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위한 소통을 찾아서 ④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2 <과천마을신문>

<편집자주> 지역공동체를 꿈꾸고 일구는 데서 지역 구성원간의 소통 즉, 항상, 정기적으로 뜻과 뜻이 맞닿을 수 있는 대화의 조건을 견고히 구축하는 것은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구성원들이 소통하고 지역공동체를 일구는 데서 풀뿌리 매체(=언론)가 갖는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연│재│순│서
1. 지역에서 소통과 풀뿌리매체
2. 인천지역 풀뿌리매체의 현황
3.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1 - 만석신문
4.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2 - 과천마을신문
5.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3 - 공동체라디오
6.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4 - 부산 반송2동사람들
7.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5 - 구·군단위 지역신문
8. 지역공동체의 동반자 풀뿌리매체

관악산과 청계산 협곡에 자리한 인구 6만 8000명의 계획도시 과천시에는 지역신문이 6~7개나 있다고 한다. 그 중 시민의 소통공간으로서 공동체를 지향하는 풀뿌리매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마을을 꿈꾸고 일구는’ <과천마을신문>이다.

타블로이드 배판 4면으로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얇은 신문이지만, <과천마을신문>의 기사는 지역사회에 반향을 자주 일으킨다. 최근엔 한 학교에 조성하는 인조잔디의 문제점을 조명해 지역사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아울러 <과천마을신문>은 공동체를 지향하고 지역의 변화를 추구하는 과천의 여러 시민단체를 연결시켜주고, 힘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성격과 위상, 그리고 지역사회 안에서의 역할은 <과천마을신문>의 태생에서 비롯된다.

도시 규모에 비해 활발한 시민단체 활동

▲ <과천마을신문>은 과천지역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돼 매월 한 차례씩 1만 3000부 정도 발행해 가가호호 무료로 직접 배포된다.
과천에는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지역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나 기관이 도시 규모에 비해 많고, 그 활동 또한 활발한 편이다.

▲‘아리’라는 대안화폐(일종의 지역화폐)를 사용해 노동력과 물건을 거래하는 대안 경제 활동을 하는 ‘과천품앗이(2001년 창립)’ ▲환경과 먹을거리의 오염을 막고 다음세대에 안전한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도농직거래를 통한 생활공동체운동을 하는 ‘한살림 경기남부 생활협동조합 과천지부(2001년 창립)’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교육 강좌 등을 진행하는 ‘과천동화읽는어른모임(1998년 설립)’ ▲녹색가게 운영, 자원재활용캠페인, 알뜰시장 등을 통해 지역사회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푸른내일을 여는 여성들(1991년 서울YMCA 과천생협 공동체 시작)’ ▲대안적인 삶과 대안교육을 실천하는 생활교육공동체 ‘무지개교육마을(2003년 창립)’ ▲경제적인 사정이나 가족적인 상황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방과후 학교를 만든 ‘맑은내 사람들(2004년 설립)’ ▲학교폭력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주부들 중심으로 구성된 지역아동인권 관련 시민단체인 ‘학교평화만들기(옛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시민모임·2002년 창립)’ ▲그리고 과천환경운동연합(1996년 창립)과 전국공무원노조 과천지부(2001년 과천시 공무원직장협의회 창립)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시민단체들 힘 모아 2005년 4월 창간

<과천마을신문>의 시작은 2004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과천마을신문의 편집장을 맡은 최현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2004년 총선이 끝나고 시민단체들이 방과후 학교(지역아동센터)를 만들었다. 시민 1000여명을 발기인으로 모집했는데, 함께 한 사람들을 ‘맑은내 사람들’이라고 지칭했다. 그 후 함께 참여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우리미래’라는 모임을 만들어 앞으로 무엇을 할지 논의했다. 함께 참여한 시민단체들을 협의회로 묶을까 하는 논의도 있었는데, 여의치 않았다.

토론 끝에 지역 언론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지역 언론을 통해 단체와 단체는 물론 단체와 시민들의 소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미래’라는 모임은 마을신문을 만드는 모임이 됐다. 참가자들은 작지만 새로운 신문을 꿈꿨다. 시민들이 사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지역 활동 소식, 그리고 과천의 중요한 생활문제와 정보까지 작은 지면에 빼곡하게 담아내는 신문을 꿈꿨다.

이에 대해 최 편집장은 “마을신문은 ‘시민단체 소식지’와 ‘풀뿌리 정론지’라는 성격을 지니고 출발했다”며 “이는 마을신문을 만드는 데 참여한 시민단체들이 인력과 재정을 함께 책임져야 함을 의미했다”고 말했다.

마을신문은 2004년 12월과 2005년 2월 두 차례 준비호를 발간한 끝에 2005년 4월 <마을회관>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창간했다.

<마을회관>은 어린이·청소년 인권문제, 학교급식문제, 재건축으로 인한 미세먼지 문제, 교육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고, 지역사회 안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뤄냈다. 과천시의 행정이나 예산낭비 문제도 다루면서 지역 안에서 꼭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신문이라는 평가도 들었다. 직업 기자 대신 시민기자들과 자원봉사 편집위원들이 기사를 썼고, 시민단체 회원들과 뜻있는 시민들이 구역을 나눠 직접 배포했다. 한 달에 한 번 1만부를 편집하고 인쇄하는 비용은 참여하는 단체와 뜻 있는 개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부담했다.

휴간, 그리고 새로운 출발

▲ 시민기자로 활동하다가 최근 편집장을 맡은 최현씨.
하지만 2005년 11월까지 여덟 번을 내고 신문은 휴간한다. 재정을 단체 후원금에 의존하다보니 신문을 만드는 데 빠듯해 편집장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사정이 지속됐고, 편집장이 이직하기도 했다. 또한 단체에서 기사 하나씩을 내는 식으로 지면을 구성하다보니 소식지도, 신문도 아닌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휴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을회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아쉬움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신문을 내야하지 않겠나?’로 전환됐다.

그리고 5월 시민단체들과 진보정당이 힘을 다시 모아 지금의 <과천마을신문>으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출발한다. 시민기자들이 작성하는 기사를 실시간으로 올리고, 지역 내 다양한 소식과 정보들을 담아내는 ‘온라인 광장’의 역할도 해볼 냥으로 과천마을신문 홈페이지(http://www.gcinews.org)도 개통한다. 당시 선거에 임박해 마을신문이 다시 나오자 ‘선거용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새롭게 출발한 <과천마을신문>을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최 편집장의 이야길 들어왔다. 

“일부 시민들의 경우 개혁적이고 진보적이며 비판적인 색깔이 있는 신문으로 평가한다. 지역 유지들 사이에선 특정 시의원을 위한 기관지 아니냐와,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세력을 대변하는 지역 언론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함께 존재한다”며 “하지만 지역신문이 6개나 있다 보니 상당수 주민들은 다른 신문과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안에서 역할과 정체성 찾기가 핵심

과천마을신문은 올해 들어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역 단체들의 뜻과 마음을 모아서 만들어진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모습은 처음의 결속력이 다소 약해진 상태에서 몇 몇 단체와 개인이 결합해 운영하고 있는 상태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더욱 중요한 점이 될 수 있는, 지역사회 안에서 마을신문의 역할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 속에 지난 5월에는 마을신문의 발전적 전망을 모색하는 토론회도 열었다. 시민단체 관계자 3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회원모집과 취재, 배포 등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했다. 아울러 혼재돼 운영돼온 편집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명확히 구분해 별도로 운영키로 했다. 아울러 기획기사를 늘리고 생활 기사를 많이 싣기로 했으며, 지역 현안을 발굴해 기사화하는 한편, 교육과 문화, 환경 분야를 특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편집진을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시민기자(정원 8명) 활동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지난 6월에는 3일에 걸쳐 마을신문 기자학교도 진행했다. 

하지만 토론회에서 제시된 과제가 좀처럼 해결되지는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최현 편집장은 “지역 언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의견이 분분하다”며 “단체들이 지역 언론의 필요성과 의미를 공유하나, 투자에는 인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을신문을 안정화하기 위해 인력 보강이 필요하지만 단체에서 사람을 내는 데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과천마을신문>의 정규호 발행인은 지난 7월 ‘마을신문의 발전적 과제와 전망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마을신문의 발전적 전망은 지역사회 안에서의 역할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 내 단체들 간의 긴밀한 소통과 교류를 매개하고 지역의 공동 사안에 대응하면서 ‘과천의 발전적 미래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매체로 자리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지역 단체들의 힘을 모아 과천 지역의 주요 현안을 분석하고 대안 의제를 찾아가는 ‘포럼’ 형식의 자리를 정례화 할 필요도 있다며,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마을신문 기획기사와 연계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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