주간신문의 출발

우리나라에서 지역주간신문이 출발한 것은 1980년대 말이다.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홍성신문의 탄생을 잠시 살펴보자. 홍성신문을 잉태시킨 사람들은 80년대 YMCA운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민주화를 모색하던 홍성의 지식인 5명이다. 5공 시절 ‘화요독서회’라는 모임을 가지며 민주적 의식을 싹틔웠던 그들이 새롭게 지역운동을 벌여나가기로 한 방법이 바로 지역신문 발행이었다.

84년 ‘홍동소식’이라는 월간신문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단순한 지역소식을 싣는 것뿐 아니라 당시 5공 정권의 부조리와 모순, 정책 등을 비판하는 데에도 서슴지 않았다. 홍동소식은 당국의 경고 끝에 끝내 강제 폐간됐다.

그러나 화요독서회 회원들은 88년 12월, 국민주방식으로 이뤄진 한겨레신문 창간에 고무돼 ‘홍성신문’을 다시 창간했다. 본격적인 지역주간신문으로의 출발이었다.

적은 자본과 인원으로 제작과 배포가 가능한 지역주간신문은 88년 정기간행물 등록법 제정 이후 그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 지역주간신문은 대개 10명 내외의 직원이 5000부에서 1만부 정도를 발행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500여개의 신문이 등록돼 있다.

지역주간신문의 정체성

▲ 구 단위 지역신문들.
“지역신문 없는 지방자치제란 생각할 수도 없죠”

웬 지역신문? ‘중앙’인 서울에 인접해 있으면서 지방색이 또렷하지 않은 인천에 살고 있는 주민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말일 수도 있겠다. 이런 예를 한번 들어보자. 정치권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주민들의 입장에 서서 만들어지는 ‘○○신문’이라는 구(區)단위 신문이 하나 있다. 이 신문은 주민들의 작지만 소중한 사연을 잘 담아내고, ○○구 행정과 의정에 날카로운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물론 해당 지역구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이 신문의 안테나에 늘 포착되기 마련. 주민들은 오히려 구의원이나 구청장 선거와 같은 우리 지역과 더 밀접한  선거에 관심을 갖게 된다. 지방선거가 돌아오면, 공정하고 심층적인 선거보도로 그 지역 유권자들이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정보를 충실히 제공한다. 결국, 지방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함량미달의 인사들은 줄줄이 참패의 쓴잔을 마시고, 해당지역 관청과 정치인들은 지역주민을 무서워하게 된다. 

위에서 그려본 것처럼 언론 매체의 주인이 바로 지역민이 될 때, 세상은 좀 더 빨리 주민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대표적 사례로 충북 옥천 등을 꼽는다. 

풀뿌리 지방자치와 지역신문

2006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옥천군은 ‘한국 풀뿌리 지방자치의 실험장’이란 별칭을 얻었다. 지역 주민, 시민단체, 지역 언론이 삼위일체가 돼 ‘지자체와 일부 인사들만의 지방자치’라는 틀을 깨고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지방자치’를 정착시킨 것이다. 옥천군은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군수에, 군 의원은 한나라당 3명·열린우리당 2명·민주노동당 1명·무소속 1명을 선출하는 견제 구도를 형성했다. 견제와 균형 속에 지방자치 역량을 키우려는 옥천의 축적된 노력이 이런 선거 결과를 낳았다는 해석이다.

옥천이 이렇게 되기 전에는 토호 몇 명이 지역 여론을 쥐고 흔드는 여타 지자체와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변변한 시민단체가 있어 군정과 의회를 감시할 처지도 못됐다. 하지만 89년 군민들이 주주가 돼 옥천신문이 창간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서민 일상 등 소소한 것까지 지면에 담아 주민 의식을 깨우치고 여론을 환기시켰다. 군정과 의정 감시에도 불을 켰다. 지역현안을 주민들이 직접 생각하고 토론하는 담론(談論)문화도 도입됐다. ‘옥천을 말하다’란 제목의 주민간담회는 수시로 주민과 지역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는 토론의 장이다. ‘군서레미콘 공장설립 승인’ ‘쓰레기 행정의 명암과 대안’ ‘민선군수 3기의 공과’ 등이 주제로 올랐다.

주민과 소통의 폭과 깊이 확대해야

‘대부분의 지역주간신문은 연매출 2~3억원 정도를 올리는 영세기업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역할은 가히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특히 지방자치 실현에 지역신문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십 수 년 동안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그 성과가 미미한 것은 지역 주민들의 여론 형성과 참여를 촉진할 지역 언론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장호순 순천향대 교수)

이는 지역 언론의 과제이기도 하다. 주민들과 소통의 폭과 깊이를 끊임없이 확대해 여론을 형성하고 참여를 끌어내는 것은 지역 언론의 여전한 몫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도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역신문발전기금이 만들어져 4년째 지원되고 있기도 하다. 기획취재 지원, 시민기자제도 운영 지원, 신문 활용수업 지원, 지면개선 지원 등은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지역신문마다 지역특성을 살린 사업을 통해 지역민과 호흡을 강화하고 있다. 원주투데이의 ‘도서 한 권 읽기 운동’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매해 원주시민이 읽을 책 한 권을 선정해 읽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것이다. 지역과 지역 언론이 하나의 공동체로 공생하고 발전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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