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장실습제도 꼭 필요한가? ④ 현장실습제도의 대안

<편집자 주> 엘지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으로 현장실습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인천투데이>은 인천지역 특성화고교 현장실습생ㆍ교사ㆍ학부모, 현장실습업체 관계자, 시교육청 관계자, 관련 전문가 인터뷰로 현장실습제도의 개선방안을 찾고자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호에선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 대안을 정리했다.

“매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상화 방안이나 개선 대책이 나왔지만, 사건사고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교육부는 실태조사에 나섰고,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하겠다고 했다. 두 기관은 오는 7월에 다시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예전에 내놨던 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성화고교의 현장실습제도는 더 이상 고쳐서 쓸 수 없는 고장 난 자동차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이렇게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데 고쳐 쓸 수 있는가? 일단 고장 난 차를 멈추고 새로운 방안을 고민해야한다”

지난 19일 만난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하인호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8월까지 인천지역 특성화고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정년퇴임했다. 인천여자상업고교와 인천비지니스고교 등에서 근무하며 20여년간 현장실습 문제를 계속 제기해왔다. 이와 함께 학교에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이 자리 잡을 수 있게 여러 활동을 했다.

하씨는 <인천투데이>이 지난번 기사(관련기사 2017.4.17.)에서 지적한 ‘인천시교육청이 제작한 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 현장실습 매뉴얼(이하 매뉴얼)을 교육청이나 학교가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해 “학교에 근무할 때 취업 담당교사가 매뉴얼이 담긴 책자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매뉴얼을 만들어도 학교에서는 매뉴얼 내용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학교가 취업률을 중시하는 상황에서 현장실습생을 받는 업체가 매뉴얼과 맞지 않는 부당한 요구를 해도 그것을 거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현장실습생이 학교로 돌아올 경우를 대비해 관련 교육 등을 계획하라고 교육부나 교육청은 주문하고 있지만, 학교에선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씨는 시교육청도 현장실습과 관련해선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 지난 3월 18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죽음을 부른 실습-열아홉 연쇄사망 미스터리’의 일부 장면 갈무리.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 이후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의 민원 제기로 교육부는 지난달 16일 실태 점검 결과와 개선안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을 보면, 현장실습 실태 점검은 1차로 지난해 11월 21일부터 12월 9일까지 중앙 점검단(교육부ㆍ중소기업청ㆍ전문가)과 지방고용관서(근로감독관) 점검단이, 2차는 12월 21일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 시ㆍ도교육청과 학교가 했다.

당시 점검에서 인천은 실습시간 초과 18건, 성희롱 1건, 입금 미지급 3건, 표준협약서 미작성 6건, 유해ㆍ위험 업무 4건, 욕설 등 부당한 대우 8건으로, 부당행위 총40건이 적발됐다. 적발된 업체는 27곳에 달했다.

하지만 <인천투데이>이 지난번에 보도한 ‘업체 사장의 현장실습생 성추행’ 건은 이 실태 점검에서 적발되지 않았다. 또한, 교사가 ‘현장실습생에게 12시간 맞교대를 시킨다’고 증언했던 업체도 적발되지 않았다. 실태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학교로 돌아왔던 학생의 ‘현장실습 중단 사유서’에는 사장의 성희롱 관련 발언이 있었다는 내용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문제, 월차와 연차가 없는 문제 등이 적혀 있다. 실태를 점검하면서 현장실습 중단 사유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것이다.

‘12시간 맞교대를 시킨다’는 업체의 경우도 특성화고교들 사이에선 ‘현장실습생들을 부려먹는 업체’로 유명한데, 정작 지도ㆍ감독해야할 시교육청만 모르고 있다.

하씨는 “현장실습생이 업체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해 담임교사나 취업 담당교사에게 상담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사회생활이 다 그런 거다. 힘들어도 버텨라’라는 말이 대부분이다”라며 “이렇게 하다 보니 야근을 하다가 사고가 나고 힘들어서 자살을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밑바닥에 ‘취업률을 떨어뜨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겠지만, 상당수 교사가 노동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없어서 나타나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호소할 때 상담할 수 있게 교사에 대한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하고, 전라남도교육청이나 광주시교육청처럼 노동인권센터나 안심알바신고센터 같은 것을 마련해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어야한다”며 “현장실습을 조기 취업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취업은 취업대로 실습은 실습대로 해야 한다. 3학년의 ‘3분의 2정도’를 마친 뒤 연수(실습)를 시키고 졸업 후에 취업할 수 있게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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