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인천지역 공연예술단체, 뭘 먹고 사나? 2. 인천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의 현주소(중)

<편집자 주> 한 도시, 나아가 한 나라의 문화적 풍요를 이끌어가는 중심에는 기초예술과 예술가(단체), 예술현장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모두 늘 힘들다. 이런 이야기는 식상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지속됐다. 이들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뭔가를 시도한다. 아울러 ‘예술경영(Art Management)’이란 개념을 재원 조성, 홍보ㆍ마케팅, 조직(인력) 관리ㆍ운용 등, 단체 운영에 접목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지역 예술계에선 ‘기초예술 위기의 핵심은 예술현장의 붕괴’라고 보고 예술현장을 살려내는 것이 관건이라 여긴다. 상실된 예술현장을 되살리기 위해 예술가를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예술현장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예술가와 예술현장 종사자들이 예술 활동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예술이 생산되고 소통되는 현장의 당당한 주인으로 설 수 있게 하는 것이 과제라 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인천지역 예술현장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동시에 타 지역의 예술경영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인천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사회적기업 전환으로 안정적 임금체계 갖춰

▲ 신나는 문화학교 인천자바르떼의 문화예술교육 놀이수업 장면.<인천자바르떼 자료사진>
‘신나는 문화학교 인천자바르떼(대표 이찬영ㆍ이하 인천자바르떼)’는 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4년에 만든 ‘신나는 문화학교’에서 비롯했다.

지역아동센터 등에 문화예술수업을 나가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인천뿐 아니라 서울과 경기 안산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함께했다.

2007년 말에서 2008년 초 무렵, 서울에서 ‘신나는 문화학교 자바르떼’라는 이름으로 사회적기업 인증(고용노동부)을 받아 3년 정도 활동했고, 그 이후 지역별로 분리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천자바르떼는 사회적기업이지만, 서울 ‘자바르떼’와 이름이 같아 고용노동부가 한 단체로 인식하는 바람에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원을 받지 못했다. 다만 기획전문인력비와 사업개발비를 한시적으로 지원 받았다.

인천자바르떼 회원은 20여명인데, 상근인력은 대표 포함 5명이다. 20대가 2명, 40대가 3명이다. 이들 중 2명은 기혼이다. 모두 인천 출신인데, 대학 전공과 상관없이 풍물을 한 사람이 대부분이고, 국악을 전공한 사람도 있다.

상근인력의 급여는 근무연수와 직급에 따라 차이가 조금 있는데, 최저임금 수준이 기본이라고 한다. 4대 보험에 가입했고, 퇴직금을 적립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해 갖춘 것이다.

이경옥 인천자바르떼 기획실장은 “우리 구성원 모두 문화예술교사다. 학교 학생들이나 구립 풍물단원 등을 교육한다. 공연도 가능하고, 문화행사 기획도 한다. 그 수입을 다 모아 급여로 지급하니, 내용적으론 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다”며 “주말 근무 시 대체휴일을 사용하고, 연차휴가도 사용할 수 있다. 고용이 안정적이고, 후생복지가 어느 정도 보장돼 혼자서 활동하는 것보다 좋은 게 많다”고 말했다.

공공기금 지원 사업 의존률 60~70%

하지만 상근인력 급여를 안정적으로 지급하고 임차사무실을 운영하기 위한 수입이 안정적인 건 아니다. 보통 1년에 6개월 일하고 6개월 논다. 봄가을로 바쁘고, 여름겨울은 한가하다. 그런데 봄가을에도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등, 사회적으로 큰 일이 일어나면 공연예술계가 침체기에 빠져, 매우 힘들다. 이러한 때는 유치 공연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금 의존도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경옥 실장은 “다른 사회적기업 등 관련단체 행사 오프닝 공연이나 공공기금으로 운영하는 행사가 많다. 공공기금 지원 사업의 수입이 전체 수입의 60~70%를 차지한다. 매해 지원 사업 공모에 많이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한 뒤 “문화재단이나 지방자치단체 지원 사업 공모를 모두 검색해 신청하는 편이다. 공모에 경쟁 단체들이 몰릴수록 힘들다. 올해는 기금 지원으로 이렇게 했지만, 내년엔 어떻게 할까, 늘 고민이다. 그래도 여럿이 함께 있으니 지치지 않고 가는 게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교육 사업으로 시작한 인천자바르떼는 지금은 행사나 공연 기획 쪽에 더 치중하고 있다. 다른 공연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공연을 기획하고, 마을만들기 사업도 한다. 부평구 십정동 달동네(열우물마을)나 삼산동 영구임대아파트의 주민참여형 문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들의 경우 지금은 기금 지원이 끊겨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이들의 교육 사업 수입은 어느 정도 일까? 이와 관련해 이경옥 실장은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예술강사 ‘빛 좋은 개살구’
40대 들어서면 진로 고민

이 실장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그 산하에 있는 지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예술강사제도가 도입된 게 2005년이고, 2006년에 본격화했다. 10년이 지났지만, 강사료는 시간당 4만원으로 변동이 없다. 방과후학교의 경우 시간당 3만원에서 3만 5000원이다. 개인별로 수업시수(월 최고 59시간)가 정해지는데, 수요처는 많아졌지만 수업시수는 오히려 줄었다”며 “4년제 대학 졸업 또는 10년 이상 활동한 사람들 중에서 뽑는데, 그 자리도 없어서 못가는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이 실장은 이어서 “예술강사와 지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간 고용계약을 맺는다. 매해 모의 강의와 필기시험으로 평가해 수업시수에 차등을 둔다. ‘이 사람은 수업을 한 달에 몇 시간 이내에서 할 수 있다’고 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수업시수 안에서 수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게다가 고용계약은 10개월 단기계약이다. 그런데 건강보험료를 제외한 3대 보험료를 뗀다”며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월 60시간 이상 노동해야하는데, 최대 월 59시간만 인정하면서 말이다. 설사 10개월 일하고 실업급여 수급을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심사하는 데 한 달 반 정도 걸린다. 수업을 3월에 다시 시작하는 데 말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예술강사와 예술단체 활동을 병행하는 예술인이 많다. 그런데 예술인의 일자리 저변을 넓힌다는 명목 아래에 예술강사의 수업시수는 줄었고, 처우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교육을 그만 두고 공연으로 활동의 중심을 옮기는 예술단체가 늘고 있다.

이에 반해 예술인 개개인을 볼 땐, 교육에 집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이경옥 실장은 “문화예술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빤하다. 정년은 없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되면 무대에 서는 게 불편해진다. 이런 수준의 작품을 하고 싶은데 아무 데나 불려가는 게 싫은 것이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이런 고민을 많이 한다. 이때가 교육이냐, 아니면 기획이냐, 그것도 아니면 예술경영이냐, 하는 진로를 선택해야할 때이고, 수요처가 상대적으로 많은 교육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려줬다.

부평풍물축제 산파역, 2004년에 전통연희단으로 전환

▲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공연 장면.<잔치마당 자료사진>
인천자바르떼처럼 국악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통연희단 잔치마당(대표 서광일)도 사회적기업이다. 2010년 5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는데,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인천 1호다.

잔치마당은 1992년에 풍물패로 시작했다. 1997년에 시작한 부평풍물축제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서광일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1996년 12월에 삼산동 원주민들이 찾아와 ‘택지개발로 농지가 곧 없어지니 마지막으로 대동제를 지내고 싶다. 풍물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준비해 이듬해 단오제 행사를 했는데, 지역주민이 의외로 많이 왔다. 당시 최용규 부평구청장도 참석했는데, 단오제를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10월 1일 구민의 날 행사인 늘푸른부평예술제를 부평풍물축제로 바꿨다. 전제 조건은 동별 풍물단을 조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부평풍물축제로 발전했다”

풍물패 잔치마당은 2004년에 전통연희단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 배경에 대해 서 대표는 “우리가 아무리 풍물을 잘해도 인지도나 경쟁력에서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넘어설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연희라는 건 상당히 포괄적이다. 타악 이외에 소리와 춤도 있다. 동서양을 넘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지원 종료 후, 후유증 앓아

그 뒤 2010년에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했다. 그 계기를 묻자, 서 대표는 “급여를 안정적으로 주지 못하니 도중에 이직하는 경우가 생겼다. 이직은 새 작품을 만드는 데 장애로 작용하기도 했다. 사회적기업이 되면 일자리 창출로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니 새 작품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예비 사회적기업을 거치지 않고 6개월 정도 준비해 인증을 받았다. 20년간 활동하면서 축적한 자료로 인증 조건은 충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건비를 3년간 지원받았다. 그리고 기획전문인력비와 사회개발비 지원까지,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원은 2014년 5월에 모두 끝났다.

현재 잔치마당의 상근인력은 기획ㆍ홍보 1명, 회계 1명, 공연 4명을 합해 총6명이다. 여기에 작품 창작이나 공연 때 결합하는 객원 단원 4명이 있다. 상근인력에겐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와 4대 보험을 보장해주고 있다. 사회적기업 인증이 가져온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 지원 종료 후 1년이 지나자 후유증이 확 드러났다. 1년 사이 매출액이 1억원 가량 줄었는데, 외부에선 ‘잔치마당은 잘 운영하고 있으니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꼴이었다.

상근인력 6명의 급여, 소극장과 사무실 임차료(보증금 4000만원에 월 120만원)와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잔치마당의 공공기금 의존률은 다른 예술단체와 별반 다르지 않다. 70%를 육박한다. 공공기금 지원이 안정적이지 않다보니 운영은 매해 불안정하다.

서 대표는 “그만 두겠다는 생각을 매해 해왔다. 그러면서도 ‘내가 최선을 다해봤나?’라고 묻고 또 물었다.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하며 25년을 왔다. 자생력을 어떻게 갖추는가가 역시 고민이다. 지금은 ‘기업과의 파트너십’에서 길을 찾아보려고 노력 중이다.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추구해야한다. 그러면 공공기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호에선 전문예술단체들이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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