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향한 소통을 찾아서 ⑤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3 - 공동체라디오, 마포FM

<편집자주> 지역공동체를 꿈꾸고 일구는 데서 지역 구성원간의 소통 즉, 항상, 정기적으로 뜻과 뜻이 맞닿을 수 있는 대화의 조건을 견고히 구축하는 것은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구성원들이 소통하고 지역공동체를 일구는 데서 풀뿌리 매체(=언론)가 갖는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연│재│순│서

1. 지역에서 소통과 풀뿌리매체
2. 인천지역 풀뿌리매체의 현황
3.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1 - 만석신문
4.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2 - 과천마을신문
5.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3 - 공동체라디오
6.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4 - 부산 반송2동사람들
7.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5 - 구·군단위 지역신문
8. 지역공동체의 동반자 풀뿌리매체

‘우리동네 라디오스타’로 기대 모은 공동체라디오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공동체라디오방송은 생소하다. 공동체라디오는 주민들이 운영하면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지역공동체를 강화하는 비영리 방송으로 영국, 일본, 남아공 등에서는 이미 정착돼 있다.

‘소출력 FM’으로도 불리면서 기존 정규 라디오방송에 비해 좁은 방송권역에서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FM 주파수 88~108㎒대역에서 작은 출력(10와트 정도)을 이용해 반경 5㎞ 내외의 작은 지역에서 방송한다.

지난 1998년 12월 방송개혁위원회에서 지역공동체 문화발전과 방송 민주주의 확대를 위해 소출력 라디오방송 설립 의견을 제시한 뒤, 2004년 6월 옛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소출력 시범사업에 합의했다. 그해 11월 시범사업자를 선정했고, 이듬해 7월 옛 정통부가 소출력 방송국을 허가했으며, 2006년 10월 방송법 개정으로 공동체라디오방송 도입의 법적근거가 마련됐다.

올해로 방송이 시작된 지 3년째이지만, 정부가 최근 시범사업기간을 1년 더 연장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공동체라디오방송은 새로운 시도이며, 도전이라 할 수 있다.

8개 시범사업자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사단법인 마포공동체라디오의 ‘마포FM’이다. FM분당, 관악FM, 금강FM방송국, 성서공동체FM, 영주FM방송, 광주시민방송, 나주방송이 더 있다. 

2005년 9월 26일 개국한 마포FM의 청취자는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 일부지역 반경 5km 내 거주자와 상주자로, 약 70만명으로 추정된다. 주파수는 100.7Mhz이며, 출력은 1와트(W)다. 

지역주민이 방송의 주인

▲ 송덕호 마포FM 방송 본부장.
마포FM은 아침 6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19시간을 방송한다. 생방송이 30%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마포구 동교동 203-4번지 실업극복국민재단 2층에 위치한 마포FM 방송국의  상근자는 올해 초 5명이었다가 8월 현재 절반으로 줄었다. 그러면 하루 19시간 지속되는 방송이 가능할까? 프로그램은 어떻게 채울까?

그 해답은 방송을 지역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시민들이 만든다. 송덕호 마포FM 방송본부장은 “동네 작은 이야기, 큰 방송(정규 라디오방송)에서 거의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한다”며 “기존 방송이 엘리트 중심의 시각으로 사회를 보고 전한다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길 주로 전한다”고 말했다.

송 본부장의 말처럼 마포FM엔 지역 주민과 장애인, 노인복지회관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참여한다. 청소년이 방송 프로그램 만들어오기도 하고, 대학 1년생에서 70대 후반 할아버지까지 참여하고 있다. 마포FM의 인기 프로그램인 ‘랄랄라 아줌마’는 동네 주부들이 진행자이자 피디이자 출연진으로 참여한다. 방송을 위해 주부들이 아이템 찾고 현황이나 자료를 조사해와 이야길 풀어간다. 전문가를 찾아 주부 상담도 한다. 여기에 지역 주민들은 전화로 참여한다.

지역적 특성을 잘 반영하면서도 소수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다양한 문화가 살아 있는 서울 홍대 앞의 특성을 살려 인디밴드들의 음악을 들려주는 ‘뮤직홍’, 페미니스트들이 들려주는 여성들의 이야기 ‘야성의 꽃다방’ 등이 예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일주일에 주민 100명 정도가 마포FM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다. 

또한 기존 방송이 광고와 정부 지원으로 운영된다면, 마포FM은 일부 정부지원을 받지만 주민자치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하고 토론해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육아공동체에서 마을공동체로, 그리고 라디오방송국까지

방송 제작에서 이러한 주민 참여는 2005년 2월 사단법인 마포공동체라디오를 설립할 때부터 시작됐다. 마포공동체라디오의 참가 단체는 각양각색이다. 시민단체인 마포연대와 미디어연대, 마포두레생협, 주민들의 자동차 정비조합인 성미산차병원 등 20곳을 망라한다. 전체 인원은 4000여명으로 마포구민 중 10분의 1을 차지했다.

마포공동체라디오 설립은 이러한 단체 또는 기관이 2004년 7월 ‘마포지역공동체라디오 추진위원회’를 꾸리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서강대와 마포구청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마포지역공동체라디오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단체나 기관의 활동이 활발했고, 공동체운동에 대한 요구가 높아서다.

이에 대해 이경란 사단법인 ‘사람과마을’ 이사는 “1994년 공동육아조합 1호인 ‘우리어린이집’으로 시작해 5개의 육아조합이 생기고, 생활협동조합인 마포두레생협은 1000여명으로 회원이 늘어났다. 그러나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눌만한 통로가 없었다. 3~4개월 동안 단체들이 모여 신문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담자가 없다보니 흐지부지됐다. 소통을 위한 미디어가 필요하지 않은가? 이것이 ‘마포공동체라디오’를 준비한 이유였다”라고 설명했다. 

마포FM은 설립 취지에 맞는 활약을 위해 노력해왔다. 지역 소식을 가장 가깝게 들을 수 있는 창구로서, 또한 지역적 특성을 잘 반영하면서도 소수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송덕호 본부장은 큰 성과는 아직 없다고 말하면서도, “방송에 참여한 주민들이 ‘방송에서 내가 이렇게 이야기할 줄 몰랐다’며 좋아하고,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면서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공동체를 느끼고 지향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방송 유지 관리에 힘을 집중했다. 올해 지역 속으로 들어가는 사업을 많이 추진하고 있다. 대구 성서공동체FM이 구립 도서관을 만드는 데 기여한 매체의 역할은 좋은 예다”라고 덧붙였다.

공동체라디오 앞을 가로막는 안개 걷어내야

▲ 공동체라이오 마포FM방송국. 주민들이 직접 프로그램 제작과 진행에 참여한다.
하지만 송 본부장은 성과보다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 많다고 말한다. 올해로 4년째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공동체라디오 초기에 제기됐던 문제가 지금까지 풀리지 않고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도 최근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이 3년을 지속해왔는데 지원금 문제나 주파수 문제,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게 없다. 이런 가운데 지원금이 중단되고 주파수문제도 안 풀린다면 공동체라디오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공동체라디오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정부가 공적지원을 끊고 광고를 통해 자생력을 키울 것을 요구하면서 공공 미디어적인 특성을 가진 소출력 공동체라디오는 재정적 위기에 빠져 있다. 출력증강이 없는 상황에서 광고와 후원금만으로 연간 2억~3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감당하기 힘든 탓이다.

마포FM에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송 본부장은 “초창기에 정부로부터 장비 50%를 지원받았다. 2억원이 소요됐는데, 1억원 지원받았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광고가 허용 안 돼 일부 지원되는 것이다. 시범사업이 끝나면 광고를 허용할 듯하나, 부정적으로 본다. 정부 지원금이 줄더라도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끌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출력 문제다. 30와트는 돼야 하는데 지금은 1와트밖에 안 된다. 때문에 집 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송 본부장은 웃지 못 할 사연을 들려줬다.

“지역의 한 어르신이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한 후 그걸 들으시기 위해 방송시간인 추운겨울 새벽 6~7시에 자동차로 가서 라디오를 틀고 계셨다는 거예요. 출력이 낮아 집 안에서는 안 들리거든요”

송 본부장에 따르면, 방통위 안에 공동체라디오와 관련한 주무부서가 두 곳 있다. 한 곳은 지상파방송과이고, 다른 한 곳은 방송위성기술과이다. 지상파방송과가 공동체라디오의 전체적인 것을 다룬다면 방송위성기술과는 주파수 문제를 핵심으로 다룬다. 문제는 이 두 부서의 주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지상파방송과는 공동체라디오를 확대하려는 입장인데 방송위성기술과는 주파수 문제를 들어 출력증강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상파방송과는 공동체라디오에 광고를 허용할 예정인데, 문제는 광고로 수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출력증강이 필수적이다. 광고수입이 어려우면 지원을 계속 해줘야 하는데 이미 옛 방송위에서 지원 중단을 의결했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방통위가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검토하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것은 ‘지원을 중단하면서 출력증강도 해주지 않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창주 마포FM 전 기획재정팀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들과 건전하고 올바른 미디어 접근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인 방송발전기금이 목적에 따라 올바로 사용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송 본부장은 “최악은 최대한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 공동체라디오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며 “동시에 외부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유료회원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준비하는 등 관련된 준비를 차근차근 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사활의 기로에 선 공동체라디오, 처음 기대를 모았던 것처럼 ‘우리동네 라디오스타’로 영원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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