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현장실습생을 대하는 특성화고교의 태도
[취재수첩] 현장실습생을 대하는 특성화고교의 태도
  • 장호영 기자
  • 승인 2017.05.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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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으로 현장실습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산업체 현장실습의 현실을 알고 싶어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현장실습생으로 일했던 졸업생을 만났다.

그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연차휴가를 주지 않았고, 사장이 사무실에서 담배 피우는 걸 참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를 담임교사에게 알렸으나, 일주일 동안 학교에선 아무도 회사에 오지 않았다.

일주일 후 사장의 성추행을 담임교사에게 알리고 나서야 취업부장교사가 회사를 찾아왔다. 하지만 취업부장교사는 사장의 말만 듣고 ‘사장이 성추행 의도가 전혀 없었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하니 참아보자’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온 학생은 업체의 귀책사유가 아닌, ‘업무 부적응’으로 복교한 것으로 분류됐다. 일주일 동안 신문 기사를 베끼는 ‘깜지 쓰기’와 이른바 훈화교육을 받아야 했다.

이 학생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 뒤, 해당 학교에서 ‘성추행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교장은 “한쪽 편의 이야기만 듣고 쓴 편파 보도”라며 “그때 교사들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고, 시교육청 담당 장학사가 해당 학생에게 연락해봤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말한 뒤 다음날 학교를 방문해달라고 했다.

시교육청 담당장학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학사는 “학생이 연락이 안 돼 통화하지 못했고, 학교에 가서 확인해보니 취업부장교사가 ‘사장이 소매를 당긴 일이 있었는데 별일이 아니었지만 학생에게 신고를 할 것이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해서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했다.

다음날 학교를 방문했더니 교장은 말을 바꿨다. “어제는 성추행이 전혀 없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단다. 또한 “시교육청 담당장학사가 ‘해당 학생이 연락이 안 돼 못 만났다’고 했다”며 “나는 장학사한테도 ‘사실 여부를 가리려면 차라리 교육청에서 감사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지난해 11월에는 이 학교 교장이 아니었다. 올해 3월 부임했다.

당시 취업부장교사와 담임교사를 교장과 함께 만났다. 교장은 전날 통화에서 ‘학교는 당시 사건을 매뉴얼대로 처리했다’고 강조했기에, 매뉴얼을 보여 달라고 했다. 취업부장교사는 지난해 ‘복교 학생 교육 계획서’를 가져왔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미리 인쇄해 가져간 시교육청의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 매뉴얼’을 보여줬고, 지난해 사건에서 이를 지키지 않은 부분을 지적했다.

시교육청 매뉴얼에는 ‘산업체 귀책 혹은 협약조건 불일치 사유일 경우는 현장실습의 절차를 다시 거쳐 타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이수할 수 있게 조치해야한다. 또한, 성희롱 피해가 있을 경우 즉각 고용평등상담실을 이용해 상담하거나 지방노동관서에 진정서 등을 제출해야한다’고 적혀있다.

취업부장교사는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해당 학생이 개인 사유로 그만둔 것으로 판단해 교육을 시켰고, 성추행 부분은 사장이 옷을 잡아당겼다는 정도로만 이야기를 했고, 본인이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해서 신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담임교사는 “학생이 성추행 부분과 관련해 옷을 잡아당긴 것과 몸을 터치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취업부장교사는 “몸을 터치했다는 이야기를 했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너무 억울하다. 학생과 삼자대면이라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해당 학생이 작성한 ‘현장실습 중단 사유서’를 보면, ‘회사 내에서 흡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월차·연차도 없었고 (중략)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고 했지만 퇴사할 때까지 작성하지 않았다’고 적혀있다. 또한 성추행 관련 직접적 내용은 없지만 ‘사무실에 물이 없어 옆 주유소에 가서 (물 값을) 지불도 하지 않고 빌려와 마셨으며, 물을 집에서 싸오라고까지 했다. 사장님이 학생인 나를 앞에 두고 결혼한 사이에도 애인이 따로 있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와 관련해 해당 학생은 “사유서를 쓸 당시, 성추행 내용이 들어가면 신고해야 한다며 쓰지 못하게 했다”며 “성추행 사실을 신고하지 말라고 한 것은 취업부장교사였는데,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취업부장교사는 “해당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일주일 동안 (그 회사에) 못 간 것은,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이 너무 많다보니 챙기지 못했던 것일 뿐이고, 학생이 신고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발생 사실을 알게된 때에는 법률에 의거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할 의무가 있다. 피해자가 신고를 원치 않아도 교사는 신고해야한다. 그러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 처분, 징계,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면담을 마치고 학교를 떠날 때 취업부장교사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기자에게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처음 만나 인터뷰를 한 뒤 그 졸업생은 “이야기를 들어줘 정말 감사하다”고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 현장실습과 교사들의 태도가 그에게 큰 상처를 줬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성화고교 현장실습제도를 바로 잡아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