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향한 소통을 찾아서 ①

연│재│순│서

1. 지역에서 소통과 풀뿌리매체
2. 인천지역 풀뿌리매체의 현황
3.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1 - 만석신문
4.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2 - 과천마을신문, 샘터마을신문
5.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3 - 공동체라디오
6.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4 - 부산 반송2동사람들
7. 지역공동체와 풀뿌리매체
   사례5 - 구·군단위 지역신문
8. 지역공동체의 동반자 풀뿌리매체

소통은 공동체 형성의 기본 전제

사회구성원이 다양해지면서 구성원의 이해와 요구에 따른 목소리 또한 다양하다. 특히 자본주의 시장경쟁의 강화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는 다양한 계급계층의 일터와 삶터가 공존하는 지역에서 공동체성을 약화시키고 지역민을 파편화한다. 종종 행정과 주민 사이의 관계 또는 주민 간의 관계가 화합과 협력이 아닌 갈등과 대립관계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인구 57만명이라는 거대 자치구인 부평구와 같이 지역이 도시화되고 과밀화되면서 더욱 두르러진다. 지역사회에서 갈등과 대립, 분쟁을 발생시키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구성원간의 단절, 즉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점과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단절은 무관심을 낳고, 무관심은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나아가 무관심이 곧 구성원 전체의 불이익으로 돌아오고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된다고 했을 때, 소통과 정보의 공유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여러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 운동’ 등이 시작되고 있다. 주민자치 역량 강화를 위한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시작된 지도 오래다. 그 지향점은 건강한 지역공동체에 있다.

공동체는 구성원 다수의 참여와 실천이 담보될 때 가능하다. 참여와 실천은 구성원간의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민과 관이 소통하고, 민과 민이 서로 소통해야 지역공동체 건설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지역공동체를 일구는 데서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지역 구성원간의 소통, 항상, 정기적으로 뜻과 뜻이 맞닿을 수 있는 대화의 조건을 견고히 구축하는 데서 지역의 풀뿌리매체가 갖는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대중 매체와 공동체 매체

“대중 매체(mass media)가 현대사회의 총아로 등장했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매스 미디어는 신문, TV, 라디오, 잡지, PC 통신, 기타 출판물 등의 각종 미디어를 가리키며, 특히 TV는 엄청난 보급과 그 자체의 특성과 속성으로 인해 사회 각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이제 현대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매스 미디어와 더불어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스 미디어의 발달은 우리 사회의 각 분야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심지어 예술 분야에서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스 미디어의 발달은 대중 사회의 출현과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지만 그것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아주 강력하다. 그래서 매스 미디어는 사회 변동의 견인차로 불리기도 한다”(구경서·강남대학교 정치학 박사)

위 말처럼 대중 매체의 영향력, 파급 효과는 아주 강력하다. 현대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그것을 비켜가기 어렵다. 대중 매체는 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여론을 형성해 대안을 제시하는 순기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영향력 있는 대중 매체가 공동체성 강화에 기여하고 있을까? 확답은 어렵다.

대중 매체가 경쟁을 위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 안에 있고, 경쟁은 공동체와 대립된다. 더욱이 현존하는 우리나라 대중 매체는 지역과 많이 떨어져있다. 지방자치시대, 지방분권을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중앙(서울) 중심적이다. 실제 전국 일간지 신문이나 공중파 방송이 지역 소식이나 정보를 다루는 비중은 낮다. 행정구역상 구·군 단위, 읍·면·동 단위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들이 막대한 자본력과 권력으로 전국을 장악하고 있으며,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동네 보다 중앙 정치와 연예 소식을 더 잘 안다.

이는 자기가 일하고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지금 상황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아울러, 대중 매체는 신문사·출판사·방송국 등 특정 소수의 정보 제공자로부터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향한 정보 전달 수단이다. 불특정 다수가 제보나 독자투고 또는 취재원으로서 개입 또는 참여하지만, 그 개입 또는 참여는 아주 미약하다.

이런 점에서 대중 매체는 공동체를 위해 구성원들이 직접 제작과 운영에 참여하는 매체, 즉 공동체 매체와 구별된다.

공동체 매체가 활성화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곳에서 시도가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공동체 매체의 특성 중 하나는 풀뿌리매체라는 것이다. 그것은 지방자치가 풀뿌리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것처럼, 지역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단위의 아파트신문, 동 단위의 마을신문, 넓어야 구·군 단위의 지역신문이 사례로 존재한다. 이 풀뿌리매체는 공간적 범위가 확장될수록 공동체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공간 범위가 확장될수록 그만큼 주민이 직접참여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역공동체 만들기와 풀뿌리매체

“한 달에 한 번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신문을 만든다. 개인이 만드는 신문도 아니고 기업이 만드는 신문도 아니다.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신문을 만든다. 신문이 나오면 자원봉사자들이 동네 아파트 입구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비치하는 형식으로 배포한다”  - <과천마을신문>

“입주민들의 정보 공유와 화합을 위해 신문을 만든다.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을 상세히 전하고, 입주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싣는다” - <샘터마을신문>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동오2리 90호 정도의 작은 마을. 원래 살던 사람들이 30여 호이고 나머지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주말에만 내려오거나, 이곳에 살아도 서로 소통이 없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쓰레기 분리배출, 마을 청소, 비료 나눠주기 등 서로 공동으로 해야 할 일에 소극적인 편이다. 궁리 끝에 마을신문을 만들어 정보를 교환키로 했다. 보름에 한 번씩 발행하는데, 모두들 알아야할 마을행사 안내와 경조사, 간단한 농사상식 등으로 꾸며진다” - <동문마을신문>

위에서 열거한 과천마을신문과 샘터마을신문, 동문마을신문이 만들어진 목적은 한마디로 주민들의 소통과 화합을 통한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함이다.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데 매체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 매체를 마을신문으로 한 것이다. 또한 의미 있는 매체로 가꿔나가기 위해 구성원들이 직접 제작과 배포에 참여하는 구조를 갖춘다. 
풀뿌리매체는 인쇄매체인 신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군 단위를 방송권역으로 하는 소출력 공동체라디오 방송도 있다.

“기존 방송이 광고와 정부 지원으로 운영된다면, 마포공동체 FM은 일부 정부지원과 주민자치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하고 토론해 운영한다. 기존 방송이 엘리트 중심의 시각으로 사회를 보고 전한다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동네 작은 이야기길 전한다. 거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지역 주민 스스로 만든다” - <서울 마포공동체FM>

“처음에는 제보가 들어오면 바로 방송을 했지만 그러다간 방송국이 민원해결 창구가 될 것 같았다. 성서지역 문제를 주민이 직접 주체가 돼 해결하기 위해 ‘주민발언대’를 만들었다. 방송은 주민들이 움직일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일 뿐이다” - <대구 성서공동체FM>

현재 정부의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는 마포FM과 성서FM은 풀뿌리매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풀뿌리매체는 지역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공동체를 가꾸는 데 기여한다. 다음은 하나의 예다. 

“점심시간만 되면 기사식당 앞에 늘어선 택시들 때문에 불편을 겪던 주민들이 이 문제를 마포FM ‘희망을 여는 아침’에 제보했고, 마포FM은 구청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쿠폰제 시행 등의 개선 방안을 만들어 냈다. 예전 같으면 구청 앞에서 구호를 외치면서 문제를 풀려고 했겠지만 이에 미디어가 중간에 소통의 도구가 된다.”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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