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장실습제도 꼭 필요한가? ③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과 원인

<편집자 주> 엘지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으로 현장실습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인천투데이>은 인천지역 특성화고교 현장실습생ㆍ교사ㆍ학부모, 현장실습업체 관계자, 시교육청 관계자, 관련 전문가 인터뷰로 현장실습제도의 개선방안을 찾고자한다. 이번 호에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점과 원인을 정리했다.

시키는 대로 성실히 일했다간 오히려 ‘손해’

“어찌 보면, 현장실습은 학교가 시키는 대로 잘하는 학생이 피해나 손해를 보는 이상한 형태의 제도다. 이는 현장실습에 나가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어떻게 대처해야한다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영향도 크다. 현장실습을 나가기 전 ‘현장실습 시 꼭 알아야할 사항’이나 노동인권과 관련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지만, 온라인 교육으로 진행된다. 그러니 안 보고 그냥 틀어만 놔도 이수가 된다. 그렇게 의무적으로 이수는 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권리를 지키고 보호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은 안 되는 것이다”

인천 A특성화고교 교사의 말이다. 이 교사의 말처럼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들 중 업체의 사장이나 직원이 시키는 대로 말을 잘 듣고 착실하게 일하는 학생은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야근을 시켜도 항의하거나 학교에 얘기하지 못하고 끙끙 앓으며 힘들게 일하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직업과 사회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만 갖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4년 2월 울산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 김아무개씨가 야간 노동 도중 지붕 붕괴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김씨는 고된 야간 노동을 견디지 못한 현장실습생들이 일을 그만 두고 떠나도 끝까지 남아 성실하게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2시간 맞교대까지…노동착취 대상으로

 
“우리 학교의 취업률은 40%였는데, 주 18시간 이상 아르바이트 하는 것도 취업률에 포함했다. 전공 분야에 취업한 학생은 전체 취업생의 20%밖에 되지 않았다. 졸업하고 4월 이후에도 같은 업체에 계속 다니는 학생도 20%밖에 안 된다. 전공 학과마다 차이가 있지만 거의 이정도 비율이라고 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현장실습으로 들어간 업체가 학생들을 키워서 오랫동안 다니는 평생직장으로 남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생각보다는, 값싼 노동력으로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현장실습생을 받는다는 것이다. 업체 사장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그렇게 느꼈다. 그런 대표적인 업체가 있다.

인천에서 현장실습생 50~60명을 데려가지만, 졸업 때까지 남는 학생은 10%가 채 안 된다. 심지어 이 업체는 학생들을 12시간 맞교대 시킨다. 업체에 문제제기를 해도, ‘남아있는 학생들이 본인이 원해서 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원하는 학생은 드물다. 또, 현장실습생은 원칙적으로 12시간 맞교대를 시킬 수 없는데도 이 문제가 반복돼, 학생을 더 이상 보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학교는 학생을 많이 선발하니 취업률을 생각해 현장실습운영위원회에서 문제제기를 해도 이 업체를 계속 현장실습업체로 선정한다. 우리 학교 현장실습생 중 중간에 일을 그만두고 왔을 때 심한 경우 청소를 시키거나 벌을 세운 경우도 있었고, 교감이 아예 수업에 들여보내지 말고 현장실습도 내보내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

지난해 인천 B특성화고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았던 교사의 증언이다. 이 교사의 말처럼 현장실습생이 노동착취의 대상이 됐다는 지적은 계속돼왔다. 엘지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도 하루 8시간 근무에 월 113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 지난달 25일 만난 콜센터 하청업체 현장실습생들도 하루 8시간 근무에 세후 기본급이 120만원 정도라고 했다.

지난 2월 C특성화고교를 졸업한 자녀를 둔 학부모는 “아이 친구들이 현장실습을 나간 이야기를 들어보면 난리도 아니다”라며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 현장실습을 나가거나 전공과 관련 있는 곳에 현장실습을 가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운영되는 현장실습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현장실습업체는 값싼 노동력으로 부려먹기 쉬워서 현장실습생들을 받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에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B특성화고교 교사가 문제제기를 했던 업체 관계자는 “인력 수급의 한 방법으로 현장실습생을 받는 것이고, 이들이 산업체에서 경험을 쌓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장실습생을 매해 50명정도 받는데 계속 남는 인원이 80%가 넘는다”라며 “12시간 맞교대를 시키거나 값싼 노동력으로 일을 시키기 위해 현장실습생을 뽑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취업률 때문에 방치하는 학교
지도·감독 제대로 안 하는 시교육청

전문가들은 현장실습생을 대하는 산업체의 관점도 문제지만,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취업률 때문에 방치하거나 방조하는 학교와 지도ㆍ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교육청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천투데이>이 지난 2일 보도한 ‘취업률 때문에 현장실습생에게 사장 성추행도 참으라는 특성화고교’의 사례가 그렇다. 해당 학교와 교사들은 인천시교육청의 ‘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 현장실습 매뉴얼(이하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업체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연차휴가를 주지 않는 것 등을 현장실습생이 학교에 알렸는데도 학교는 1주일간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알리고 나서야 취업부장 교사가 업체를 찾아갔지만, 취업부장 교사는 오히려 사장을 옹호하고 그만두겠다는 피해 학생을 나무랐다. 성추행 문제도 덮자고 했고, 업체의 귀책사유임에도 학교는 피해 학생에게 징벌적인 교육을 실시했다. 학교의 명성과 취업률 때문이다.

시교육청의 현장실습 매뉴얼을 보면, 산업체 귀책 혹은 협약조건 불일치 사유일 경우는 현장실습의 절차를 다시 거쳐 타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이수할 수 있게 조치해야한다. 또한, 성희롱 피해가 있을 경우 즉각 고용평등상담실을 이용해 상담하거나 지방노동관서에 진정서 등을 제출해야한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관계자는 “해당 현장실습생은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업체 귀책사유가 아닌 개인 사유로 그만둔 것으로 판단해 교육을 시킨 것”이라며 “나무란 적 없이 최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지도했고, 성추행 부분은 사장이 옷을 잡아당겼다는 정도로만 이야기한데다 본인이 신고를 하지 말라고 해서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장실습을 총괄하는 시교육청 담당자는 매뉴얼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 창의인재교육과 담당 장학사는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현장실습의 경우 현장실습 표준협약만 작성하면 되고 근로계약서는 따로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며 “학교는 성추행 관련 문제도 해당 학생이 문제제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며 학교를 두둔하는 듯 말했다.

그러나 매뉴얼에 적혀있는 현장실습 협약 체결 부분을 보면, ‘현장실습 표준협약과 근로계약을 함께 체결한다’고 적시돼있다. 표준협약서에는 ‘현장실습생과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해당 근로계약에 따른다’고 적혀 있다.

또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성희롱 피해가 확인될 경우 매뉴얼에는 ‘즉각 고용평등상담실에 상담하거나 지방노동관서에 진정서 등을 제출한다’고 명시돼있다.

이에 대해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현재 현장실습제도를 이렇게 만든 것은 값싸게 노동력을 쓰겠다는 생각인 업체, 취업률만 높이려는 학교, 실적만 생각하고 지도ㆍ감독에서 손 떼고 있는 교육청”이라며 “새로운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