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인천지역 공연예술단체, 뭘 먹고 사나? 7. 공연예술 지원 정책과 그 개선방향(끝)

지난 6월 초순부터 7월 하순까지 약 두 달간 인천지역 공연예술단체(법인) 여섯 곳과 타 지역 공연예술단체(법인) 세 곳의 대표자나 핵심 관계자를 만나 단체(법인)의 경영 현황과 경영상 어려움, 그리고 고민들을 들어보았다. 공연예술단체들의 오랜 과제인 자생력 확보와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해 예술단체들에 세제혜택 등의 제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전문예술단체 또는 전문예술법인을 지정하고 있고, 지원 기관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가 지정한 전문예술단체ㆍ법인이 전국에 950개가 있고, 인천에 32개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고 임의단체 형태를 띠고 있는 예술단체가 훨씬 더 많은 것을 감안하면, 공연예술단체들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획취재 과정에서 만난 예술현장 종사자들은 분야와 장르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지만 다른 공연예술단체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공극장 설립 취지 다시 짚어봐야

이 기획취재의 첫 보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예술단체에 요구되는 문화복지 역할과 자생력 확보 등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단순히 창작을 기반으로 한 표현예술 활동으로서 가치나 몫만을 보고 달려가던 시기는 지난 듯하다. 문화예술 현장(시장)은 매우 많이 변했다. 예술단체들은 그 변화에 대응할 만한 경제적 여건과 조직적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민후 ‘문화공간예술텃밭’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지역에 있는 예술단체의 활동은 공공성이 강했다. 그런데 약 20년 전부터, 서울에 예술의전당이 세워진 다음에 다른 지역에도 문화예술회관이 막 생기기 시작했다. 마치 유행처럼. 시ㆍ군ㆍ구 단위에도 문화예술회관이 세워졌다. 그런데 규모를 갖춘 공공극장은 유지관리비와 인건비 등, 재정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1년에 60억원 든다, 200억원 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공성에 중심을 두면, 다수 지역민이 다양하고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한다. 우리 입장에서 생각하면 기초예술을 해서 좋은 작품을 보여줘야 하는 거다.

하지만 기초예술을 하는 지역 예술단체들의 작품에 1억원을 들였다고 해서 그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공공시설에 상업적 잣대를 들이대고, 거기서 지역 예술단체는 경쟁력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공공극장들이 어느 순간부터 상업화된 작품 외에는, 유명 예술인 외에는 잘 부르지 않는 거다. 공공극장도 수익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다보면 적자가 커지고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 재정 운영에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공공극장을 지은 취지는 다수 지역민에게 쾌적한 공간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었고, 지역 예술단체들을 육성해 문화예술 인프라를 확장하고 튼튼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게 곧 지역 문화예술진흥의 길이라고 여긴 거다. 하지만, 지역의 민간 소극장들이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지역 예술단체들이 설 무대는 오히려 줄어들었고, 상업화된 작품은 관람료가 비싸 다수 지역민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기초예술분야 지원금 없이는 운영 불가능
기초예술·상업예술 분리한 지원정책 필요

 
대부분의 지역 예술단체들의 활동은 공공기금에 의존하고 있다. 공연예술이든, 교육예술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공기금 집행기관의 공모사업에 달려든다. 하지만 경쟁률이 높다보니 작년에 선정된 게 올해도 선정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단체 운영이 늘 불안정하다. 정부나 지자체, 지원기관에서 요구하는 ‘자생력 확보’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김민후 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자생력이라는 잣대를 놓고 ‘작년보다 더 나은 성과’라는 걸 요구하는데, 사실상 힘들다. 기초예술분야와 상업예술분야를 분리해 자본이 덜 돌아가야 할 분야와 자본으로 돌아가는 분야를 정확히 분리해 지원정책을 수립해야한다. 공공기관이 예술단체 경영컨설팅 사업을 하면서 저에게 사례 발표를 하라고 해서 갔는데, ‘자생력 있는’ 단체라고 소개하더라. 그 사람들이 말하는 자생력이 뭔지 이해를 못하겠다. 기초예술분야는 지원금 없이는 운영될 수 없다는 게 이미 결정이 나버린 상황이다. 지원 사업을 많이 하는 게 자생력을 확보하는 건가?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펴내는 정책들이 오히려 예술단체를 죽이는 경우가 많다. 싹을 잘라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작년까지는 예술단체에서 공연장을 선택했다. 올해부턴 그 반대가 됐다. 공연장이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든다는 게 명분인데, 공연장의 권위가 커진 거다. 공연장에서 ‘예술단체 너 이리로 와 공연 신청해’ 하는 식이 됐다. 그리고 사업할 때마다 돈을 주니 ‘갑’이 된 것이다”

말뿐인 ‘다년 지원’ 벗어나야

황운기 문화프로덕션 도모 대표는 “처음엔 연극 극단으로 시작해 전문예술단체,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고, 사회적기업 그룹으로 커나갈 계획”이라며 “여성가족부 지정 ‘가족친화우수기업’과 강원도 지정 ‘강원 선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다양한 ‘상주단체 지원 사업’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원 사업을 하면 작품을 집중해 만들기 쉽지 않다. 좋은 작품을 내 돈 들여 만들고 거기에 지원금을 덧붙여야한다. 작품은 판매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예술행위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계유지 등을 위해 판매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기금 지원 사업을 하면 작품을 집중해 만들기 쉽지 않다는 이유가 ‘장기적 지원이 아닌, 단기적 지원’인 때문도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3년차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1년차로 끊는다. 다년간 지원이 아니다”라며 “소양강 처녀라는 뮤지컬 만들었다. 잘 만들려면 5000만원은 든다. 관객을 하루 300명 받아도 3년은 공연해야한다. 그런데 작년에 시도했는데, 그 다음을 달려갈 수 없다. 단절되는 것이다. 냉동보관이 안 되니, 하려면 다시 리셋(RESET)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지속성 담보 방안은?

예술단체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 정책에서 ‘다년 지원’과 함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 예술현장의 중론이다. 문화예술 이외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콘텐츠 공급 과잉 상태에서 ‘선택과 집중’ 지원은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지원 정책은 ‘선택과 집중’과 거리가 멀다는 게 예술현장의 평가다.

서광일 잔치마당 대표는 “현 지원 정책을 보면, 예술단체에 고기를 잡는 방식을 가르쳐줘야하는데 고기를 던져주려고 한다. 또한 지원 사업으로 창작공연을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마케팅 등, 작품을 업그레이드하고 더 활성화할 수 있는 후속 지원이 없다. 공모 사업의 경우 기금을 여러 단체에 쪼개 준다. 예를 들면 최소 2000만원이 드는 창작 공연인데, 1000만원 정도 주고 할래, 안 할래 묻는 식이다. 때만 되면 공모 사업이 뭐가 있는지 살펴보고, 신청하고, 기다리고. 선정되면 좋고, 안 되면 다른 공모 알아보고 하는 게 반복된다. 선택과 집중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예술단체 지원 정책에서 개선해야할 점으로 사업의 지속성 확보를 꼽는 경우가 많다. 민경호 ‘재능나눔’ 사무국장은 “지원 사업의 경우 담당자가 사업을 정확하게 이해한 상태에서 기획하고 집행계획을 수립했으면 한다. 또한 기획부터 완료까지 인사이동 없이 책임졌으면 한다. 새 판이 되거나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관계를 유지해야하기에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이다. 처음부터 판을 크게 벌이지 말고 시범사업을 한 다음에 충분히 연구한 후 시행했으면 한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전문가들이 냉철하게 판단해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부는 지역신문 발전을 위해 ‘지역신문발전특별법’에 근거해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매해 초 기금 우선 지원 대상 언론사를 선정해 미리 정해놓은 지원 사업들을 수행하게 한다. 우선 지원 대상 언론사 선정에 신청하기 위해서는 미리 제시한 요건과 기준을 충족해야하고, 선정 된 후에는 지원 사업별 신청서를 따로 제출해 심의를 통과하면 기금을 지원 받는 식이다. 지원 사업 내용은 대부분 장기간 지속된다.

지속성과 안정성을 어느 정도 담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청 요건과 조건을 갖추려는 노력은 자생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운용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선택과 집중’ 지원이다. 이를 통해 지역 언론환경 개선을 꾀하는 것이다. 예술분야와 다른 점이 많겠지만 예술단체 지원정책에 참고할 만하다.

예술인 그리고 예술단체들은 자신의 예술 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생활을 꾸려가면서 하고 싶은 예술을 할 수 있는 창작자(공간)의 역할을 원한다. 자구노력이 필요하지만, 자구노력만으론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구조와 풍토를 바꾸기 위한 지원정책이 절실하다. 아울러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 등으로 문화예술계의 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하는 것도 요구된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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