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장실습제도 꼭 필요한가? ② 현장실습생의 상처와 눈물(하)

<편집자 주> 전라북도 전주의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으로 현장실습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인천투데이>은 인천지역 특성화고교 현장실습생ㆍ교사ㆍ학부모, 현장실습업체 관계자, 시교육청 관계자, 관련전문가 인터뷰로 현장실습제도의 개선방안을 찾고자한다.

이번 호에도 지난번 호에 이어 현장실습생으로 일했던 학생들의 애로사항을 싣는다. 앞으로 2회 더 보도할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A(20ㆍ여)씨와 B(20ㆍ남)씨는 각각 C특성화고교와 D특성화고교를 올해 2월 졸업했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9월께 학교에 온 취업의뢰서를 보고 지원해 경기도에 있는 인터넷쇼핑몰 콜센터 하청업체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이 맡은 업무는 고객들의 상담을 응대하는 것이다. 물건을 구매하거나 교환ㆍ반품ㆍ보상 등을 바라는 고객이 쇼핑몰의 콜센터로 전화하면, 이 하청업체 직원들이 전화를 받아 응대해 처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업무는 A씨와 B씨의 학과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다. 그럼에도 이 업체를 선택한 것은 야간대학을 다닐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일이 힘들어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일을 그만 두면 야간대학도 그만둬야 된다. 야간대학이 오히려 족쇄가 된 것이다.

A씨는 “하루에 100개의 콜(상담전화 건수)을 받아야하는데 이를 다 채우지 못하면 인센티브를 받지 못해 월급을 기본급만 받을 수 있다”며 “인센티브를 많이 받으면, 세금을 제하고 140만~150만원까지도 받지만, 기본급만 받으면 세금 제하고 12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고객 응대가 길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하루에 채워야할 콜 수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콜 수를 채우기 위해 연장근무를 해야 하기도 하고, 해결되지 않은 고객민원은 ‘미처리’로 분류돼 다음날 안 되면 또 다음날, 이렇게 쌓여 미처리 콜 수가 계속 늘어날 수도 있다.

▲ 지난 3월 18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죽음을 부른 실습 - 열아홉 연쇄사망 미스터리’의 일부 장면 갈무리 사진.
같이 일하는 팀의 매니저는 업무가 시작되면 뒤에서 계속 소리를 지른다. “대기하세요” “전화부터 받으세요” 이렇게 매니저가 지르는 소리부터가 A씨에겐 스트레스다. 이런 스트레스가 기본적으로 깔린 상태에서 고객으로부터 듣는 안 좋은 소리는 스트레스를 더 쌓이게 한다. 한번은 고객으로부터 “X발”이라는 욕을 10분 동안 계속 들은 적도 있다.

A씨는 “이렇게 고객으로부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데도 쉬는 시간은 하루 8시간 일하는 중 14분뿐”이라며 “1시간 정도 점심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콜 수가 많으면 매니저가 상황에 따라 식사 시간을 조절한다. 어떤 때는 30분밖에 안 된다. 30분이면 뭐를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대충 때워야한다”고 말했다.

B씨도 “콜 수를 채워야하는 것과 고객들로부터 욕설을 들어야하는 스트레스가 제일 크다”며 “쇼핑몰 업체인 본사에서는 고객에게 욕설을 듣거나 하면 30분 동안 쉬는 시간을 주라고 하는데, 하청업체에선 이를 따르지 않는 것 같다. 욕설을 듣고 좀 쉬려면 위에서 뭐라고 한다. 당장 10분만 쉬어도 사유서를 받으라고 하는 분위기이다”라고 말했다.

A씨와 B씨는 특성화고교를 다니면서 이 업체로 현장실습을 나왔을 때도 일이 너무 힘들어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고 해도, 교사들에게선 “힘들어도 버텨”라는 대답만이 돌아오기에, 현장실습으로 취업했다가 퇴사하고 학교로 돌아오면 ‘사유서’를 쓰게 하고 재취업을 잘 시켜주지 않기에, 버텼다.

B씨는 “선생님들이 ‘힘든 일이 있으면 얘기하라’고 해서 얘기해도 회사 쪽에 얘기해주지 않는다”며 “그러면서 학교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전공과 상관이 없어도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현장실습생을 보내준다. 어떤 학생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 현장실습을 가기도 하고, 심지어 위장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친구들 중 가장 먼저 현장실습을 나간 게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친구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전공과 관련 있는 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가는 친구는 100명 중 10명도 채 안 된다. 그나마 관련 업체로 나갔던 친구들도 학교에서 배운 것과 일하는 게 너무 달라 적응을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콜센터에 스튜어디스가 돼야하는 학과를 다니는 친구가 현장실습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올리는 학교 취업률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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