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인천지역 공연예술단체, 뭘 먹고 사나? 6
타 지역 예술경영 우수 사례 <3> 경기도 화성의 사회적협동조합 ‘재능나눔’

재능나눔? 단체 명칭만 놓고 보면, ‘회원들의 재능을 나누는 봉사단체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재능기부로 사회공헌활동도 하지만, 봉사단체는 아니다. 전문예술단체이자 사회적협동조합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2015 예술경영 컨퍼런스’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작은 예술단체의 성공모델 개발’이라는 제목으로 우수사례를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경기도 화성시 협성대학교 산학협력관 안에 사무실을 둔 재능나눔을 지난 7월 23일 방문해 하은영(37) 기획실장과 민경호(29) 사무국장을 만났다. 김현숙(62) 대표는 해외 출장 중이었다.

화성시음악협회에서 예술단체로

▲ 재능나눔의 대표 콘텐츠인 창작뮤지컬 ‘최루백이야기’ 공연 장면.<사진제공ㆍ재능나눔>
2012년 설립된 재능나눔의 뿌리는, 2002년에 김현숙 대표가 주축이 돼 만든 화성시음악협회라 할 수 있다. ‘화성시에 음악대학이 4개나 있는데 지역사회와 교류가 거의 없고 음대생들이 졸업 후 진출할 곳이 별로 없으니, 지역민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학생들이 졸업 후 활동할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로 협회를 만들었다.

“협회 활동으로 지역사회와 호흡하다보니 지역사회의 문화예술적 요구가 많다는 것을 알았고, 예술 하는 친구들(=졸업한 음대생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성장할 수 있게 해주자는 생각이 발전해 재능나눔을 만든 것이다”

하은영 실장의 이야기에서 재능나눔이 협성대 산학협력관에 사무실을 둔 배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재능나눔의 초창기 활동의 기반은 클래식 음악이다. 김 대표는 피아노를, 하 실장은 성악을, 민경호 사무국장은 비올라를 각각 전공했다. 하지만 지금 활동영역은 다양하다. 공연예술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교육 사업도 펼친다. 특히 유아ㆍ초등학생ㆍ청소년ㆍ성인 등, 생애주기별 예술(교육)콘텐츠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초창기, 음악회를 할수록 관객과 갭(gap: 능력이나 성향 차이)만 쌓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음악회를 위해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진행했다. 또한 청소년기에 예술을 잘 접해야 문화예술 애호가가 된다는 생각으로 교과서와 연결한 공연, 음악과 무용을 ‘콜라보’한 공연을 많이 시도했다. 또한 화성시 하면 연쇄살인사건 등의 이미지를 연상한다. 문화콘텐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역 역사와 인물을 살린 공연을 만들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지역 역사인물 조명한 창작뮤지컬 ‘선풍’

▲ 해설이 있는 음악회.
그 결과물이 창작뮤지컬 ‘최루백’이다. 최루백? 재능나눔을 찾아오면서 협성대 주변에서 본 도로명 ‘최루백로’가 떠올랐다.

“그 ‘최루백로’에 대학 4개(협성대ㆍ장안대ㆍ수원대ㆍ수원과학대)가 연결돼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도로명을 ‘대학로’로 바꿔달라고 요청했지만, 화성시에서 안 된다고 했다. 최루백이 화성시에서 내세울 수 있는 역사 속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 최루백이라는 인물의 효(孝) 이야기를 주제로 창작뮤지컬을 만들었다. ‘효’라는 콘텐츠가 누구에게 가장 중요할까를 고민해 초등학교 3학년에 눈높이를 맞췄고, 클래식보다 좀 더 대중적인 뮤지컬로 녹여냈다. 2012년 첫 공연으로 역사 속 인물 최루백이 재조명됐고, 공연을 본 한 교장의 제안으로 ‘우리 고장 화성ㆍ오산’ 3학년 지역사회교과서에 2013년부터 수록되기도 했다”

2014년엔 업그레이드한 창작뮤지컬 ‘효자영웅 최루백’을 무대에 올렸다. 관람 예약이 1만명을 육박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안전’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고, ‘극장 공연’에서 ‘찾아가는 공연’으로 전환했다. 그래도 관객 7000명을 돌파했다.

이듬해엔 화성시문화재단과 공동 제작해 ‘효동이와 최루백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공연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6월로 예정했던 공연을 10월로 미뤘지만, 관객 4000명을 돌파했다.

세 번의 두드림 끝에 찾아온 기회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모금스쿨’

▲ 동화발레 ‘피터와 늑대’.
재능나눔은 설립된 2012년에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돼 인건비 등을 지원받았다. 그 지원은 전문예술단체로 등록한 2014년까지 이어졌다. 지원 만료 후 단체의 자생이 고민이었다. 새로운 공연작품을 만들고 다양한 예술교육 사업을 펼쳤지만, 소규모 예술단체로서 한계를 느꼈다. 일회성 공연수익은 재원조성 모델로선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출구를 찾기 위한 두드림 세 번 끝에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모금스쿨: 문화예술분야 기부금 모집 전문가 양성과정’에 참가해 컨설팅을 받은 것이다.

“자체 기획공연을 할 때 객석 점유율이 90%, 유료 티켓이 95%를 육박하는 데도 운영이 어려웠다. 신청 세 번 만에 모금스쿨에 참가할 수 있었다. 모금스쿨 참가로 단체와 구성원 개개인, 구성원 간 비전과 방향이 서로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고,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재능나눔은 이 모금스쿨을 계기로 재원조성 모델을 만들었다. ‘함께하는 걸음 4 휠(Wheel) 모델’이라고 칭하는데, 네 가지 휠은 기업ㆍ기관(교육청과 문화재단), 개인(후원회), 소상공인(후원의 집), 지원기관(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다.

먼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후원의 집 ‘예술도시락’이 눈길을 끈다. 이는 저소득층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예술교육 사업을 할 때 ‘후원의 집’이 돼서 참가 학생들에게 간식을 지원하거나, 행사 홍보물 제작을 지원하는 식의 방식이다.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지역 문화복지를 증진하는 데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한 셈이다.

재원조성 창구가 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교육청

▲ 키즈 콘서트.
재능나눔은 모금스쿨 참가를 계기로 비(非)문화예술 지원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재원 조성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모임스쿨에서 교육을 받는데, ‘비문화예술 지원기관의 지원 공모사업으로도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정기부와 지원공모사업을 알려줬다. 참가자가 모두 들은 이야기인데, 우리는 그걸 실행했다”

재능나눔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울지회에서 지정기부금을 받았다. 창작뮤지컬 ‘최루백’ 공연에 필요한 인건비와 소외계층 학생들의 공연티켓 비용을 지원받은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기지회 지원 공모사업에 문화예술복지프로그램을 신청해 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경기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흡연예방 뮤지컬을 공연하는 것으로, 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기지회 최초의 문화예술단체 지원 사례가 됐다.

재능나눔은 최근에 예술교육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재원조성 창구를 교육기관으로까지 확장한 것과 연계된다고 볼 수 있다.

“화성시 재정자립도가 서울 강남구 다음으로 높고, 교육 사업에 치중한다는 걸 작년에 알았다. 올해 경기도교육청 공모지원 사업에 제안서를 내 경기꿈의학교에 선정됐고,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창의지성센터와 연계해 ‘뮤지컬 렉처콘서트’를 3월 말부터 7월까지 40회 정도 진행한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는 삼성그룹의 사회공헌 사업인 ‘드림클래스’ 여름캠프에 결합했다.

“전국의 소외계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3주간 유수 대학들의 시설을 빌려 영ㆍ수 캠프를 여는데, 문화예술교육도 필요하다고 해서 결합한다. 8월 1일부터 6일까지, 용인ㆍ인천ㆍ대전ㆍ광주ㆍ부산에서 열리는 캠프에 찾아가 공연한다. 가장 대표적인 콘텐츠가 교과서 음악회인데 팝핀과 콜라보해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문화예술로 행복한 세상’ 첫 마음 흔들리지 않기를

▲ 슬근슬근 톱질이야.
재능나눔은 올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승인을 받았다. 협동조합이다 보니 조합원(현재 약 30명)이 있고, 이사회가 구성돼있다. 조합 업무와 사업은 사무국에서 주로 한다. 하 실장이 기획과 전략을, 민 국장이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한다. 회계를 담당하는 직원이 한 명 더 있다. 공연예술과 예술교육 사업은 대게 협력파트너십으로 수행한다.

뮤지컬 ‘최루백이야기’를 예로 들면, 사무국에서 인물 고증작업을 하고 작가를 섭외해 창작 방향을 제시한다. 작가와 수차례 회의를 하고, 원고를 완성하면 연출가와 연계한다. 그리고 필요한 배우를 오디션으로 선발한다. 인적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에 어려움은 별로 없다. 연습공간은 서울 대학로 등, 교통편이 편리한 곳을 임차해 사용한다. 예술교육의 경우 주로 예술강사들로 구성한 교육팀과 연계한다.

하은영 실장은 “사무국 업무가 상당히 많다. 지칠 때도 있다. 하지만 모금스쿨 컨설팅 후 자신감이 생기고 탄력을 받았다. 지원 공모사업을 많이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지금껏 그랬지만, 어떻게 하면 사무국 직원뿐만 아니라 조합원, 협력파트너들이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나, 하는 것이다. 문화예술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첫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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